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회식에서 총대 멨다가 지방 발령 난 김과장… 그가 몰랐던 '항의의 기술', 몰아붙여서는 백전백패 상사 이기겠다 생각말고 의견 개진한다는 자세를, 이메일 항의는 惡手 직접 대면하는 게 좋아
대기업에 다니는 김영준(36·가명) 과장은 얼마 전 느닷없이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회식 자리에서의 '사건'이 화근이었다. 그는 올 초 성품이 나빠 직장 내 '공공의 적(敵)'으로 통하는 상사에게 회식 자리에서 불만을 표했었다. 동료를 대표해 총대를 멘 것이었다. 후배들 사이에선 일약 영웅이 됐지만 조직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는 어느새 '인내심 부족하고 인화력 부족한 직원'으로 낙인 찍혔다. 결국 김 과장은 항의 한 번 했다가 '유배' 신세를 자초하고 말았다.
상사나 동료의 불합리한 처우와 일처리에 항의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 아니다. 그러나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인사평가권이라는 무시무시한 칼자루를 쥔 상사에게 잘못 항의했다간 본전도 못 뽑기 십상. 상대의 기분을 덜 상하게 하면서 할 말은 하는 법은 없을까.
■아니꼽더라도 일단 상대를 띄워라
공문선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대표는 "일단 긍정적인 단서를 붙여 상사를 향한 포문을 열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앞으로 크게 되실 팀장님께서 이러시면 되시겠어요?', '제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팀장님이 그러시면 안 되시죠~' 등 농담성 아부 멘트로 시작해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라는 것. 상대가 빈말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을 열게 된다.
넉살 부족한 타입이라면 '팀장님 말이 옳습니다' 정도로 운을 뗀 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는 말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좋다. 이정숙 '유쾌한 대화연구소' 대표는 "조직인인 이상 상사를 이기겠단 생각은 하지 말라"며 "의견을 개진한다는 마음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게 아니라', '하지만' 등은 피해야 할 단어라고 지적했다. 상대의 말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줘 듣는 사람이 마음을 닫게 만든다.
상사가 신뢰하는 제3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공 대표는 "부장과 우호적인 타부서장에게 도움을 청해 부장에게 문제를 귀띔하게 하면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항의에도 2대8 법칙이 있다
"가슴에 쌓인 말 다 쏟아내고 끝장 봐야지." 많은 이들이 상사에게 항의할 때 이렇게 마음먹는다. 김성형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는 "욱하는 심정에 오늘 보고 안 볼 사람처럼 상대를 몰아붙여선 백전백패한다"며 "항의에도 2대8 법칙이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와 감정을 분리한 뒤 하고 싶은 말의 20%만 풀어놓아야 한다. 사회 경험이 많은 상사들은 20%만 짧고 굵게 말해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다.
대화의 전체를 항의로 도배해서도 안 된다. 앞부분의 80%는 '요즘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로 에둘러 말하다가, 마지막 20% 지점에서 '팀장님께서 이렇게 해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핵심을 말하는 게 좋다.
■이메일 항의는 되도록 피해야
전문가들은 "이메일 항의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증거로 남아 자충수가 되기도 하고, 곡해의 여지가 많아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이 대표는 "통계적으로 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로 하는 것은 7%밖에 안 되고 93%가 보디랭귀지"라며 "껄끄러운 항의라면 더더욱 직접 대면해서 말해야 한다"고 했다. 공 대표는 "남자는 시각이 발달한 반면 여성은 귀가 발달했다"며 "여자 동료 간의 항의는 반드시 말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정 이메일을 쓰고 싶다면 한 번 대화한 뒤 정리 차원에서 보내는 게 맞다.
남자 부하직원이 여자 상사에게 항의할 때는 '과정'을 말해야 한다. 남자들은 결과 중심인 반면 여자들은 과정 중심이어서 교감할 시간이 필요하다. 여자 부하직원이 남자 상사에게 항의할 때는 따지는 듯한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공 대표는 "남자들은 여성 직장인들이 '조직과 개인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팀장님을 아버지(오빠)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린다'는 식으로 동료애를 내세우라"고 말했다. 여자 직원이 여자 상사에게 항의할 경우엔 사적인 자리에서 하지 말 것. 공 대표는 "남자는 직장 밖에서도 상하관계가 명확하지만 여자들은 직장을 나서면 사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며 "여자 상사는 아래 직원들이 공식적이고 깍듯하게 대해주는 걸 의외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사진: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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