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률 30%대를 넘기며 종영한 MBC 드라마'내조의 여왕' 덕분에 '내조'라는 말이 새삼 많이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아내가 집안일을 잘 다스려 남편을 돕는다'는 의미의 '내조'는 양성 평등의 시대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내포한 단어이기도 하죠. 그래서 요즘은 아내와 남편이 서로 돕는 '내외조'또는 '공조'라는 말로 바꿔 부르기도 합니다.
부부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서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내외조야말로 진정한 부부 사랑의 첫걸음이겠죠. 마침 21일은 '둘이 만나 하나(2+1)'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제2회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내조와 외조의 비법을 젊은 부부들에게 들어봤습니다. 한 수 배워보시겠습니까?
■ 개다리춤도 좋다, 남편을 웃길 수 있다면
서울 불광동에 사는 결혼 15년차 강순남, 박열씨 부부. 이들은 누가 보면 창피할 수도 있는 비밀스러운 내외조를 신혼 때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맞벌이인 부부는 상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거나 하면 긴 말 하지 않고 무조건 '코믹 댄스' 한 판을 선보인다.
"개다리춤이든, 피트니스춤이든 아무거나 막 춰요. 그러면 힘든 일이 있어도 웃지 않을 수가 없죠. 신혼 때 제가 먼저 시작했는데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강순남) 강씨 부부가 빼놓지 않는 아침 일과는'현관 앞 입맞춤'. 서로 출근길에 힘을 주는 '내외조 필수 메뉴' 란다.
임유진, 김한겸 부부는 결혼 3년차로 서울 홍대 앞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 처음엔 '24시간 동안 얼굴 보며 살면 힘들겠다'는 주위의 말에 걱정도 됐지만 직장에서 얼마나 힘든지 퇴근 후 일일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어서 쉽게 내외조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주말이면 아내가 일어나기 전에 아침을 차려 놓아요. 눈 뜨기 전에 해놓는 게 중요하죠. 일주일 동안 옆에서 아내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기 때문에 쉽게 몸이 움직여져요."(김한겸)
결혼 7년차인 공무원 H씨와 회사원 A씨 부부는 얼마 전 기발한 내외조 방법을 생각해냈다. 인터넷 다이어리 캘린더를 공유하는 것이다. 일주일 혹은 한 달간의 일정을 캘린더에 표시하고, 서로에게 알리고 싶은 약속을 적어두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서로 쉽게 실시간으로 스케줄을 체크할 수 있어서'아, 이번 주에는 남편의 업무량이 많으니까 주말에 푹 쉴 수 있게 해줘야지', 혹은 '아내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으니 설거지라도 내가 해야지' 라며 자발적인 내외조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게 H씨 부부의 설명. 주의할 점은 서로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알려고 했다간 오히려 금슬에 금이 간다는 사실!
■ 먼저 표현하고 '가랑비 전략'을 써라
부부의 내외조는 백년해로를 위한 필수 덕목이다.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한쪽에 치우친 내조가 아닌 자발적인 내외조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해로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전근대적인 남편상에 묶여 외조를 게을리하면 날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아내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힘들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작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책 <하악하악>에서 "내조를 잘하는 아내는 우렁이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남편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남편의 외조가 우선해야 아내의 내조가 따른다고 썼다.
부부의 날 위원회 권재도 사무총장은 "상대보다 무조건 먼저 표현하고 행동하는 게 내외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외조를 잘 안 해주는 남편에게 아내가 무조건 강요하거나 핀잔을 줄 게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외조의 필요성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남편이 아내를 돕다 보면 성에 차지 않아서 '관두세요'라고 핀잔을 주는 아내들이 많은데, 이러면 외조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내외조를 하더라도 상대가 원치 않는 걸 해준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부부클리닉 마음과 마음의 윤인순 연구원은 "특히 사회생활에 대한 내외조를 할 때는 넘어선 안 될 선을 지켜야 한다"며 "부부간에 상의 없이 이뤄지는 내외조는 통제를 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평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받고 출퇴근 때 문에서 배웅하고 맞이하는 등 작은 생활 예절만 지켜도 큰 내외조가 된다"고 말했다.
■ 기 살려주는 칭찬 릴레이가 최고
사람들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내외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남녀 커플매니저 37명이 말하는 '받고 싶고, 주고 싶은 내외조' 사례를 들어봤다.
대체로 여자들은 숙취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챙겨주고 회사 생활을 잘 이해해주는 남편을 최고로 치며, 남자들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꼼꼼히 챙겨주는 아내에게 감동한다고 말한다.
"아내가 회식한 다음날 아침 남편이 콩나물해장국을 끓여주고 남편의 회식 날엔 대리운전 대신 아내가 직접 운전해주는 게 최고의 내외조가 아닐까요. 출근 전에 아내를 위해 청소기를 돌려주는 남편이라면 최고죠."(설희진 등)
"남자들이 원하는 최고의 내조는 비상금을 잘 모아뒀다가 정말 어려울 때 '여보 걱정하지 말고 힘내'하며 통장을 꺼내 보이는 모습 아닐까요."(한효정 등)
남편과 아내의 기를 살려주고, 특히 능력이 출중한 아내에게 거침없이 투자를 해주는 남편의 외조에 감동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뭐니뭐니해도 남편의 기를 살려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게 최고의 내조, 항상 예쁘다고 아내에게 말해주는 게 최고의 외조이죠."(제시카 리 등)
"제가 아는 부부는 남편이 해외로 발령이 나서 외국에서 살았는데,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집을 처분하고 학비를 대줬어요. 남편은 해외 근무를 마치고 먼저 돌아왔고,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아내는 박사학위까지 받아서 지금은 종합병원에서 연구직 박사로 일해요. 확실한 외조 아닌가요."(한유숙) 한국일보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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