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J.M. 데 바스콘셀로스 지음/김선유 옮김
어느 날 슬픔이란 것을 발견한 꼬마 ‘제제’의 이야기!
황폐해가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정의 세계를 동심으로 구제하기를 호소하며 삶의 강한 의욕과 인간의 따뜻한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조금 자라 차츰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눈치를 보이자 식구들은 내가 장난꾸러기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로는 나에게 항상 「말썽꾸러기」 「강아지 같은 놈」 「털도 나지 않은 고양이」 등의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나는 에드문드 아저씨를 또 한 번 껴안아 드렸고 약속한 망아지를 얻었다. 아저씨는 내 작은 턱을 만지시며 감격에 들뜬 목소리로
“오! 넌 정말 큰 인물이 되겠구나. 요 장난꾸러기야, 너를 제제라고 부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구나, 너는 우리를 밝고 아름답게 비춰 줄 태양이며 별빛이 될 거야, 제제!”
또또까 형은 달빛 망아지를 들어 보였다. “그래 형! 형은 어떻게 뭐든지 그렇게 잘 만들지? 닭장, 새장, 울타리와 문짝까지 말이야”
“제제, 그건 모든 사람이 다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나 박사가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도 배울 생각이 있으면 배울 수 있어”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형을 불렀다. “형 같이 나가 볼까?” “너나 나가봐” “그래, 나 혼자 나가 볼게” 난 방문을 부푼 마음으로 열고 나갔다. 허지만 실망해할 나를 기다리듯 운동화는 텅 비어 있었다.
또또까 형이 눈을 부비며 따라 나왔다. “그것 봐, 제제 내가 뭐라고 했니?” 허전한 마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나를 울렸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증오와 슬픔 바로 그것이었다. 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왜 우리는 가난한 아빠를 갖고 있는 것인지, 그건 아주 나쁜 일이야”
이렇게 말하며 온동화를 바라보는데 나의 눈앞에 슬리퍼가 보였다. 아빠가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아빠의 눈은 슬픔에 젖은 채 켜져 있었으며 마치 방구시내에 있는 영화관의 화면같이 보였다. 너무 슬퍼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쓰라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지나가셨다.
형과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서 있기만 했다. 아빠는 옷장 위에 있던 모자를 집어 들고 밖으로 말없이 또 나가 버리셨다. 그때서야 형은 내 팔을 때리면서 “제제, 넌 나쁜 녀석이야, 뱀 같이 고약한 녀석, 그러니까……”
~ 아빠는 식구들 앞에서 나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앉히시고 어지럽지 않도록 서서히 흔들어 주시며 기쁜 소식을 전해 주셨다.
아빠는 계속해서 얘기를 하시면서 수염투성이의 얼굴을 나에게 갖다 대셨다. 옷을 너무 오랫동안 입으셔서 냄새가 많이 났다. 나는 아빠의 무릎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계단에 앉아서 어둠으로 쌓여가는 뒤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가슴속에는 분노 같은 것은 아니지만 소리 없이 끓어오르는 화가 치밀었다. ‘아빠는 무엇 때문에 나를 무릎에 앉혔을까? 아빠는 이제 아빠가 아니야. 나의 아빠는 돌아가셨어, 망가라띠바 기관차가 아빠를 죽였어.’
~ 나는 아빠의 발을 바라보았다. 슬리퍼 사이로 발가락들이 나와 있었다. 아빠도 역시 칙칙한 넝쿨나무이며 늙은 뿌리를 가진 나무였다. 그리고 아빠 나무였다. 그리고 내게는 거의 알 수 없었던 나무였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어, 그리고 네 라임오렌지나무는 그렇게 쉽사리 베어버리지는 않을 거야. 또 그 나무를 베어버릴 때는 너도 알 수 없는 동안에 베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게 돼”
나는 아빠의 무릎을 붙잡고 흐느꼈다. “아빠, 이제는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그리고는 아빠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빠, 오렌지나무는 이미 잘라 버렸어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일주일 전에 잘라 버렸단 말이에요.”
옮긴이의 말
다섯 살밖에 안 된 제제, 부모들에게 받아야할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증오, 멸시, 냉대, 그리고 끝없이 되풀이되는 매질과 눈물겹도록 가난한 생활 속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크리스마스 날조차 선물 한 가지 받을 수 없는 소년은 “아기 예수는 부잣집 아이들만을 좋아하는가 보다”라고 한탄하게 된다.
그러나 소년은 절대 절망하지 않고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속의 작은 새와 라임오렌지나무를 벗하여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도 소년은 혼자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간다. 동네에선 소문난 개구쟁이였으나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없이 마음씨 착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제제에게는 차츰 따뜻하게 온정을 베풀어 주는 정다운 친구들이 생기게 되었고 이제는 결코 외롭지 않게 되었다. 또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삶의 진실 된 목적도 알게 되고 성장을 한다.
저자는 인생에 있어 슬픔을 발견하고 이성을 갖게 되어 마음속의 작은 새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주인공 제제를 통해 인간은 인생의 양면성을 발견함으로써 동심의 세계를 떠나는 순간이라 제시해 주고 있다. 끝. 201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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