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일사일언] 상대의 습관을 외우자

물조아 2009. 5. 22. 00:06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내가 아는 어떤 부부는 겉으로 봐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부인은 명품을 좋아하고 뭘 입어도 패션모델처럼 멋이 난다. 반면 남편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촌스러운 차림으로 다닌다. 성장 배경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콩달콩 잘 산다.


반면 연애도 오래 했고 둘 모두 똑똑한 사람들인데도 늘 부딪히고 싸우며 사는 부부도 있다. 그들은 서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면서 "당신은 왜 그러느냐,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아내는 휴대전화가 울리면 보통 10~20분은 통화를 한다. 옆에서 듣던 남편이 참지 못하고 "왜 전화로 수다를 떠느냐?" 한마디 한다. 결국 또 싸움이 된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아야만 하는 사이라면 서로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외워야' 한다.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기 성격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겠지만, 남의 성격까지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사는 사람이야" 하고 그 사람의 행동과 습관을 외우는 편이 낫다.


상사와 부하 관계, 남녀의 연애에서도 외우기는 효과적이다. 지시를 내리는 상사와 그것을 실행하는 부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 여자와 남자는 같은 말을 쓰면서 살지만, 똑같은 말도 서로에게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상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따지려 들지 말고 그냥 외우는 편이 낫다.


구구단을 외우듯 사람 사이도 습관이 되어야 편해진다. 그렇게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 어려운 상대나 이해가 안 되는 상대가 있을 때는 속상해하지 말고 그 사람의 문법을 그냥 외워보면 어떨까.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