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것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소질을 지니고 있은 어떤 것을 향해 나아가, 나 자신을 잊고 그 속에 빠져 들어가, 그 안에서 가장 깊은 의미에서의 자기 확인을 행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 소년의 하느님, 즉 전혀 내 자신이 만든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중략 요컨대 나는 나의 하느님을 잃어버린 것이다. 신성이란 것은 이론을 빼버리고 자기 자신의 본질과 의지로써 하느님을 만들어 낼 때 에라야만 비로소 느껴지는 것이다.
그 고요한 밤, 가슴을 누르는 듯한 괴로움으로 나를 엄습한 것은 뒷날의 내 독자적인 존재와 사색을 예고하는 최초의 희미하고 희미한 전율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결코 평화로운 일생이 주어지지 않으리라고 예감하고 있었고, 아울러 투쟁의 자세로 대하면 어떤 고통이라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 자신의 본연의 양심의 소리가 눈뜨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이 정말 자기를 따르고 있는가 부르고 있었고, 중략 나는 이미 사색을 중도에 그치는 것이야말로 지성을 향한 죄라고 생각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용감히 투쟁했다. 즉 신학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철학의 연구에 헌신하리라고 굳게 결심한 것이다. 나는 지적인 착란이 아니라, 도덕적인 착란 상태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행복은 짧았지요, 커다란 행복이란 것은 있어도, 길 다란 행복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은 죄의식에서 이미 해방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의 힘과 끈질김을 스스로 확인했던 것이다. 자신의 의지의 필연성을 깨달은 데서 얻은 두려움을 모르는 힘이었다.
온갖 사랑이란 원래가 비극적이게 마련입니다. 오직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죽고, 불행한 사람들은 사랑에 굶주려 죽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굶주려 죽는 편이 훨씬 더 괴롭겠지요.
인생의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 마치 빛과 그림자의 관계처럼 또한 인생에 대한 권태도 거기에 따라 커지는 법이니까요. 정말이지 인간의 감수성 따위는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완전한 체념 속에 사는 편이 훨씬 좋을 듯해요.
동화 속에서 사랑에 찬 손이 요괴에게까지 인간의 모습을 주듯이 그렇게 그녀의 사랑이 나를 구제한 것이다. 침몰하는 난파선의 마지막 한 토막 나뭇조각이 사람이 사람을 육지 기슭에 까지 실어다 주는 일이 있는 것처럼 나를 몰락으로부터 마지막 순간에 구해 준 것이 그녀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죽음을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구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강제적인 것이라고 느껴 두려워하지만 죽음이란 것이, 내게 있어서만은 더할 나위 없이 나 자신이 진지하게 바라고 있는 정적과 안식의 장소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약간 역설적인 말이 됩니다만 죽음에 의해 이미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게 된다는 것, 그것을 나는 정말로 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인간도 자기 무덤을 눈앞에 놓고서만 참다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도 생각하게 됩니다. 생전에 그를 붙들고 있던 온갖 공포와 희망, 온갖 행복에의 희구, 고통에 대한 불안 등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과 온갖 이기적인 모든 행복의 희망을 관 속에 봉해 버리는 무덤. 그 무덤 위에 비로소 완전한 강한 힘이 다시금 눈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라야만 오로지 자기의 최고 목적을 향해 매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바로 나의 종교이다.
그는 램프를 손에 들고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死者가 아직 그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백해진 입술을 굳게 다물려 했으나 약간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하얀 이가 악물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경련이 일어나 마비되고 알았으리라.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져 있었고, 거기에는 아직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죽음이 이 노인을 편안하게 영원한 잠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그가 최후까지 죽음과 투쟁했다는 것은 명백한 노릇이었다. 그의 표정에서 편안이란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하느님에게의 旅路였던 것이다. 끝.
사진출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10.2.10 / '11.8.18 / 2012.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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