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소설 손자병법 제2권 / 정비석 장편소설 / 고려원

물조아 2013. 12. 25. 11:23

 

 

비록 군주라 하더라도 민중의 뜻을 알아서 즐거움을 민중과 같이 누리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일이 없고, 괴로움을 민중과 같이 나누면 따르지 아니하는 자가 없다는 옛말이 있다.

 

싸움이란 이기려고 하는 것이지, 질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싸움을 걸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전쟁이 일단 시작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쟁은 이겨 놓고 보아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성즉군왕(成則君王)이요, 패즉역적(敗則逆賊)이라는 모순된 논리가 전쟁에서만은 만고의 진리처럼 통용되어 오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용병책(用兵策)의 최상의 방법은, 적의 계략을 간파하여 그것을 미리 쳐부수는 것이요, 그 다음은 적을 고립시키기 위해 친교국과의 이간책을 쓰는 것이요, 무력으로 적을 직접 치는 것은 하책이다.

 

행동 통일을 못하는 군대는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오합지졸에게는 패배와 죽음만이 있을 뿐, 승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병의 원리를 모르는 돌팔이 의사는 몇 만 명의 환자를 다루어 왔어도 병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쟁을 감정으로 일으킬 수는 있어도, 감정으로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이옵니다. 전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승리에 있으므로, 확고한 승산이 없이 전쟁을 서두르는 것은 마치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전쟁은 오래 끌면 끌수록 군사들이 피로해지고 국가의 재정이 탕진되어 이겨 보았자 이긴 보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승자라고 해서 무슨 일이나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일 것이오. 패자는 패했으니까 어떤 망동을 저질러도 너그럽게 보아 넘길 수 있지만, 승자의 망동은 반드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오.

 

물은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서 결국은 커다란 바다를 이루게 되지만, 불은 위로만 타올라서 결국에는 재가 되어 버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옵니다.

 

훌륭한 농부는 좋은 씨를 골라서 뿌리지만, 반드시 수확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훌륭한 목수는 솜씨가 뛰어나지만 그가 만든 물건이 반드시 사람들의 마음에 든다고는 볼 수 없다. 군자는 도를 닦고 조리를 바로 잡으려고 할 뿐이지, 남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느니라.

 

손무는 전쟁이란 허황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실하였다. 병법 연구에만 열중했을 당시에는 오직 전쟁만이 천하를 좌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을 몸으로 겪고 보니, 천하대세는 전쟁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운명이라는 힘에 의하여 변화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절실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