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63년생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산업화·민주화 등 현대사 주역이자 '낀 세대' 숙명. 부모 모시랴 자식 뒷바라지하랴 가진 건 집 한 채. 곧 정년이지만 기댈 덴 국민연금뿐… 고령화 '복병'
[한국일보] 이영태기자 ytlee@hk.co.kr
1960년 농촌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홍길동씨. 부모 모시랴, 자식 뒷바라지하랴 눈 코 뜰 새 없이 살아온 지 어언 50년이 흘렀다. 정년 퇴직을 불과 몇 년 앞두고 있지만, 뾰족한 노후 대비는 없는 처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통계청이 9일 베이비부머(1955~63년생) 홍길동씨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변화 모습을 소개한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어제 : 변화의 중심에 서다
전후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홍길동씨. 60년 당시 출생아 수는 100만6,000명으로 작년(44만5,0000)보다 2.3배나 더 많았다. 당시 피라미드형이었던 인구구조는 베이비부머들이 40~50대 중년층을 형성하면서 항아리형으로 바뀌었다.
학급당 인원이 64.8명(67년)인 콩나물 교실에서 초등학교를 보낸 홍 씨는 중ㆍ고교 시절 이른바 '뺑뺑이 초기 세대'가 된다. 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 제도, 74년 고교 평준화가 도입됐기 때문. 당시만 해도 학원은 찾아보기 힘들어 작년(7만2,242개)의 5%에도 못 미치는 2,746개(73년)에 불과했다.
반면 체력은 지금 세대보다 월등했다. 17세 학생들의 제자리 멀리뛰기는 남자는 243.3㎝(79년)에서 222.8㎝(2008년)으로, 여자는 181.6㎝에서 155.4㎝로 줄었다. 체격은 요즘 세대들이 앞서지만, 체력은 오히려 그 때가 더 강했다는 얘기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홍 씨도 부모님이 소까지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 준 덕분에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다. 사실 대학진학률이 29.2%(남자)에 불과하던 시절, 친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결혼도 빨리 하는 게 추세였다. 당시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27.8세, 여자 24.8세. 작년에는 남자 31.6세, 여자 28.7세로 대폭 높아졌다. 집도 주택 4채 중 3채 이상(75.3%)은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는 14.8%에 불과했다.
오늘 : 가정의 버팀목 역할을 하다
2010년 현재 나이 만 오십. 홍씨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길어야 7년, 짧게는 3년 정도 더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기준으로 대규모 사업장의 평균정년이 57.1세인데다,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의 이직 연령은 그 보다 짧은 53세였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대부분(79.8%)은 부동산, 엄밀히 말하면 집 한 채 뿐이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금융자산이 없기 때문에 '재산=부동산'이나 다름없다. 50대의 부동산 평균 보유액(2억9,720만원) 중 주택(1억6,47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5.4%로 절반이 넘었다. 그야말로 가진 건 집 한 채, 혹은 전셋값이 전부인 셈이다. 펀드든 보험이든 금융자산은 거의 전무하다.
정년도 얼마 남지 않고, 가진 것도 없지만 홍씨에게 남은 여생은 족히 30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5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28.9년, 여자 34.8년 등으로 평균 32년에 달한다. 하지만 노후준비는 고작 국민연금(47.2%)이나 다른 공적연금(7.2%) 뿐. 사실상 별 다른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일 : 황금세대를 꿈꾸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산업화에서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에 이르는 한국사회 격변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겨진 미래는 몹시 우울하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중은 홍씨가 66세가 되는 2026년 20%를 넘어설 전망. 인구 5명 중 1명이 홍씨와 같은 노인인구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지금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7년에는 3.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질 리 없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이들을 모시고 살길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물론 내키지도 않는다. 결국 믿을 건 자기 자신 뿐이다. 고령층(55~79세) 가운데 향후 취업 희망자는 57.6%.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 벌어서 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 왕성한 사회참여를 하고 레저 활동도 즐기는 황금세대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에겐 꿈에 그치고 말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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