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제임스 더버/안정효

물조아 2009. 6. 22. 23:24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제임스 더버/안정효/도서출판 서연 1990.3.15


1. 별난 사람들 ○ 닥터 말로우, “돈이란 선수를 치는 사람이 따게 마련이야” 방을 나오려고 하니까 그는 나를 불러 옷장 위에 놓인 양철 상자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것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는 기운이 없어 떨리는 손으로 상자 속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찾던 것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나에게 주었다. 그것은 겉보기엔 25센트짜리 동전이었는데 양쪽이 다 앞면만 있었다.

 

“내기를 걸 때 절대로 다른 사람이 앞이냐 뒤냐를 대지 못하게 해라, 지미야.” 낯익은 광채를 눈에 희미하게 내비치고 가까스로 킬킬거리면서 닥터가 말했다. 양쪽이 다 앞면밖에 없는 그 25센트짜리 동전을 나는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나는 그 동전이나 닥터 말로우라면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언제나 끊임없이 나에게 자극을 주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2. 우리시대의 우화 ○ 늑대와 소녀


어느 날 오후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 바구니에 먹을 것을 담아 할머니에게 가져다주는 어린 소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대요. 마침내 꼬마 계집아이가 정말로 나타났는데, 그 아이는 음식 바구니를 들고 있었죠. “그 바구니를 할머니한테 가지고 가는 길이겠구나?” 늑대가 물었지요. 어린 소녀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늑대는 할머니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지요. 그 말에 소녀가 대답을 해주자, 늑대는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할머니의 집으로 가서 문을 연 소녀는 잠옷에 침실용 모자를 쓰고 누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어요. 소녀는 침대에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벌써 그것이 할머니가 아니라 늑대라는 걸 알았는데, MGM 영화사의 사자가 미국 대통령과 별로 닮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아무리 모자를 썼다고 해도 늑대가 할머니처럼 보일 리야 없겠죠. 그래서 소녀는 바구니에서 권총을 꺼내 늑대를 쏘아 죽여 버렸답니다.


3. 밤을 읽는 사람들


○ “~ 난 이것저것 기억해두기도 하는 사람이지, 나에게는 사용해서 낡아빠진 세월이 한 호주머니에 가득하다네, 그러다 보면 로비에 나와 앉아서 한심하고 늙은이 같은 소리나 하게 되지.” ○ ~ 어디에서 종말을 맞게 될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주 즐겁게 지내리라. ○ 옷장 서랍 속을 더듬는 손처럼 내 마음 속을 휘저어놓고 그 안에서 무엇이라도 끄집어낼 만큼 내 의식에 영향을 줄 성품을 비둘기는 지니지도 못했고,


○ 그녀가 그와 결혼했던 까닭은 그가 7년 동안 한 주일에 두 번씩 구혼을 계속했고, 그녀가 마음에 두었던 남자도 따로 없었던 터였기 때문이었으며,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 조용조용히 삶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듯, 더버는 우리 주변의 삶을 산뜻하게 그려낸다. 그가 수많은 독자를 얻게 된 까닭은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 때문이었으며,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통찰력도 뛰어났다. 대부분이 1930년대와 40년대에 쓴 이 작품들은 이미 현대 고전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예술성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호소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는 상식을 뛰어넘는 큰 그림을 그려내는 것 같지만, 그런 모든 것에 대한 이해는 되지 않지만 생각의 일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12.3  '1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