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한비자 상

물조아 2007. 3. 8. 19:44

한비자 상 / 한비 / 자유문고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법가의 개조인 공손앙의 뒤를 이어 법가의 뿌리를 확고하게 굳힌 사상가가 한비이다.


BC 3세기 중엽 뛰어난 학자로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가 초나라 난능(현재 산동성)의 현령자리에 있을 때 그의 문하에 가운데 한비와 이사가 있었다. 이사는 초나라의 국운이 쇠함을 깨닫고 진나라로 가서 객경자리에 앉게 되어 요가라는 모사와 손잡고 한비에게 독약을 마셔 죽게 한다.


참고하고 대조할 아무런 증거도 없이 꼭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확정적이지 않은 데도 그것을 근거로 하여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남을 속이는 일이다.


사치하고 게으른 사람은 가난하기 마련이고, 부지런하고 검소한 사람은 부유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요즘 통치자들은 부자로부터 거두어들여 가난한 민중에게 나눠주어 베풀고 있으니, 이는 노력과 검소함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의 사치하고 게으른 것에 나눠주는 일이 되고 만다.


부모의 사람만으로는 자식을 가르치는데 충분하지 못하여 반드시 고을 관청의 엄한 형벌을 기다리게 된다. 그것은 민중이란 본래 사랑에는 교만 방종하고 위세에는 순종하기 때문이다.


무릇 엄한 가정에는 사나운 노비가 없고, 인자한 어머니 밑에 못된 자식이 난다. 이를 미루어본다면 위세로 난폭한 것을 다스릴 수 있으나 후덕한 은정으로서는 혼란을 막을 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현명과 지혜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굴복 시킬 수 없지만, 권세와 지위로서는 현명한 사람도 굴복 시킬 수 있다. 그리고 민중이란 본래 사랑에는 교만, 방종하고 위세에는 순종하는 것이다.


무릇 상벌을 행하는 법과 술은 임금만이 굳게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법률이란 관리나 민중이 이를 존중하여 따라 익혀야 하는 것이다. 또한 법은 명확하게 드러날수록 좋고, 술은 남에게 드러나 보이면 좋지 않다.


법이란 먼저 문서로 엮어 관청에 비치하고 확정된 법을 민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며, 술이란 오직 임금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었다가 많은 증거와 대조하여 몰래 신하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법이란 모든 관청에 명시되어 있는 법령으로서 상벌이 민중의 마음에 반드시 새겨져 있어서 법을 잘 지켜 따르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명령을 어기는 자에게 벌을 가하는 것으로 이것은 신하가 따르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술이란 임금이 신하의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그의 말을 좇아 그 실적을 추궁하며, 사람의 생사 권한을 쥐고 여러 신하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이것은 임금이 굳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임금이 현명한가? 무능한가? 슬기로운가? 어리석은가? 를 결정적으로 헤아리는 방법은 상벌의 경중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임금의 사람됨이 천박해 속마음 들여다보기가 쉽고, 그 계획을 함부로 남에게 누설하여 조금도 감추는 것이 없으며, 여러 신하가 말한 것을 가리지 않고 이쪽저쪽으로 옮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임금이 대담해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고 나라가 어지러운데도 자신의 재주만 믿고 자부하며 나라의 재력은 헤아리지 않고 이웃의 적을 깔보면 그 나라는 망한다.


관리의 권력이 두터워지는 것은 법을 무시하기 때문이며, 법률이 효력을 잃는 것은 위에 있는 임금이 어둡기 때문이다. 임금이 나라 일에 어두워 법도가 없으면 관리들은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게 되고, 관리가 권력을 장악하면 그것에 대항할 사람이 없어진다.


거울은 움직이는 일 없이 맑음을 지켜야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대로 비교할 수 있고, 저울은 흔들림 없이 바른 상태를 지켜야 모든 물건의 가볍고 무거움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임금에게 간언을 하거나 논의를 하고자 하는 선비는 자기가 과연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미움을 사고 있는지를 잘 살핀 뒤에 진언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임을 당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세상에서 뛰어난 덕을 갖추고 슬기로우며 충성스럽고 선량한 선비인데도 불행하게 도리에 벗어난 어리석고 어두운 임금을 만나 자기들의 주장을 펴보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이러한 죽임을 당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을 설득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임금에게 인자한 마음이 많으면 법령이 서지 않고 위엄이 모자라면 아랫사람이 위를 침해한다. 이로써 형벌이 필요하지 않고 금령 또한 행해지지 않는다.


무릇 불은 보기에 그 기세가 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겁을 먹고 불을 피하므로 타죽는 사람이 드물고, 물은 보기에 유약하므로 사람들이 얕보았기 때문에 빠져죽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끝. '09.9.12  '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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