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설득하려 하지 말고 물어라

물조아 2009. 5. 26. 20:12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거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는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듣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습관은 “왜 사람들이 나만 미워하지?”라는 하소연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화술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그는 화술이 능란하다”거나, “교묘한 화술에 넘어갔다”는 등 화술은 교묘한 말재주를 의미한다. 화술에 대해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보니 화술은 진솔한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꽁수라고 폄하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화술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조차도 적절한 화술로 표현되지 못하면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다. 화술을 폄하하거나, 우습게 보는 사람은 말이 스스로의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 많은 경우 잘못된 말은 잘 나가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우리가 세상만사에 대해 아는 것은 제한적이다. 많은 사람이 상대를 만나면 먼저 자신이 아는 것부터 설명하려고 든다. 그러나 상대의 목표와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하기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적절한 질문은 어떤 명쾌한 설명보다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질문을 받으면 답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는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자기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설득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남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스스로 말하고, 생각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말에 가장 강력하게 설득되기 마련이다.


질문은 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적절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도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잠시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을 하면 말이 오가는 속도가 느려지므로 보다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질문한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늦추고 상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게 되므로 일방적인 자기 설명보다 효과적이다.


질문을 가장해서 주장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교묘히 자신의 주장을 담은 질문은 상대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예기치 못했던 분노를 불러오게 된다. 예를 들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문제점에 대해 상담하는 팀원과의 대화 중 "그럼 그 문제는 그냥 그렇게 접어 둘거니?"라고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은 상대에게는 "그렇게 미숙하게 처리해서는 안되지! 어떻게 해서든 빨리 해결해야 하잖아"라는 식의 책임 추궁으로 들리기 쉽다. 이럴 경우 상대는 그 즉시 방어 자세로 들어가게 된다. 설득하거나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기 위해서 질문해야 한다.


대화가 자유롭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했을 때 대답이 ‘예’ 또는 ‘아니요’로 나오는 것이 닫힌 질문이다. “질문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처럼 열린 질문은 상대방이 다양하게 탐색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이다. 많은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열려 있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열린 생각을 자극한다. 좋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좋은 질문은 열려 있다.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사표현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고 질문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마련이다. 한국일보 전문가 칼럼 오익재  [대인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