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물조아 2018. 4. 17. 11:41


 

- 최진석 저자에 대하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중국 흑룡강성대학교를 거쳐 북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현재 서강대학교 철할과 교수. 인재육성기관 건명원초대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 나는 누구인가』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장자철학등 있다.

 

- 무엇인가를 느껴 마음속에 새겨놓고 싶어서 붉은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노트북에 메모를~

 

창의적인 일에 오랜 시간 투신한 친구와 만나 대포 한잔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한담이 오가다가 또 요즘 배우는 재미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자극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넌 앞으로도 창의적이기 어려울 것 같다. 배우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배우다가 보통은 자기 길을 잃어버린다. 지금 너처럼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배우는 일이 재밌어진다면 어쩌란 말이냐?”

 

배움이 습관이 되어 버리면 평생을 배우다 세월을 다 보내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갑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까?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자기표현이 부족한 것은 많이 배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이나 배짱이 작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 학생이 대답은 잘하면서도 질문은 잘하지 못하는 현상은 이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은 인문학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외우기 바쁘다. 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히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인문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있어야 한다.

 

노자가 무위자연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당시 노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왜 생각할 수 없게 되었을까? 외부로부터 강한 신념, 이념, 가치관, 지적 체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경계에 있다는 것은 신념과 이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하며, 통찰을 하는 사람은 바로 이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무소유라는 말은 재산을 많이 갖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 마음대로 어떤 형상을 지어서 그것을 진짜로 정해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사실을 자기 생각의 틀에 가두는 게 소유입니다. 사실을 소유의 눈으로 바라보면 반드시 고통이 따라옵니다. 왜냐하면 그 소유적 시선과 세계의 실상은 잘 맞지 않거든요.

 

잘 맞지 않는데도, 자신의 뜻을 고집하여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집착이지요. 집착은 고통을 낳습니다. 그 집착으로부터 업이 쌓이고 결국 윤회의 틀에 갇히게 돼요. 불교에서는 그래서 실상을 아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므로 저것이 생겨나며,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

 

이 깨달음의 내용을 두 글자로 줄이면 인연이 되겠지요. ‘인연을 요즘 말로 옮기면 관계예요. 이 세계가 인연으로 되어 있다함은 이 세계가 실체로 되어 있지 않고 관계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주인의식을 몹시 강조하지요. 주인의식을 갖고 자기가 맡은 일에 헌신하고 몰두하는 것이 매우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모두 주인으로서의 권리만 주장하고 주인 노릇만 하려고 덤비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집단이 모두 자신이 주인이라고 덤비기 시작하면 조직이나 사회는 끝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큽니다.

 

회사도 각각의 이익 집단끼리 스스로를 손님으로 생각하고 참여하거나, 학교도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재단이 모두 손님의 입장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갈등은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제안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어떤 부하직원이 거기에 대고 곧바로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대답하는 겁니다. 굉장히 솔직하지요? 그런데 그 행동은 멋대로 하는 겁니다.

 

자기 뜻을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하긴 하지만 분명 성숙한 행동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주변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솔직함 혹은 뒤끝 없음은 종종 유치함을 미화시킨 표현일 때도 있습니다.

 

도가에서는 예라함 자체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예리함은 항상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될 때 나오거든요. 대개 가치관이 바른 사람들, 삶의 태도가 바른 사람들이 예리하고 솔직합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스스로 가볍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든요. 반면 하나의 의미에 갇히지 않고 대립면을 살피며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신중합니다.

 

다양한 영역에 영웅들이 존재하는 사회는 살기 좋은 사회입니다. 반대로 특정 영역에서만 영웅이 나온다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지요.

 

길가에 돌멩이 하나도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 어떻게 가치가 없고 사는 이유가 없겠습니까?

 

그 가치와 이유가 스스로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것은, 판단 기준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외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자는 바람직한 것을 모두 똑같이 수행하는 사회보다 바람직한 것을 없앤 후 각자 바라는 바를 다양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더 강하다고 봤습니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진 나라가 더 부강하다고 봤어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학생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요. 그 학생들이 정권을 흔들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들은 무엇으로 무장했을까요? 바로 정의와 도덕입니다.

 

그렇다면 그 학생운동의 영웅들이나 구성원들이 사회에 나간 후에 한국 사회의 정의와 도덕의 절대량이 그만큼 증가했습니까? 아니면 정의와 도덕의 질적으로 훨씬 향상되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함석헌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왜 혁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왜 완수가 되지 못하는가? 그것은 혁명을 하는 혁명가들 스스로 혁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명가라고 자처하던 대부분의 운동가들이 사실 자기 자신은 혁명시키지 않은 채, 사회의 혁명만 부르짖었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는 교육되지 않았으면서, 사회와 타인에 대해서는 가르치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혁명을 했는가? 아니면 혁명이라는 학습된 이념을 실천했는가?”

 

사회 민주화를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을 사람들이 집안의 민주화에는 매우 서툽니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몸까지 불살라도 가정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나라에 봉사활동은 가도 내 아버지 어머니의 대소변 수발은 힘들어 합니다.

 

세계의 유지나 번창은 이나 로 상징되는 유무상생의 원칙, 대립면의 꼬임혹은 대립면의 상호의존이라는 원칙을 잘 지키는 것으로 보장됩니다.

 

그런데 만일 대립면 사이에서 오는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그쪽으로만 치달으려고 하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세계를 보여지는 대로보고 반응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세계를 봐야 하는 대로보는 사람은 과거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겠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적절히 반응한다면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노자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자기로 돌아가라를 강조합니다. 자기로 돌아가는 게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일반명사 속에 함몰되게 방치하지 말고, 고유명사로 살려내라는 뜻입니다.

 

- 산야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나더니 어느새 초록색 새순들이~ 첫째 둘째 셋째로 구분하니~

 

첫째 우리가 배우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까?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둘째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히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인문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이제는 주인으로서의 권리만 주장하거나 주인 노릇만 하려고 덤비지 말고, 스스로를 손님으로 생각하고 참여하거나, 손님의 입장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갈등은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