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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만든 이유? 심연(深淵) 파헤치기 위해

물조아 2014. 9. 1. 05:36

[탐험가로 변신한 캐머런 감독]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7년에 걸쳐 세번째로 탐사 성공

잠수 과정 담은 '딥시 챌린지 3D'… "영화로 탐험에 관심 유도할 것"

 

2012년 3월 26일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海溝) 위 수면. 녹색 잠수정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호가 심연을 향해 빨려들어 갔다. 높이 7.3m, 무게 11t 잠수함 내부엔 지름이 100㎝에 불과한 구체(球體·잠수부 조종석)가 탑재돼 있었다. 그 속에 배 속 아기처럼 팔다리를 둥글게 구부리고 들어간 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을 만든 할리우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60). 캐머런은 수심 1만m 바다 밑바닥에 도달했다가 돌아오는 1인 단독 잠수에 성공했다.

 

◇영화감독? 심해 탐험가

 

캐머런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첫손에 꼽히는 성공한 영화감독이지만 심해(深海) 탐험가이기도 하다.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 등과 함께 탐험가 클럽에 속해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만난 캐머런은 "2019년까지 '아바타' 시리즈를 찍어야 하지만 탐험이 먼저다. 더 많이 탐험하기 위해 '아바타'를 찍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제임스 캐머런이 마리아나 해구 단독 잠수에 성공하고 수면 위로 올라와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그는 “해저는 황량한 달 표면 같은 모습이었다. 불현듯 이 세계는 정말 거대하지만 우리는 일부분만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롤렉스 제공

 

인터뷰 전날 밤 그는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하는 과정을 담은 9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딥시 챌린지 3D'를 공개했다. 소년 캐머런 역할을 맡은 남자아이가 밀폐 유리병에 쥐를 담아 물통에 넣는 장면, 1100기압을 견딜 수 있게 설계한 잠수함을 완성하는 장면, 호주 시드니 앞바다에서 12회에 걸쳐 시험 잠수하는 장면, 마침내 13시간에 걸쳐 잠수에 성공해 1만m 해저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2002년에 2차대전 때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에 대한 다큐를 찍으면서 해양 탐사에 나설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그저 몇 개의 연필 스케치였죠. 2005년 9월부터 동료 5명과 팀을 꾸려 잠수함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탐사 성공까지 꼬박 7년 걸렸네요."

 

◇지구상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는 북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 동쪽에 있다. 태평양판이 필리핀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2550㎞에 달하는 좁고 긴 협곡이 생성됐다. 해구에서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은 수심이 1만1033m로 에베레스트 산(8848m)이 들어가고 남을 만큼 깊다. 단 한 번도 햇빛 닿은 적 없는 암흑이지만 아귀목과 새우, 게 등 다양한 생물체가 발견돼 연구자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리아나 해구에 최초로 가 닿은 사람은 1960년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내려간 해양학자 자크 피카드와 미 해군 중위 돈 월시. 캐머런은 세 번째다. 1㎠당 압력 1t이 가해지는 만큼 인간은 찰나에 으스러질 수 있다. "잠수함에 오르는 순간부터 잠수부는 철저히 혼자예요. 대양에 떠다니는 그물은 펼쳐진 채로 2~3마일씩 가라앉아 언제 잠수함을 덮칠지 모르고, 무게추를 잠그고 있는 안전핀을 깜빡 잊고 안 뽑으면 해저에서 추진력을 얻지 못해 나는 그냥 죽어요."

 

심해 잠수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캐머런은 "총금액은 비밀이지만 프로젝트의 시작은 자비로 충당했다"고 했다. 2012년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가 잠수함 완성과 탐험에 후원을 결정했다. 롤렉스는 세계 최초로 방수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롤렉스는 캐머런의 잠수함 외부 로봇 팔에 '딥시 챌린지 D-BLUE' 손목시계를 채워줬다. 롤렉스는 피카드와 월시가 마리아나 해구에 처음 내려갈 때에도 수압을 견디는 딥시 스페셜 시계를 잠수함 외부에 부착해줬다. "행운의 부적으로 삼았죠."

 

캐머런은 "쓰나미가 시작된 일본 해구를 탐험해 지진 감지기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큰 목적은 탐험, 특히 바다 탐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예요. '왜 잠수함을 만드느냐' '왜 바다에 들어가느냐'고 묻는 건 모두 어른입니다. 아이들은 묻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거든요." 그는 "사실 나는 몸만 큰 어린이"라며 씩 웃었다. 뉴욕=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