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신달자 / 자유문학사

물조아 2015. 9. 18. 18:21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신달자 / 자유문학사

 

 

- 사랑은 이 지상의 중심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근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보는 것조차 즐거운 것이다. - 사랑의 아픔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신달자 시인

 

- 폴 발레리는 “사랑이란 자신을 완전히 써 없애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에 완전히 자신을 써 없애는 일, 사랑에 삶의 가치를 거는 일, 그것이 제 삶에 거는 준엄한 희망입니다.

 

- 아직 내 곁에 너는 없지만, 나는 사랑과의 만남을 꿈꾸며 그 어느 때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타는 단풍이 숨이 차도록 뜨겁게 열애의 노래를 부르는 가을 한낮, 그리고 봄 여름 겨울 그리고 낮과 밤 그 즐거운 일과는 모두 사랑을 기다리는 그 믿음으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모두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랑은 말로 다하지 못한다. 사랑한다고 아무리 말해주어도 마음 안에 있는 사랑만큼 말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말로써 다 하지 못한다.

 

우리가 말로 사랑을 표현한 것보다 마음 안에 남아 있는 것, 아직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아버지가 나를 하늘과 땅만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는 아버지의 땅이고 아버지의 하늘이었다. 또한 아버지가 나의 하늘이고 나의 땅이기도 했던 것이다.

 

바로 앞에 있는 것, 마주 선 대상과의 철저한 만남을 절실하게 나누며 사랑할 일이다. “이게 얼마 만입니까?” 세월 탓과 여유 없이 살아가는 무정한 생활 탓을 하면서

 

친구를 만나거나 형제를 만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마치 출세하거나 성공적인 삶인 것처럼 결정적인 오해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귀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

 

보이지 않고 부딪치지 않아도 그 마음 안에 살아 있으면, 그 마음 안에 숨 쉬고 있으면 그것은 함께 사는 것이요, 관계되어진 사이가 되는 것이리라.

 

서울과 각 지방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을 만나면 추운 겨울 따스한 온돌방을 만난 것처럼 아득한 마음이 든다.

 

 

- 무엇이 그리도 외로웠고 무엇이 그리도 괴로웠는지, 미치듯 몸부림치며 살았던 처녀 시절의 방황을 나는 아름답게 기억한다.

 

- 슬픔을 생략하려고 애쓰지 마, 너에게 지금 쏟아지는 폭포 같은 무서움과 외로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절망, 그런 소용돌이를 낱낱이 너의 생가슴으로 다 싸워내고 그리고 냉정하게 일어서는 거다.

 

- 태양과 눈을 맞추는 대담한 해바라기 같은가 하면 빛이 두려워 어둑한 곳에서나 꽃 문을 여는 수줍은 달맞이꽃을 그대는 닮았다.

 

- 마음이 씻겨 지면 바라보는 시선도 정숙하고 온화하다 바라보는 모든 사물과 자연이 나와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 잘 아는 이야기지만 미(未)자와 말(末)자는 너무나 닮아 자칫 흘리면서 보면 혼동하기 십상이다.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미(未)자와 끝장났다는 말(末)자는 줄이 좀 길고 짧은 차이 밖에 다른 어떤 차이점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봄은 야릇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자신을 억제할 수 없는 갖가지 욕구로 인하여 매일 활발해진다.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기쁨, 그것이야말로 겨울을 이긴 자들의 기쁨이며 봄을 맞는 자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초복을 지난 더위가 길고 사나운 발톱을 가진 짐승처럼 무섭다. 그래서 우리는 더위를 피한다고 표현해 왔는지도 모른다.

 

때로 더위란 것은 우리들 머리 위에 살고 있는지 열이 심하게 오르는 순간에는 사람을 내리누르는 듯 숨 막히게 하는 것이다.

 

더위란 그렇게 이겨낼 수 없는 거대한 짐승인 것이 분명한 모양이다. 이겨낼 수 없는 것은 그저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 카드 안에 쓴 단 한 줄의 글이 지금까지 내가 받고 또한 내가 보냈던 그 어떤 카드보다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 작은 카드 속에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우리는 평소 너무나 불필요한 것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정작 결심을 하여 시작하려고 하면 이미 기회가 지나가고 말았음을 알게 될 때가 많다.

 

기차 여행을 하는 여자처럼 시간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여행을 멋있고 보람 있게 즐겨야 한다.

 

자유롭게 어디라도 가고 어디라도 형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바람을 선뜻 따라 나서고 싶어서~ 아니 바람으로 바람으로 아주 풀어져서 내 마음 닿는 곳으로 그곳으로 날아가고 싶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