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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의 박사 학위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물조아 2017. 6. 20. 18:38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9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미들마치'에 등장하는 불스트로드는 지독한 위선자다. 그의 첫 아내는 사망 전에 유산을 물려주고 싶어서 전남편과의 소생인 딸을 애타게 찾는데 불스트로드는 그 딸의 소재를 알아내고도 아내에게 감춰서 유산을 가로챈다.

 

그리고 부유한 은행가, 자선사업가가 되어 거들먹거리지만 비밀이 탄로 날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그러던 중 자기 비밀을 아는 인물이 중병에 걸려 나타나자 그를 자기 집에서 돌보는 척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비밀은 범죄를 낳는다.

 

요즘 인사 청문회에 올라오는 국무위원 기타 고위 공직 지명자들은 하나같이 박사들이다. 필자는 박사 학위 마지막 해에 그야말로 목숨 걸고,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논문을 썼다. 그런데 학문과는 거리가 먼, 그리고 남보다 몇 배 바쁜 국회의원이나 관료, 시민운동가들이 어떻게 보통 사람은 거기에만 '올인'해도 따기 어려운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을까?

  

10여 년 전 김병준 교육부총리 지명자의 자기 표절, 논문 중복 게재 보도를 보고 말할 수 없이 놀라고 분개했었다. 그때는 한 마리 꼴뚜기가 모든 교수의 명예에 먹칠했다고 펄펄 뛰었는데 그 후 청문회에 올라온 고위 공직 후보들의 이력서를 보니 김병준씨의 경우는 표절이랄 수도 없을 듯하다.

 

김상곤 현 교육부총리 후보는 표절이 석사 논문 100여 군데, 박사 논문 수십 군데라고 한다. 그의 경우는 명색이 교수 출신이니 그 논문들을 자신이 쓰면서 그 많은 표절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대부분 공직 후보 박사는 자기 석·박사 논문 집필에 보조적으로라도 참여했을까, 학과목은 총 몇 시간이나 수강했을까 궁금하다.

 

이런 인사들이 청문회를 통과해 중요 공직에 오르면 우리나라는 가짜 박사들을 높이 받드는 나라가 된다. 슬프지 아니한가! 공자는 정치를 맡게 되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물음에'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呼)고 대답했다.

 

청문회는 필자가 누구인지 의심스러운 논문의 표절 대목 수만 따지다가 넘어가지 말고 문제의 논문에서 표절을 제외한 바탕글은 문법이 대강이라도 맞고 논지가 들어 있는 글인지, 후보자가 자기 논문의 내용을 웬만큼 알고나 있는지, 전공 분야에 관해 기본 지식이라도 있는지 밝혀내어 이 나라를 가짜들로부터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