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물조아 2014. 7. 15. 19:55

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 샘 소머스 지음 / 임현경 옮김 / 청림출판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개개인의 변치 않는 성격이 아니라 바로 상황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가진 힘을 이해하면 살면서 마주하는 일상적이거나 중대한 문제에 대한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1.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적 상황이라는 틀 역시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그와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간과할 때 우리는 인간 본성에 대하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치 ‘위지윅’처럼 말이다.

 

위지윅‘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이라는 말의 약어로 화면에 보이는 내용과 동일한 출력 결과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지칭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차용한 용어로, 특정한 시점에 관찰한 타인의 행동이 그 사람 내부에 있는 ‘진짜모습’을 짧지만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추측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행동을 잠시 관찰하지만 본능적으로 곧 그의 기질과 특성에 관한 잠정 결론을 내린다.

 

상황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며,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여력이 없을 때, 특히 타인의 행동에 대해 자기만의 내적 근거로 판단하게 된다.

 

즉 피곤하거나 바쁘거나 시간에 쫓길 때 우리는 위지윅에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인지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의 힘을 인식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훨씬 더 큰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 남들보다 판매 실적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재빨리 그것을 제시하고 똑같은 물건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영업사원들은 상황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 십 가지의 기술을 연마한다. 이런 행동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지 않은가.

 

2. 위급할수록 더 무관심해지는 사람들

 

타인을 돕는 행위를 결정하는 모든 요인 중에 시간에 대한 압박이 단연코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행복할 때 다른 사람들을 더 잘 돕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군중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바는 첫째 책임감 회피, 둘째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군중 속에 있을 때 응급 상황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군중은 도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없애주는 밸브와 같다. 나한테 직접 이메일을 보내온 부탁은 내게 100퍼센트의 부담감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그럴 경우 답장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단체 메일로 받은 부탁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골고루 분산시킨다.

 

맥스 링겔만 기술자는 여러 사람이 힘 모아 밧줄을 당기는 모습을 관찰하며 한 세기 전에 이미 그 사실을 발견했다. 밧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발휘되는 전체 힘의 양은 증가했지만 일인당 발휘하는 힘의 평균은 감소했다.

 

/ 금문교에서 뛰어 내리고도 운 좋게 살아남은 2퍼센트 중 한 명이었던 케빈 하인즈는 그 두 세계의 교차지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무기력한 열아홉 살 청년이었던 그는 뛰어내리기 전 40분 동안 다리 위를 지나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옆에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엉엉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살 명소로 유명한 그곳에서 그렇게 눈에 띄게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자기한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몹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침내 지나가던 한 여인이 멈춰섰다. 그녀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인즈는 영화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세상에! 난 지금 자살을 하려한다고! 당신 도대체 왜 그래? 내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이 안 보여? 하지만 그녀는 보지 못했어요. 오직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었으니까요.’ 하인즈는 그녀의 부탁대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돌려준 다음 철책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강물에 몸을 던졌다.

 

/ 나는 늘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기 위해 노력한다. 수강 인원이 100명을 넘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이름 암기 비법이나 기발한 연상법 따위를 알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저 계속 외우는 방법밖에 없다.

 

왜 그런 고생을 하냐고? 교수가 학생들의 이름을 알고 있으면 대형 강의실에 앉아있다는 학생들의 안도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사람 중에서 누가 가장 잘 도와줄 만한 사람인지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즉 도와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도움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장 잘 도와줄 것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최대한 호감 가는 모습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3. 누군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의 “잘 지내요?”라는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냥 단순한 인사일 뿐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보통 “별일없어요.” 나 “좋아요” 혹은 그 중간 정도인 “그럭저럭 지내요”정도다.

 

그 질문에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로 장황하게 대답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깜짝 놀라거나 몹시 어색해할 것이며 다음에 만날 때는 십중팔구 그저 말없이 손만 흔들고 지나갈 것이다.

 

/ 군중에게 말을 거는 사람처럼 타인에게 원하는 바로 그 행동을 직접 해보임으로써 누구나 새로운 규범을 창조할 수 있다.

 

손님들이 팁을 주길 바란다면 자기 팁 항아리에 지폐 몇 달러를 미리 넣어놓아라. 식당이나 크럽, 갤러리를 오픈할 때는 친구들을 동원해 문 밖에 긴 줄을 세워라.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다면 먼저 작은 호의를 베풀거나 사소한 약속이라도 미리 받아라. 배우자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그와 비슷한 선물을 먼저 주어라.

 

/ 사람들은 미래에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지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자기계발 전문가들의 말은 전부 엉터리다. 자신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미국에는 ‘삐걱거리는 바퀴가 기름을 얻는다.’는 속담이 있고 일본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회적 존재이며 자신의 가장 사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마저도 주변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 익숙함은 경멸과 무시보다는 호감을 낳는다. 익숙한 것에는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익숙한 음식, 원로 정치인, 특정한 기업 로고, 그리고 늘 들어왔던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 “이 노래 들어본 것 같아”라는 말이나 “우리 만난 적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누구나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 편견과 차별, 서로 다른 집단 간의 분쟁과 같은 사회악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범주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보통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명확한 현실을 회피한다고 해서 즐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힘들어지고 정신이 산만해져 궁극적으로 역효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있지도 않은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그런 논란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