집을 나간 책(冊)

이 세상 만세 / 김원우 / 까치글방

물조아 2018. 8. 10. 19:37

 

- 김원우 저자에 대하여~

 

1947년 출생. 소설가. 1977년 등단 이후 최근까지 30여 종의 저작물을 이어 책으로 펴냈다.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 저서 무기질 청년』 『아득한 나날』 『부부의 초상

 

- 무엇인가를 느껴 마음속에 새겨놓고 싶어서 붉은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노트북에 메모를~

 

세상이 온통 하루가 다르게 삐딱해지고 평생토록 거짓말만 줄기차게 씨부렁거리면서 호의호식하는 같잖은 유명 인사들이 부지기수이건만,

 

먹고살 만해지자 정직, 겸손, 신의, 절제 같은 세상살이의 근본을 라면 봉지처럼 구기박지르고 있으니, 절대다수가 과연 이처럼 시끌벅적한 막말 천지의 도래를 바랐을까.

 

작금의 우리 현실은 워낙 수렁 같아서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일수록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되고, 떼 지어 팔뚝 끄떡거리기와 구이지학(口耳之學)의 선창들이 모든 사상을 선점, 좌지우지하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곤 하는 이런 대세 앞에서는, 흡사 오쟁이 진 사내가 말문이 막혀서 제딴에는 껍죽거리는 강아지의 뱃구레라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만다.

 

우리 풍토에서는 왜 꼭 두 패로 갈라져서 서로를 물어뜯고, 종내에는 어느 한쪽의 권력 쟁취와 다른 한쪽의 몰락으로 결판이 나고 마는가.

 

지난 10년 동안 집행한 두 보수 정권의 국정 일체가 적폐라고 까발리면서 그 하수인들을 꼴 보기 싫은 정도를 따져서 속속 잡아들이는 이 화려한 복수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치고받기, 덮어씌우기, 까뒤집기 행태에 동원하는 잣대가 정녕 정의의 곤장이라면 우리의 무수한 촛불들태극기들은 불의를 용납하며 그 진창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해온 셈이고,

 

새 권력들은 오로지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며 살아왔다는 말이 아닌가. 도대체 적폐의 정의가 무엇인가. 사람마다의 시각에 따라 다소의 차이야 있을 테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쁜 제도로 이 땅의 곳곳에서 뻔뻔스러운 기득권을 행사해대는, 마구 악취를 풍기며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오물더미가 아닐까.

 

그런데 그 똥밭을 우리는 피해 다녔으니 청정지역에서 자란 무공해 식품이나 다름없다고? 그래서 스스로 집권세력으로서의 청소부 노릇을 자청했다고?

 

이제는 그 검둥이도 흰둥이도 한 세상 만났으니 소원 성취했나보네 희한한 세상이다. 실로 이 참한 세상 만만세다.

 

- 반가운 여름비가 한바탕 내려면서 가마솥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첫째 둘째 셋째로 구분하니~

 

첫째 지상(紙上)의 그 모든 세상사는 섣부른 사실의 전달이라서 그만큼 피상적이며, 그것을 실어 나르는 입에 발린 문맥에도 아리송한 것투성이다.

 

둘째 어느 쪽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익하고, 어차피 세상은 그런저런 구색으로 꾸려져서 굴러가게 되어 있다고 보면 그만이었다.

 

셋째 그렇긴 해도 어느 한쪽이 연방 씩씩거리며 어떤 대상에 대들고 있는데도 다른 한쪽은 다 그런 거지 뭐 식으로 청처짐해짐으로써 서로를 경원해서야 이 세상이 어느 세월에 제대로 굴러갈까 하는 의문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