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와 링크나우, '인디라이터 북페어' 개최, 지난 4월 24일 저녁 7시. 인맥 구축 서비스 사이트 링크나우(www.linknow.kr)와 교보문고는 일반인들에게 출판과정을 소개하고, 예비작가에게 전자책 출판 기회를 주는 '인디라이터 북페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를 열었다.
심산스쿨(www.simsanschool.com)에서 인디라이터 반을 개설해 강의하는 배우 명로진씨와 지식노마드 김중현 대표, 교보문고 성대훈 팀장의 출판 과정에 대한 강의와 함께 참가자 120명 가운데 다섯 명을 선발해 출판기획서를 코치해 주는 행사로 진행됐다.
75분의 강의와 90분의 코칭으로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예정했던 행사는 밤 11시 30분이 다 돼서야 끝이 났다. 멀리 대전에서 올라온 참가자는 마지막 기차를 놓쳐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하기도 했는데, 주최 측 스텝 가운데 한 사람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뜨거웠다"며, "반응이 좋아 앞으로 지속적인 행사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정한 마감일 지킬 '근성' 필요
1부 순서인 출판 과정 강의에서 배우 명로진씨는 자신의 책 <인디라이터>에서 소개했던 다양한 글쓰기 전략을 생략하고, 우회적인 강의를 선택했다.
"여러분, 봉골레 스파게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것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어머니가 드실 봉골레 스파게티입니다. 자, 한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상 밖의 질문에 대답도 가지가지. 참가자 이경빈씨는 "우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검색하고, 한 시간 이내에 장을 봐서 재료를 준비하고, 시험 삼아 한 번 만들어 먹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들어서 대접하는 거죠"라며 강사가 원하는 내용으로 술술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죠. 일단 자료를 찾고, 재료를 준비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만들어봐야겠죠. 그런데 친구가 당구 한 게임을 치자고 하거나 어머님이 잠깐 보자고 합니다, 어떻게 하실거죠?"
"죄송하지만 다음에 만나자고 해야죠."
이번에도 강사가 흡족해 하는 대답이 나왔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쓰시면 됩니다. 1년에 이런 저런 경조사 다 빼고, 30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치면, 원고지 800에서 1000매를 채우기 위해서는 매주 26장 이상을 써야 합니다."
스스로 정한 마감일을 못 박아 두고 쓰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인디라이터 반 학생들에게 16주간 매주 원고지 30매를 과제로 내준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카피라이터의 홍대앞 카페 창업기 <낭만적 밥벌이>가 인디라이터 반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책 내는 것을 재료와 요리사의 관계로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요리사가 조리하지 않으면 음식이 되지 않는 것처럼, 제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원고지 1000매를 채울 근성이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책으로 엮이기 힘들다는 얘기다.
출판사가 좋아하는 원고는?
김중현 지식노마드 대표는 출판인은 책 제목으로 말한다며, 자신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설득의 심리학>을 기획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이런 원고를 좋아한다'라는 강의 제목에 맞게, 어떤 기획서가 선택되는지 최근 출판 시장의 경향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하루 평균 10편 정도의 기획서가 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됩니다. 연간 2000편 정도 도착하는데 그 중에서 10편 정도가 책으로 출판됩니다. 독자의 돈을 떳떳하게 받으려면 그만큼 책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분야의 책을 쓸 것인지 결정이 되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대상 독자의 범위를 좁힌 뒤에 유사 도서의 출판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쓸 책의 차별화 된 장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출판사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
출판사는 유행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타켓과 니즈가 분명하고, 경쟁상황을 정확히 판단한 뒤에 컨셉트를 개발한 책을 원한다. 글 쓰는 것 못지 않게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이 컨셉트 결정이다.
김 대표는 "실용서적일수록 저자의 지명도보다는 컨셉트가 중요하다"면서 일반인이 책을 쓰고자 할 때는 "쓰려는 분야의 책 중에 벤치 마킹할 수 있는 책을 한 두 권 정해서 곁에 두고 보라"고 권한다. 글이 막힐 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덧붙여 "실용서적의 경우, 같은 분야의 책을 2권 이상 보는 독자는 드물다"면서 다시 한 번 컨셉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예비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조언들이 이어지자 참가자들의 반응이 진지해졌다.
미루기만 해온 도전, 이제 해보자!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교보문고 디지털컨텐츠 팀 성대훈 팀장은 표지만 봐도 베스트셀러를 알 수 있다며 행사장 분위기를 웃음으로 몰고 갔다. 특유의 유머로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출판시장의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확대될 전자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20명 가운데 다섯 사람에게는 교보문고가 비용을 지원해 전자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부에서 다섯 명의 예비작가에 대한 기획서 심사가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밟는 사람, 대학에서 회계학을 강의하는 사람, 방송대학TV의 카매라맨으로 일하며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열하일기'의 무대를 영상으로 담아온 사람, 아이와 해외여행을 할 때 주고 싶은 어린이용 가이드 북을 기획한 사람, 이탈리아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시각으로 본 가이드북을 기획한 사람 등 다양한 분야의 예비작가들이 자신만의 기획안을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고,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한 참가자들도 자신들의 기획서가 평가되기라도 하듯 지적된 내용을 받아적기 바빴다.
공개적으로 기획안을 평가받을 용기가 없어 신청하지 못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출판사와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걱정하고 있던 차에 참가했던 이번 행사에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원고지를 채워 얼마전 1000매를 넘긴 나에게는 명로진씨의 '800 - 1000매론'이 약간의 응원이 되었다. '샘플원고와 기획안을 들고 먼저 출판기획자와 의논한 뒤에 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김중현 대표의 제안은 그동안 용기가 없어 도전을 미뤄오던 나에게 써 놓은 원고를 다시 배열해 보고, 출판사와 협의 할 수 있는 장점 찾기, 그리고 무엇보다 '출판기획자에게 이메일 보내기'라는 마지막 과제를 안겨주었다.
책날개에 자기 이름을 박고 싶은 사람들, 한 권의 책으로 감동 받은 경험을 다른 이에게도 감염시키고 싶은 사람들, 지인들에게 친필 서명이 들어간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 교보문고에 들러 자기가 쓴 책을 매일 한 권씩 사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디라이터>와 빈 원고지를 함께 권한다. 물론 쿠하모친, 나 자신에게도! OhmyNews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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