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에게/프랑스 철학자 몽테뉴 수상록

물조아 2010. 10. 24. 23:15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에게/프랑스 철학자 몽테뉴 수상록/정기철 옮김/도서출판 이토

 

○ 나태함에 대하여~ 일정한 목표가 없는 정신은 스스로를 잃고 헤매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솔론은 “인간의 일이란 너무나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여 언제 어떻게 뒤바뀔지 모르므로 현재 행운이 자기에게 미소 짓고 있을지라도 삶의 마지막 날이 오기 전까지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죽음에 대하여~ 그 날은 가장 중요한 날이며 생애의 다른 모든 날들을 결정해 주는 날이다. 옛 사람들은 “그것은 우리의 지나간 날들을 심판하는 날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떻게 하면 종말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고요하고도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 인간 능력의 한계에 대하여~ 납득이 안 가는 것은 무조건 경멸하고 보는 태도는 이치에 맞지 않는 동시에 아주 위험하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큰 태도이다. 왜냐하면 ~ 살다보면 자신이 부정했던 것보다 더 괴이한 일을 믿는 경우도 생기므로 결국 그 순간부터는 자신이 설정한 한계를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우정에 대하여~ 사냥꾼은 추위와 더위를 참고 견디며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산토끼를 쫓지만 일단 잡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언제나 달아나는 것만을 쫓는다. / 아리오스토

 

사랑이 우정의 경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즉 두 사람의 의지가 하나가 되는 순간 사랑의 불꽃은 시들고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육욕의 끝에는 권태와 포만이 따를 뿐이므로 쾌락은 사랑을 파괴한다.

 

반면 우정은 정신적인 것이고 나누면 나눌수록 영혼을 맑게 해 주므로 욕구가 크면 클수록 즐거움도 커지며, 오로지 거듭되는 깊은 교류에 의해서만 가꿔져 풍성해지고 증가되는 것이다.

 

오, 형제여, 그대를 잃고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대의 따뜻한 사랑으로 풍성했던 우리의 삶은, 그대와 더불어 우리의 모든 즐거움은 사라지고 형제여, 그대의 죽음은 나의 행복을 무너뜨렸다. 그대의 영혼과 더불어 우리 영혼도 땅 속에 묻히고 그대의 죽음과 더불어 나는 나의 모든 학문과 내 정신의 모든 즐거움을 씻어내 버렸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나의 형제여,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대를 볼 수 없는가? 형제여, 기필코 나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 카툴루스

 

플라톤은 “모든 사물은 자연, 우연, 또는 인간의 기술에 의해 창조되는데 가장 위대 하고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 우연에 의해 창조되며, 가장 보잘 것 없고 가장 불완전한 것은 인간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 인간의 고귀함과 가치는 마음가짐과 의지 여하에 달려 있으며 그의 참된 명예 역시 이것에 의해 좌우된다. 용기란 팔과 다리의 강인함이 아니라 가슴과 정신의 강인함을 말한다. 용기는 훌륭한 말과 좋은 무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다.

 

○ 은둔과 고독에 대하여~ 고독한 생활을 하는 목적은 단 하나, 보다 더 편히 살고 보다 더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항시 그 길을 제대로 찾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은 종종 한 가지 얽매임에서 또 다른 얽매임으로 옮겨간 것에 불과함에도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살던 곳을 옮기는 것으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안의 세속적인 욕망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던 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

 

바다를 굽어보는 높은 위치에 있다 해서 번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요, 이성과 지혜가 있음으로 해서 사라지는 법이다. / 호라티우스

 

누군가가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사람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조금도 변한 점이 없더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나도 그렇게 봤소. 그 사람은 자기를 짊어지고 갔다 왔으니까”하고 말했다.

 

아내, 자식, 재물을 갖는 것도 좋은 일이며 특히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들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서 우리의 행복이 그것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의 참된 자유를 확립하고 가장 중요한 은둔과 고독을 누릴 수 있도록 완전히 나 자신만의 것이며 완전히 자유로운 뒷방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 만큼 살았다면 적어도 그 남은 생애는 자신을 위해서 살도록 하자. 이제는 생각과 관심을 자신에게도 돌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힘쓰도록 하자. 강력한 속박을 풀어야 하며 이후부터는 여러 가지 것을 사랑하면서 보내야 하지만 우리 자신 이외의 것에도 애착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는 법을 아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없고 부담되고 골치 아픈 존재가 되어 가는 이 황혼의 삶 속에서 스스로에게까지도 쓸모없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이성과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큰 수치로 알 만큼 자기의 이성과 양심을 두려워하도록 하라.

 

그대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평판이 아니고 그대가 자신에게 내리는 평판이다. 그대 자신 속으로 물러서되 먼저 그대 자신을 영접할 준비를 하라. 그대 자신을 통제할 줄도 모르면서 그대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 훈련에 대하여~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평가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하고, 천하건 고상하건 간에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실제보다 낮춰 얘기하는 것은 겸손한 행동이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이다. 자신이 지닌 원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르면 겁쟁이나 소심한 인간이 할 만한 짓이다.

 

○ 교만에 대하여~ 저물어 가는 세월은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빼앗아 간다. / 호리티우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는 자그마한 존경심이다. 만일 내 견해들이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에 의해 쉽사리 왜곡되고 굴절되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앞쪽을 보고 있는데, 나는 내안을 들여다본다. 나는 나 자신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아무도 자신 속으로 뚫고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 페르시우스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의 전체적인 삶과 개인적 행위에 있어서의 통일성이다. 만약 타인의 특성을 모방하느라 자기 것을 팽개친다면 그대는 그것을 상실할 것이다.” / 키케로

 

비아스는 “모범적인 가정 생활이란 한 가정의 주인이 밖에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법률에 저촉될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집안에서도 똑 같이 반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 '10.12.30  '12.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