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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 당신들이나 잘하세요’

물조아 2009. 2. 26. 21:13

ㆍ“떼법 청산” 외치는 정부·정치인 ‘법질서 경쟁력’ 엉망 ㆍ66개국 중 각각 35위·49위… 일반 시민은 22위


‘법질서 준수’와 ‘떼법 청산’을 내세우며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던 정부의 법질서 준수 경쟁력이 일반 시민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산업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법질서 경쟁력 평가지표 개발 및 활용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질서 경쟁력은 평가 대상국 66개국 가운데 중위권인 36위(49.91점)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에서는 최하위권인 22위에 머물렀다.


부문별로는 시민의 법질서 경쟁력(22위, 70.47점)이 가장 높았고 정부(35위, 47.24점), 기업(42위, 45.85점), 정치인(49위·36.09점)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의 법질서 경쟁력은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부패수준(50위)과 국제경쟁력(62위), 해외경험(51위), 국회 입법의 효과성(57위)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 경쟁력은 인도네시아·콜롬비아와 비슷한 수준이고 대만(27위)과 남아프리카공화국(32위)보다 낮았다. 뇌물 제공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22위), 관료의 뇌물 및 부패수준(34위), 외국기업과 국내기업 간의 차별정도(36위) 등은 평가대상국 가운데 중·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부의 의사결정과 정책의 효과(51위), 정부의 노사문제 개입(52위), 정부 중재의 공정성(56ㅋ위)은 하위권이었다.


반면 시민 부문은 정치인과 정부 부분에서 대부분 나라들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약집행 소요시간은 최상위권(4위)에 올랐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18위), 재산권에 대한 보호(19위) 수준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과 법무부 등이 강조하는 ‘떼법 청산’과 연관돼 있는 ‘공공질서의 유지 및 준수 정도’는 23위, ‘범죄 및 폭력에 따른 비즈니스 손실’은 24위를 차지하는 등 정부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의 법질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최근 불거진 여러 사회질서 문제들의 원인이 시민의식보다는 정부나 정치인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사회질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 불심검문, 불법시위 금지와 같이 시민을 계도하는 방식보다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먼저 청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받았다가 보완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 기대와 상반된 결과가 나오자 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용역 결과물이 구체적인 정책 개선 방향을 도출하기 위한 지표로서 부족하고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할 만한 근거가 미흡해 보완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조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