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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삶 살다간 ‘불굴의 산사나이’ 故 고상돈 평전 출간

물조아 2009. 5. 28. 20:47

ㆍ‘에베레스트 등정 한국인 1호’


국민소득 1000달러를 겨우 달성한 1977년. 대한민국이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77 한국에베레스트 등반대’ 고상돈이 7시간20분의 사투끝에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고상돈은 에베레스트에 이어 북미 최고봉 매킨리 등정에도 성공했으나 하산 도중 추락해 사망했다. 79년 5월29일 매킨리 웨스턴 립 능선에서 추락사한 고상돈의 일대기를 그린 인물평전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이 사망 30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사)고상돈 기념사업회가 색바랜 사진과 묻혀진 기록을 찾아내고 산악인들의 좌담회를 거쳐 391쪽 분량으로 펴냈다.


고상돈 기념사업회는 29일 오후 3시30분 한라산 1100고지 고상돈 묘역에서 추모제를 봉행한다. 이 자리에는 부인 이희수 여사를 비롯해 가족과 산악인들이 함께한다. 그의 유해는 경기도 광주 한남공원묘지에 안장됐다가 80년 10월17일 한라산 횡단도로변 1100고지로 이장됐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도 연다. 이 책은 짧지만 굵게 살았던 영웅의 일화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의 감회를 들려주고 있다. “캠프 5를 떠난 지 4시간 만에 남봉에 도착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칼날 능선이라는 장애물이었다. 약 50m 길이의 이 칼날 능선은 너무나 뾰족하여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아찔했다.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고상돈은 심장이 터지고 어깨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겪었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세계의 지붕, 그 마지막 땅덩어리는 1평 남짓한 좁은 면적이었다고 쓰고 있다. “작은 언덕 3개를 넘었다.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였다. 다시 결사적으로 올랐다. 더 오를 곳이 없다. 두리번거리며 정상을 찾았다. 낮 12시50분. 벅찬 감정을 억누르고 ‘여기는 정상’을 외치면서 본부를 불렀다.” 대한산악연맹은 이날을 기념해 9월15일을 산악인의 날로 지정했다.


고상돈은 제주에서 태어나 30년의 짧은 인생을 극한의 세계에서 보냈다. 청주상고를 졸업한 뒤 은사의 권유로 충북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산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등반 중에도 체력 단련 기구를 갖고 다니며 훈련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 우리나라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포함됐다.


고상돈의 딸 현정씨는 “어린시절에는 ‘어차피 내려올 것을 왜 굳이 오르려 할까’라는 유치한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다”며 “아버지에게 있어 산은 지구상의 그 어떤 대상보다도 강렬한 삶의 에너지와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매개체였다”고 회고했다.


박훈규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산악 영웅 고상돈이 가신 지도 30년이 흘렀다”며 “에베레스트와 매킨리 등반을 포함해 짧지만 굵은 그의 인생 여정과 빛나는 삶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제주 | 강홍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