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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자꾸 까먹는다고요? 자기만의 기억 습관 만드세요

물조아 2008. 4. 30. 05:16

 

'기억력의 천재' 에란 카츠씨에게서 듣는 기억력 향상법

 

휴대폰을 어디에 뒀지?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누구지? 남 얘기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건망증. 나이·성별·직업 불문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요즘 사람들의 기억력은 점점 더 저하되고 있다.


'메가 마인드 메모리 트레이닝' CEO이자 기억력의 천재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에란 카츠(43·사진)씨는 "머리를 쓰지 않고 컴퓨터 단축키만 사용하면 뇌의 기억 용량이 줄어든다. 뇌를 활성화하려면 기억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이스라엘인인 카츠 씨가 주로 사용하는 기억법은 '기마트리아(Gimatria)'라고 불리는 고대 유대인의 연상훈련법. 암기해야 할 숫자나 단어들에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킨 뒤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연쇄적으로 기억해내는 방식이다. '슈퍼기억력의 비밀'(황금가지) 출간을 기념해 한국에 온 카츠 씨를 만나 직장인을 위한 기억력 증진법에 대해 들었다.


기억력도 습관, 열쇠 던질 때 1초만 생각하라


툭하면 자동차 키를 찾아 헤매거나 지갑이 없어 허둥댄다면 "행위와 기억을 연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열쇠를 던져둘 때 1초만 주의를 기울이세요. '이곳에 열쇠를 던져뒀어' 하고 의식하는 거죠. 열쇠를 소파에 올려놓았다면 소파가 녹슨 열쇠 때문에 얼룩이 지는 상상을 해보세요." 자기만의 기억 습관도 만들 수 있다. "문을 잠그고 나서 문을 2번 두드리는 습관을 들이면 외출 시 문을 잠갔는지 안 잠갔는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맥락을 유추해 기억하는 훈련도 효과적. "주차할 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 커다란 나무나 눈에 띄는 빌딩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거죠." 다이어트 방해 음식을 상기해내는 것도 연상 훈련으로 가능하다. "아이스크림은 참을 수 없는 과민성 대장 복통으로, 과자는 그 속에서 벌레가 나오는 모습으로 연상시키세요. 사탕을 사랑니 뽑던 날의 악몽과 연상시키면 먹고 싶지 않겠죠."


"저 사람이 누구였지?" 얼굴 특징과 이름을 연결하라


카츠 씨는 "기억력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얼굴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숫자를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듯 성향과 관심에 따라 자신이 더 잘 기억하는 분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기본은 관심 갖기. 타인의 얼굴과 이름을 곧잘 잊어버리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카츠 씨는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대화 속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부르라"고 조언한다. ▲그런 다음 옷차림이나 외모에서 특징을 찾아내 이름과 연상시킬 것. 닉네임을 만들어 명함에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하는 것도 좋다. ▲사무실이 아닌 해변, 슈퍼마켓, 파티장에 서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방법. "유치하다고요? 길에서 전혀 다른 차림의 그를 만나게 되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겁니다."


프레젠테이션이 겁난다? 내용을 다 외우지 마라


프레젠테이션 할 때 갖게 되는 두려움의 90%는 자신이 말해야 할 내용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데서 시작된다. 카츠 씨는 "그렇다고 내용을 모조리 외우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단어 하나를 잊어버리면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까지 연쇄적으로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서론→결론→본론 순으로 무엇을 말할지 대강의 줄거리를 정한 뒤 ▲내용의 중심 단어들을 뽑아 서로 연상시켜 기억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미리 회의실을 둘러본 뒤, 창문·화분·TV·액자 등 그곳에 있는 사물에 자신이 전해야 할 메시지의 키워드를 연결해 놓고 시계방향, 혹은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기억해내는 방법이다.


질문해서 얻은 지식이 오래 간다


카츠 씨는 "노벨상 수상자의 40%가 유대인인 것은 그들이 특별한 머리를 타고나서가 아니라 기마트리아식 기억 훈련법과 질문·토론 일색의 교육방식에 있다"고 주장한다. "교실에선 언제고 학생들이 논쟁을 펼쳐요.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무엇을 배웠니?' 대신 '오늘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묻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카츠 씨는 "대화와 토론에 적극적인 사람들의 기억력이 훨씬 높다"면서 "질문하고 토론해서 얻는 지식은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메모도 뇌의 노화를 늦춰준다. 글자로 받아 적으면서 한 번 더 생각하기 때문. 단, 문장으로 완벽하게 메모하면 오히려 기억을 감퇴시킨다. 뇌가 메모에 의존해 기억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 단어만 적은 뒤 메모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 위해 뇌가 움직이게 해야 한다.


공부하기 전에는 10분간 신문을 읽어라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카츠 씨의 다음 충고를 듣자. ▲공부는 새벽이든, 밤중이든 자신의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에 하라. ▲서재나 독서실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공원도 좋죠. 제 경우 너무 조용하거나 시끄러워도 공부가 잘 안 돼서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했답니다." ▲곧바로 공부하지 마라. 시작 전 뇌의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10분 정도 재미난 신문 기사를 읽으며 워밍업 하세요." ▲쉬는 시간엔 산책하라. 기억력 향상에 가장 도움 되는 운동이 걷기다.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당근과 고구마도 즐겨 먹어라.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