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닥치고 복지’에 제동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펴낸 장하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복지다. 표심을 의식한 보수·진보 양 진영이 복지라는 화두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의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닥치고 복지’로 치닫는 최근의 분위기에 장하준(49)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장 교수는 신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정승일·이종태 공저)에서 최근의 복지와 재벌 개혁론에 내재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연장선이다. 이번에는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꺼내 들었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복지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 양쪽을 비판했다. 1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 북유럽식 ‘생산적 복지’를 대안으로 내세웠는데.
“복지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만 골라 지원하는 미국과 영국식 복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노동 유연성이 커진 상황에서 실직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잘 갖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한·미 FTA 등으로 발생한 구조조정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복지사회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 복지국가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2005년 복지국가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뜬금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여당이 복지를 구호로 내걸 정도로 논의 지형이 달라졌다. 복지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 이왕 하는 것, 잘하자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게 증세 없는 복지사회론이다. 여야 모두 복지 서비스를 많이 하겠다고 하면서 재원 마련에 필수적인 증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이런 문제를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 세금을 더 걷으려면 반발이 심할 텐데.
“복지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세금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정치인도 시민들의 정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금을 ‘공동구매 자금’이라고 여겨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부가가치세 같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지금 당장은 선진국에 비해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는 만큼 이들부터 더 내야 한다.”
- 한국의 복지 포퓰리즘을 어떻게 보나.
“한국의 좌파와 우파 모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 좌파는 편의상이라도 ‘무상’ ‘공짜’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가난한 사람도 세금 다 내는데 그게 무상이냐. 우파는 ‘부자 복지’라는 말을 해서도 안된다.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낸 만큼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양쪽 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논리를 왜곡하는 거다.”
- 복지사회가 FTA의 대안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한·미 FTA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FTA로 생겨나는 구조조정 희생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준까지 한 상황에서 야당의 주장처럼 폐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한·미 FTA 폐기하면 뭐하느냐. 한·EU FTA 등 다른 것이 있는데. 그런 것 가지고 싸우기보다 이제부터 FTA로 생기는 부작용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게 맞다.”
-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진보의 착각’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했다.
“경제 민주화론과 재벌 개혁론은 지난 시기에 이미 정책적 실패를 낳았다. 이명박 정부가 싫다고, 재벌이 동네 치킨집까지 잠식한다고 똑같이 잘못된 수술칼(좌파 신자유주의)을 집어들 것이냐. 재벌 개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쌍용자동차다.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핵심 기술을 다 빼먹고 ‘먹튀’했다. 골목 상권을 잠식한 대기업의 행태는 규제해야 하지만 대기업 해체는 국내외 자본 투자가나 재테크 세력의 배만 불려줄 위험이 있다. 재벌이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하준=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박사.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책이 수십만 부씩 팔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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