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69> [중앙일보] 부처·예수 삶도 마찬가지 … 고통이 우리를 자유롭게해
#풍경1 : 고타마 싯다르타(부처)는 출생 1주일 만에 어머니를 잃었죠. 이모가 그를 키웠습니다. 싯다르타는 ‘나로 인해 엄마가 죽었다’는 자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겠죠. 어쩌면 인도의 밤 별을 헤며 숱하게 “엄마!”를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경전에는 그가 어릴 적부터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남달리 깊은 눈을 가졌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유년기의 싯다르타, 그는 엄마에 대한 상실감을 가슴에 안고 자랐던 겁니다.
#풍경2 : 신약성경에는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태어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목수였던 요셉은 그의 친아버지가 아니었죠. 당시 유대인의 관습은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은 여자는 돌로 때려 죽이기도 했습니다. 예수가 살았던 나자렛의 동네사람들 누구도 ‘예수는 동정녀의 아들’ 혹은 ‘예수는 하나님(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진 않았겠죠. 그러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유년기의 예수, 그에게 출생의 비밀은 큰 짐이 아니었을까요.
#풍경3 : 공자의 아버지 공흘은 노나라 하급 무관이었습니다. 아내와 자식이 있었죠. 딸은 많았으나 아들은 하나였죠. 그 아들이 너무 부실했답니다. 혼란한 춘추전국 시대에 대가 끊길까봐 우려하던 70세의 공흘은 16세 처녀 안징재를 맞아들였죠. 나이 차이만 54세였습니다. 그리고 공자를 낳았죠. 공자가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스물네 살 때는 홀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늘 효(孝)를 강조한 공자였지만 정작 자신은 뼈에 사무치는 아쉬움을 안고 자랐던 겁니다.
#풍경4 :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는 유복자였습니다. 그가 태어나기 몇 주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죠. 여섯 살 때는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양친을 잃은 무함마드는 할아버지 집으로 갔습니다. 여덟 살 때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죠. 그래서 숙부의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상인이었던 숙부를 따라 험난한 사막을 횡단하곤 했죠. 무함마드의 유년기는 힘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을 두려워 합니다. 내 삶에 번뇌가 닥칠까봐, 내 가슴에 아픔이 박힐까봐 겁을 내죠. 그런데 불교, 기독교, 유교, 이슬람교 창시자들의 유년기에는 상당한 고통과 번뇌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감을 안은 채 어릴 적부터 ‘인간의 삶, 인간의 죽음’을 피부로 절절하게 느끼며 자랐으니까요.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게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그럼 종교적 깨달음을 위해선 ‘힘겨운 유년기’가 필수적인 조건인가?” 그러나 관건은 아버지에 대한 결핍이나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이 아닙니다. 그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거죠. 핵심은 이들이 가졌던 ‘고통과 번뇌’라는 덩어리입니다.
왜냐고요? 그 덩어리는 ‘삶의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이죠. 번뇌의 덩어리는 엉킨 실뭉치입니다. 그걸 한올씩 한올씩 풀면서 우리는 이치를 터득하는 겁니다. 나와 상대,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이치 말이죠. 그 과정에서 지혜가 성장하는 겁니다. 그런 지혜의 힘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죠.
주위를 둘러 보세요. 더 많은 번뇌를 풀었던 사람이 더 지혜롭습니다. 더 큰 고통을 이겼던 사람이 더 강합니다. 더 깊은 아픔을 지나왔던 사람의 시선이 더 깊습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던 중국의 육조 혜능 대사는 이렇게 말했죠. “번뇌가 곧 보리(菩提·깨달음의 지혜)다.” 게송도 남겼습니다. “번뇌의 집 가운데 모름지기 항상 지혜의 해가 뜬다.”
엉킨 실뭉치(번뇌)가 없다면 지혜를 뽑아낼 기회도 없는 겁니다. 그러니 겁 내지 마세요. “번뇌여! 오지 마라” “고통이여! 저리 가라” “아픔이여! 오지 마라”며 후들후들 떨지 마세요. 풍경 속 주인공들은 말합니다. 번뇌를 통해 나를 밝히고, 고통을 통해 나를 밝힌다고. 그렇게 밝히고, 밝히고, 밝혀가다가 내 안이 ‘확!’ 밝아지는 거라고. 각 종교의 창시자들도 그렇게 내 안을 밝혔던 이들입니다. 결국 번뇌가 우리를 성장케 하는 거죠. 그러니 힘을 내세요.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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