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나는 한국이 두렵다!

물조아 2008. 12. 30. 15:10

나는 한국이 두렵다/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프리 존스 지음/중앙 M&B 2000.9.9


○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를 쫓아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사람, 변화를 이끄는 사람만이 진정한 21세기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미국은 동부 출신들은 자신들이 유럽에서 건너와 처음으로 미국 땅에 정착한 조상들의 후예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정통(original)이라 여긴다. 반면 서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개척자(frontier)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동부 사람들을 고리타분한 보수주의자로 생각한다.


○ 자칫하면 ‘그게 언제 유행하던 이야기인데~’하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한국에서는 그만큼 유행의 속도가 빠르다. 농담뿐만 아니라 패션, 휴대폰, 노래, 책 등 모둔 분야에서 어제까지 모두 열광하던 유행이 자고 나면 사라져 버리고 또 다른 유행이 시작된다.


○ 한국에서 흔히 듣는 격언 가운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유럽 사람들이 자주 입에 담는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된다.’라는 격언과 비교해 보면 한국 사람들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 사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게 무척 안타깝다. 그렇다고 극일이니 뭐니 하면서 일본을 상대로 투지를 불태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은 일본일 뿐이다.


○ 일본 관광객들은 마치 잘 길들여진 순한 양떼와 같아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박물관 같은 곳에 구경을 가도 아무런 걱정이 없단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다르다. 가이드가 아무리 큰소리로 떠들어도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 한국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맞이한 셈인데, 말할 것도 없이 그 새로운 시대의 이름은 ‘인터넷 세상’이다.


○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죽음, 둘째가 세금, 셋째가 경쟁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원래 이 말은 미국의 정치가 겸 저술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그는 죽음과 세금만 이야기했는데 내가 ‘경쟁’을 끼워 넣은 것이다.


○ 세상에는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져야하는 경쟁이 있는가 하면, 경쟁에 참여한 양쪽 모두 이기는 경쟁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상대방을 짓밟고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서로 강해지고 더 큰 성공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원-원(win-win)’ 사고방식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 미국 학교에서는 이른바 ‘에세이 이그잼(essay exam)’이라는 것이 일반화해 있다. 말 그대로 관련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주절주절 풀어내는 방식이다.국에서는 ‘논술 시험’으로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신문에 게재되는 각 대학의 논술문제와 모범답안을 보면 이 역시 학생의 자유로운 사고력보다는 정해진 틀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끼워 넣는가를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미국 지도를 펼쳐보면 동남쪽 끝에 조그만 반도가 하나 붙어 있다 .바로 플로리다 반도다. 중략 한국의 경우는 플로리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5,000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왔다. 위에서는 중국과 몽골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밑에서는 일본이 조그만 힘을 기르면 치고 올라오는 고단한 역사가 반복돼 왔다. 그런 와중에도 지금까지 독립국가로서, 또한 단일민족으로서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은 실로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 한국의 재벌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런 점이다. 예컨대 어느 재벌 그룹의 전자 회사는 반도체를 많이 팔아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다른 계열사, 예를 들면 보험 회사는 해마다 적자에 시달린다. 그러면 전자 회사에서 벌어들인 돈을 보험 회사에 쏟아 붓는다. 결국 전자 회사나 보험 회사 모두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의 재벌 ‘구조’의 문제이지 절대 재벌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 위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본성을 잘 나타내는 주는 것이 바로 이 ‘죽겠다’는 말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죽을’지경에 처해야만 정신을 차린다. 어지간한 위기쯤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한국 사람들은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쳇말로 ‘폼생폼사’다. 이는 다시 말해서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 사람들은 명예를 중요시한다. 미국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저씨가 이놈 하신다.’라는 협박으로 자녀를 키운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며 네 행동을 관리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마라. 남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해라’라는 의미다. 모든 기준이 남의 시선에 있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어머니들은 ‘너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서 꺼림칙한 일이면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행동을 관리하는 동기가 자기 자신에게서 생긴다. 남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의 양심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문제점은 우선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유치한 예지만 보는 사람이 없으면 휴지를 아무 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기업을 상대할 때 나타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한번 내린 결정은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바로 체면 때문이다.


○ 나는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면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나쁜 소식을 빨리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흔히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최고의 찬사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그런 말이 필요 없다. 미국 사람들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고, 내 앞 길에는 아무런 한계도 없으며, 내가 마음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떻게든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상대방이 괴로워하거나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것이 바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적인 협상 무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협상에 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 그런 식으로 하면 오래 못 버틴다.’는 충고를 여러 번 들었다.


○ 나는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큰 강에 비유하길 좋아한다. 조그만 개울이나 계곡을 흘러가는 물은 아주 큰 소리를 낸다. 그러나 강이 크고 깊을수록 물이 흘러가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는다. 끝. 사진 매일경제  '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