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애첩기질 본처기질 / 이숙영 수필집 / 文學思想社

물조아 2015. 10. 3. 18:27

 

 

- 이숙영 저자에 대하여~

 

1957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출생하여 경기여고,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79년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 1980년부터 KBS 아나운서. KBS 제2 FM 「FM 대행진」과 제2 라디오 「새벽을 열며」를 진행했었다. 이숙영의 온에어 HD진행 중~ 팬까페( http://cafe.daum.net/chosun2785)

 

- 무엇인가를 가슴으로 느껴 마음속에 오래도록 깊이 새겨놓고 싶어서 붉은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노트북에 메모를 해놓은 영혼이 담긴 글들은~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청할 때면 미칠 듯이 허무하다가도, 동이 터오면 싱싱하게 다시 살아나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도대체 무엇이라 설명해야 좋을는지…… 날마다 신기해하며 감사드린다. p6

 

어머니는 늘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세상의 온갖 재물과 부귀영화는 곧 사라지지만, 머릿속에 든 지식과 학문은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다면서~ p29

 

여자에 내재해 있는 약간의 허영끼나 남자의 허세는 사람을 팽팽하게도 만드는 법이다. p54

 

성공하는 건 늘 즐거운 일이지만, 실패는 또 귀한 경험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주니,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밑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좋은 일은 좋아서 좋고, 나쁜 일은 그만큼의 성숙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던져주니까…… p71

 

“나는 세 시간 동안 계집을 안고 돌아왔지만, 넌 삼십 시간 동안이나 계집을 품고 있으니, 그래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 얘기를 꺼낼 건가?”

 

“허허 이 사람아, 나는 불과 십분 동안 여인을 업었지만, 자네는 십리 동안 줄곧 여자를 업고 걷고 있구만……” p73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는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을 입으로나마 잘근잘근 씹고 싶을 때, 내가 부질없이 이런 데 시간과 신경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어, 얼른 관심을 딴 데로 바꿔버린다. 사람이 미워질 때 참 엉뚱하게도 나는 공룡의 이름을 외우는 데로 돌려버린다.

 

가장 거칠고 사나웠다는 「티라노사우루스」 온순한 「트리케라톱스」 코뿔소를 닮았다는 「모노클로니우스」 그밖에도 「알로사우루스」 등 이렇게 어려운 공룡들의 이름을 외우다 보면, 남을 미워할 정열이 도대체 어찌 남아나겠는가 말이다. p80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참새가 총에 맞아 전깃줄에서 떨어지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참새에게 뭐라고 했겠어요?」하는 문제를 냈더니,

 

사회자 자니윤과 조영남 그리고 연주하는 배철수가 모두 답을 궁금해 나를 쳐다보았다. 「영남아! 하고 이름을 부르며 떨어졌대요.」 p119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간에…… p129

 

남자들을 예로 들자면, 마누라도 호락호락하지 않지, 아이들은 머리 컸다고 툭하면 반항하지, 회사에 가면 아래나 위나 모두 상전이라, 그 비위를 맞추기가 한없이 피곤한 세상이다.

 

그러나 자동차만은 시동만 걸면 언제나 원하는 대로 가주고 멈추라면 멈춰주고, 카세트를 집어넣으면 기분 좋은 음악이 금방 흘러나온다. 그래서 차안이 현대인들의 유일한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논리가 나온다. p148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마호멧의 일화를 가지고 단적으로 예시하고 싶다. 그가 한번은 제자들에게 “일주일 내에 산을 옮기는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산이 끄덕도 않자, 제자들이 스승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마호멧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기를 “산이 안 오면 내가 저 산으로 가면 될 거 아니냐?” 이것이 바로 적극적 사고이고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p155

 

방송에서 “제가 신체검사를 받으면 그것을 다른 말로 뭐라고 부를까요?”하고 문제를 냈었다. 그 순간 듣는 사람들은 “저 여자 또 무슨 얘기를 하려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답은 보석감정이에요.”했더니, 밖에서 스탭진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또 내가 “그럼 여러분이 신체검사를 받으면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정답은 “돌 고르기예요.”

 

남에게만 엄격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자신에게 먼저 엄격해지고, 무슨 일이든 자기반성부터 선행되야 하리라고 스스로에게도 다짐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덴 오 ․ 엑스만 있는 게 아니고, 그 중간도 있는 법인데, 맞고 틀리고 사이에 존재하는 그 많은 것들도 인정받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는 침묵하고 있다가,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해서, 혼자만 이 정의의 사도인양 갑자기 표정과 목소리를 바꾸는 무리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p173

 

좋은 곡이 있을 때 꼭 오늘을 고집하는 것은 「내일 내가 살아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 」 하는 내부의식의 표출이었던 것이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p185

 

불교용어에 「삼일수하(三日樹下」라는 말이 있는데, 삼일만 같은 나무그늘 아래 머물러 있으면 집착이 생기기 십상이므로, 수도자는 늘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p209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수록 점점 혼자고, 외로움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죽음」이라는 손님도 맞게 되는 거겠지요.

 

삶의 진행방향은 결국 하나하나 상실에의 과정이란 것을 믿으며 자꾸 발가벗는 연습도 해보려고 합니다. 큰 욕심을 억제하는 거지요. p213

 

대학시절에 뭐하고 보냈어요.」라는 질문에 뚜렷하게 대답할 말이 없는 것보다는 공부든, 연애든, 운동이든, 연극 활동이든 한두 가지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p238

 

인생은 느끼면 비극이고, 생각하면 희극이라 했는데, 낙관론자는 장미꽃만 보고 가시를 못 보고, 비관론자는 가시만 보되 꽃은 보지 못한다고 한다. p253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놀러가서 한 방을 쓰게 되었는데 여자가 잠자기 전에 방에 금을 그어 놓고 그 선을 넘어오면 「짐승 같은 남자」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잠을 잤다고 한다.

 

순진한 그 남자는 여자의 말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그대로 했더니 다음날 아침잠이 깬 여자가 남자보고 「에이,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했다는 얘기 말이다. p262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전생의 세월들과 우주의 나이, 그리고 사후에 땅에 묻혀 보낼 영겁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그까짓 20이나 70이나 무어 그리 차이가 있냐는 말이다. p274

 

사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인간관계이고,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인화(人花)라고 했으니~

 

새 수첩에서 지워진 몇 사람의 이름들이 아쉬워지긴 하지만, 이미 흘러버린 물로는 불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하지 않은가~ p307

 

실제로 농담은 재빠른 두뇌의 회전을 필요로 하며, 거기에는 권위를 파괴하는 힘이 있다. 착실하기만 한 성격에는 인스퍼레이션(영감)이 생겨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경직된 머리에서는 상상력도, 창조적 에너지도 나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p325

 

- 책장 앞에 있는 것을 잘 생각하거나 따져 보지 않고 그냥 마구 꺼내어서 읽기를 마치고~

 

23층 아파트의 21층 방에는 그 동안 읽었거나 여기저기서 주어모아 놓은 약간의 책들이 있다. 큰 아이 방 책장과 창 문 쪽의 책장과 바닥에는 그냥 쌓아 놓았으며 그리고 막내 아이의 방 책장에 그리고 햇빛이드는 남쪽방향 거실 베렌다 모퉁이 작은 책꽂이에 가로로 세로로 쌓여 있다.

 

그 중에 거실 베란다의 (태양이 떠오르는 날이면 맨날맨날 비추는 햇빛에) 색 바랜 책들 중에서 읽을 대상을 찾다가, 즐거운 아침을 열어주었던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떤 생활과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애첩기질 본처기질 에세이 시리즈를 선택하여 읽었다.

 

특히 아나운서나 MC 들은 매일 항상 같은 시간에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에 그 시간대에는 전혀 자기만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지만 (5 to 9)처럼 실제는 더 치열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나름의 연전연승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인생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미국의 인기 앵커우먼 다이언 소여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 인생이란 항상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짐 가방 두 개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디서나 떠날 수 있는 짐 가방을 챙겨두고 살아가는 마음자세라면 추악한 욕심을 부리며 살 것 같지 않다.』에서 또 다른 인생 나침반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리고 언제든지 일생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