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신은 위대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440쪽, 2만5000원
우리 사회는 지난해 종교와 관련해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을 겪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개신교 자원봉사자들이 무슬림 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던 바로 그 일 말이다.
이 사건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을 강타했던 알카에다의 공격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 배타성과 폭력성, 반인간성과 반문명성에 대한 각성이 한창인 가운데 벌어진 것이어서 우리도 ‘세계적 종교적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그만큼 충격도 클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도 종교(신)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자 하는 노력의 한 현상으로 각종 종교 비판서적이 소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비롯해 도미닉 크로산의『예수』, 얼 도허티의 『예수퍼즐』,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등이 그 예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도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신성한 존재를 끽소리 하지 못하도록 난도질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만큼은 특정인물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혹은 신의 자기모순을 파고든다. 종교(신) 자체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드러냄으로써 종교(신)은 인간과 세상의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저자의 이 같은 태도는 경전의 원전을 바탕으로 한 문헌학과 해석학, 문화인류학 등을 도구로 활용한 크로산이나 도허티의 접근방법은 물론 다윈의 진화론을 근간으로 하는 도킨스의 자연과학적 접근방법을 두루 동원했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의 저작과 차별된다.
저자의 신에 대한 회의 출발점은 다소 유치한 듯이 보이지만 “사람들이 끊임없이 기도를 드리는데 왜 효과가 없는 가?”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들 앞에서 자신을 죄인이라고 계속 조아려야 하나?”였다. 지금 그의 결론은 한마디로 “종교는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이다.
저자는 이 논의를 위해 신이나 종교의 이름 아래 치러진 십자군전쟁, 나치 및 파시스트와의 타협, 보스니아<2024> 다르푸르 등의 인종청소, 9·11과 자살폭탄테러 등등의 잔학행위와 문명파괴 행위에 대해 수많은 예를 들어가며 열거한 뒤 유일신교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3개 종교의 근본인 경전들의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막말로 TV나 자동차, 비행기를 구경은커녕 꿈조차 꾸지도 못했던 시절 아랍지역 사막을 무대로 생겨난 하찮은 ‘지혜’라는 것이다.
각종 게놈을 읽어내고, 블랙홀까지 찾아 우주의 기원 운운하는 마당에 아직도 동정녀나 찾고 부활을 믿는 황당한 믿음을 근거로 인성과 세상을 망치고 있는 종교(신)에 대해 저자는 한 없이 분노한다. 9·11 사건 때 미국의 저명한 목사인 팻 로버트슨과 제리 폴웰은 “미국이 동성애와 낙태에 굴복한 때문”이라고 하고, 뉴올리언스 홍수 때 시장이란 자 역시 “이라크 침공으로 하느님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을 인용, 독자를 흥분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현재진행형인 것을….
저자는 “종교가 그냥 무도덕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부도덕한 존재가 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며 “그 종교의 원래 가르침이 ^순진해서 무엇이든지 잘 믿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 보여주고, ^교리상 피의 희생제물을 요구하고 ^속죄와 영원한 보상 또는 처벌을 명시하고 ^불가능한 임무와 규칙을 강요하고 있다면 분명하다”고 못을 박는다. 그러면서 이 같은 횡포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인류의 견본은 인간 그 자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계몽주의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회의(懷疑)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끊임없이 사용하면 된다”고 가르쳐준다./중앙일보/이만훈 기자
사진출처: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20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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