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소설 손자병법 제1권

물조아 2013. 12. 20. 15:37

       

 

소설 손자병법 제1권 / 정비석 장편소설 / 고려원

  

작가의 말 /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전쟁이다. 즉 생존경쟁(生存競爭)이니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니 약육강식(弱肉强食)이니 하는 말로 표현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지금부터 이천 사백여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손무(孫武라)라는 명장이 그의 손자인 손빈(孫臏)과 함께 3대에 걸쳐 저술한 병서이다. 만고불멸의 명저이다.  

 

흥망의 기본, 인류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해 말하면, (모든 역사의 공통점은 분열(分裂)과 통합(統合)의 연쇄 반응적인 반복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약한 민족은 언젠가는 멸종의 비운을 면하기가 어렵고, 방위력이 허약한 국가는 조만간 강대국에게 먹혀 버리고 말게 되는데, 그것도 분열과 통합의 원리에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인 것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오직 승리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사람은 본디 평화를 애호하는 성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단히 싸워야만 하는 이율배반적인 환경 속에 처해 있는 비극적인 존재다. 그러므로 평화를 갈망하는 것은 관념적인 이상일뿐이고, 현실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싸워야만 하도록 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천지 운행의 섭리에 따라서 처리해야 하므로, 군사를 일으키는 것도 때가 무르익어야 합니다. 가령 뱃속에 들어 있는 자식의 얼굴을 빨리 보고 싶다고 해서 열 달도 되기 전에 빨리 낳게 해 버리면 모처럼의 애기가 병신이 되고 말 것입니다.  

 

강태공은 주나라 후국왕이 되어 임지로 가는 도중에, 일찍이 자기를 버리고 집을 나갔던 마누라 마씨를 만났으나, 근위병을 시켜 물 한 동이를 길어다 여인 앞에 놓고는 “그 동이 속에 들어 있는 물을 땅에 엎질러 보시오”라고 하자 여인은 그의 말대로 동이의 물을 땅에 엎질러 버렸다. 그리고는

 

“지금 그대가 땅에 엎질러 버린 물을 다시 동이 속에 담아 보시오” “여보시오. 한 번 엎질러 버린 물을 어떻게 동이 속에 다시 담을 수 있단 말이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이오. 한 번 헤어진 부부가 어떻게 다시 결합할 수 있단 말이오. 나를 깨끗이 단념하고 돌아가 주시오.”

 

손숙오가 말한다. “나라를 잘 다스려 나가시려면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이 대왕의 권위를 뚜렷하게 정립하시는 일이옵니다. 대왕의 권위가 뚜렷하지 못하면 안으로는 백성들에게 믿음을 잃게 되고, 밖으로는 열국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손무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전지(戰地)에 먼저 도달하여 적을 기다리는 자는 편하고, 전지에 늦게 나가 싸우는 자는 수고롭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올바른 작전 계획을 세우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적장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일인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인(仁)은 싸움을 피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면, 전쟁(戰爭)은 싸워서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세상이 혼란해졌을 때 전쟁이 아니면 무엇으로 세상을 평정할 수 있더란 말인가.

 

싸워야 할 땅을 알고 싸워야 할 때를 알면 반드시 싸워야 한다. 만약 그것을 모르면 비참하게 패배할 밖에 없는 것이다.

 

저를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패한다. 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한다. 저를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  

 

빨리 흐르는 물이 돌을 흘려보내는 것은 기운이 생긴 덕택이요, 빨리 나는 독수리가 순식간에 먹을 것을 움켜 채는 것은 그 시간이 짧은 덕택이다. 그러므로 싸움을 잘하는 자는 그 기세가 험하고 시간이 짧아야 한다.  

 

중국에서 공자는 문성(文聖), 손자는 무성(武聖)으로 추앙 받는다. 중국에서는 “손자천독 달통신(孫子千讀 達通神)”이라고 했다. 손자를 1,000번 읽으면 신의 경지와 통한다는 말이다.

 

노병천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장은 “1975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처음 손자병법을 손에 든 이래 지금껏 수천 번 읽었고, 1,000번 이상 정독했다.”고 말했다.

 

문성인 공자와 무성인 손자 두 사람의 대표적인 저서 《논어》와 《손자병법》의 이 두 권의 책만이라도 1,000번 이상 읽는 다면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앎에 이르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이룰 것이다. 끝.

 

사진출처: 소설 손자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