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있어서 감정보다 큰 적은 없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은 결코 반복하는 법이 없다. 우리는 전형적인 웃음의 희극성에는 반복, 역전, 그리고 일련의 사실들의 중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계적인 반복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상황을 뒤집어 역전이 되어, 역할이 전도되도록 함으로써 희극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어떤 상황이 동시에 일련의 두 사건, 그것도 전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일련의 사건들에 속하면서 또한 아주 다른 두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때는 희극적이다.
웃음에 관한 주된 두 이론으로는 우월 이론과 대조 이론이 있다. 첫째, 우월 이론은 말 그대로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통해 즉 우리에게 고통이나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 일종의 과오나 추악함을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인물에 대해 심적인 우위를 점함으로써 웃는 다는 것이다. 둘째, 대조 이론은 예상과 결과의 불합리한 대조에 의해 웃음이 유발된다고 보는 것으로 가령 몸집이 아주 큰 남자가 애기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우리가 웃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특히 희극작가라면 반드시 무관함과 일치라는 표리부동한 현상에 대해 관객의 관심을 끌려고 끊임없이 애쓴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어떤 동물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동물에게서 인간적인 태도나 표현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체의 태도나 몸짓, 움직임들은 우리에게 한 낱 기계적인 것임을 연상시키는 정도에 정비례해서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사람의 이미지와 기계 장치의 이미지가 보다 완전하게 서로에게 융화되어 있을수록 희극적 효과는 인상적이 되고 만화가의 기교는 완벽해진다.
어떤 사람을 흉내 낸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인격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자동주의의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흉내는 당연히 희극적인 것이 되며 그것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떤 희극적인 효과가 어떤 원인으로부터 기인했을 때, 그 원인이 자연스럽게 보이면 보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더 희극적이 된다.
물질이 영혼의 생명성을 외면적으로 둔화시키고 그것의 운동성을 응결 시켜 결국 영혼의 우아함을 망쳐 놓는 데 성공하게 되면 신체에서 희극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재치와 희극적인 것을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어떤 말이 그 말을 한 사람 자신에 대해서 웃게 할 때는 희극적이고, 제삼자나 우리 자신에 대해서 웃게 할 때는 재치 있다고 간주되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떤 표현이 비유적으로 사용되었음에도 본래의 의미로 이해한 척 가장 할 때 희극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는 우리의 주의가 은유의 실제적 측면에 기울어지게 되면 비유적 의미로 표현되었던 개념은 희극적이 된다. 관용구의 틀에 부조리한 생각을 삽입하면 희극적인 말이 된다. ‘이 검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난 식사 사이에는 일하고 싶지 않다.’ ‘식사 사이에는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역전은 셋 중에서 가장 주목을 덜 받는 방법이다. ‘당신은 왜 내 테라스로 담배꽁초를 버리는가요?’ ⇒ ‘당신은 왜 당신의 테라스를 내 담배꽁초 밑에 두는 겁니까?’ 지는 석양을 보면서 “하늘은 마치 익어가는 바다 가재처럼 검은 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타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엿보게 된 측면, 밖으로 드러나려고 했으나 우리들로서는 천만 다행으로 그러지 않았던 막연한 것들로 혼잡한 하나의 세계 전체이다. 끝.
사진출처: 2012.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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