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죽었다. 그는 먼 곳의 나비가 날갯짓만 해도 그것이 태풍 혹은 허리케인이 되어 밀려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의 주창자였다. 하지만 ‘나비효과’는 자연현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에도 있다. 이름하여 ‘감동의 나비효과’다.
#일주일 전 출간돼 미국 서점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책이 있다.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다. 지난해 9월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랜디 포시라는 40대 후반의 교수가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했던 마지막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미 그의 강의는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을 감동시킨 바 있다. ‘감동의 나비효과’인 셈이다.
#감동의 나비효과를 자아낸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벽에 부닥치거든 그것이 절실함의 증거임을 잊지 마라. ▶삶을 즐겨라. 즐길수록 삶은 내 것이 된다. ▶솔직하라. 그것이 삶에서 꿈을 이루게 한다. ▶가장 좋은 금은 쓰레기통의 밑바닥에 있다. 그러니 애써 찾아라. ▶당신이 뭔가를 망쳤다면 사과하라. 사과는 끝이 아니라 다시 할 수 있는 시작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어라.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진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라. 감사할수록 삶은 위대해진다. ▶준비하라. 행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몰려온다. ▶완전히 악한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발견하라. ▶가장 어려운 것은 듣는 일! 그러니 사람들이 피드백을 해줄 때 그것을 소중히 여겨라. 거기에 삶의 방향과 해답이 있다.
#손에 든 카드 패를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낙담하고 자포자기하기보다 오히려 그 패를 갖고 어떻게 신나게 놀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랜디 포시는 자신의 삶이 시한부라는 사실에 위축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 역시 그때를 알지 못해서 그렇지 결국은 시한부 인생 아닌가. 다소 빠르고 늦을 뿐이다. 아니 짧고 길 뿐이다.
#랜디 포시의 홈페이지(http://www.cs.cmu.edu/~pausch/)에 들어가 보면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하루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세 아이들과 신나게 함께 놀아주며 아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북미프로풋볼리그(NFL)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와 함께 그의 등번호 8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공을 주고받으며 운동장을 달리기도 했다. 그는 췌장암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살다 보면 벽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벽이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내가 얼마나 간절히 그 벽을 넘어서길 원하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음이 존재하는 까닭은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랜디 포시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그 무엇도 탓하지 않았다. 암에 걸린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듯 자신의 다가오는 죽음마저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혹은 절망도 일찌감치 버렸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알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살며 끝까지 사랑하고자 몸부림쳤고, 지금도 그렇다. 어쩌면 그의 생애 최고의 날도 지나간 과거에 있기보다 오히려 오늘, 아니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있을지 모른다. 랜디 포시! 그는 살아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게 죽어가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정진홍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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