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사랑을 주고 갈 수만 있다면 / 이계진

물조아 2010. 5. 5. 22:41

사랑을 주고 갈 수만 있다면/이계진/우석 ‘91

 

1946년 강원도 원주생, 1970년 고려대 문과대 국문과 졸업, 1973년 KBS 아나운서 입사 〈아나운서 되기〉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

 

살다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미치겠다!’는 말이 나온다. 일이 뜻대로 안 되고 힘들어서도 그렇겠지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미치겠다!’ 소리가 저절로 나올 때도 있다.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못 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며, 적응하기 힘든 일들이 많아서 벌어지며, 적응하기 힘든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방송국으로 날아드는 수많은 사연들 가운데에도 상당수의 편지들은 ‘그런’사람들로부터 오는 것들이다.

 

KBS TV 이계진 귀하! 謹啓!(삼가 아룁니다!의 뜻)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5자 생략) 마산 철도 일을 하러 떠났는지 알아봐주십시오. 근로는 정신병을 고치고, 건강한 정신을 회복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영훈 ‘대통령’각하께서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나 토크쇼의 대담에서의 성패는 첫 질문에 크게 좌우되는 예가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필자는 안다.

 

외국인들의 우리말 발음은 가끔 엉뚱하다. 어떤 외국인이 약국에 들어섰다. 약국 주인이 벌떡 일어나면서 반겼다. “어서 오세요! 무얼 찾으세요?” “네~ 조기요오, 쥐약 쫌 주씨용” “네? 쥐약요?” “네~, 맞아용 쥐약~요” (이상하다, 국산 쥐약 좋다는 소문났나?) “뭐 하시려구요?” “뭐 하긴요? 이닦지용!”(으악~ 큰일날 뻔했다.) 치약을 쥐약이라고 발음했던 것이다.

 

사람 얼굴 기억에는 특급 바보인 필자로서 방송 중에 더욱 난처한 것은 한꺼번에 출연자가 많이 나올 때다. ~ 한꺼번에 탤런트나 개그맨, 운동선수들, 또는 가수 등이 대거 출현할 때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사랑방중계」에 출연해서, 사람 기억 못하는 필자의 약점을 고백은 했지만 정말 병신도 ‘큰 병신’이다. 약이 없을까? 기억력이 그러하니 둔필일망정 메모나 열심히 해야 하겠다. 그리고 노력해야 하겠다.

 

우리들의 일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기에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이고 긴장감이 감도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화면 속에서는 웃고 있으나 마음이 조급할 때가 많고 푹신한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더라도 항상 ‘대기’의 긴장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열심히 해도 질타의 표적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말은 그것으로 인하여 죽은 이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자를 묻을 수도 있다. 말은 그것으로 인하여 소인을 거인으로 만들고 거인을 철저하게 두들겨 없앨 수도 있다. / 하이네

 

네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라, 그러면 최선의 것이 돌아오리라. / 베레

 

감정이 상해 얼굴 표정이 말씀이 아니지만 카메라 앞에선 싱글싱글 웃을 수 있다. 몸이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깨끗이 해낸다. “스탠바이 규!”는 언제나 프로 방송인인 우리들에게 지상 명령이다. ‘장인기질’을 완숙시킬 때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의 순수는 영원한 것이다. 그리고 물은 가장 연약해 보이면서도 기실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물은 제 모습을 고집하지 않으나 제 모습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물은 물 자체로도 홀로 위대하지만 어울림과 섞임과 희생과 변환의 가능성이 무한한 것이다.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린다고 한다. 맛있는 먹이를 먹으며 슬피 울다니~ 그래서 사람들은 원래의 감정과는 다른 거짓 눈물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할 때만큼 좋은 성과를 올릴 때는 없다. / 로욜라

 

필자는 책을 보고 신문을 봐도 그냥 허술하게 보지 않았다. 신문을 볼 때는 낭독연습으로 대신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좋은 내용이 있으면 메모를 하거나 신문, 잡지 등은 오려서 스크랩을 했다. 외울 수 있는 것, 외워야 되는 것을 모두 외웠다.

 

“호랑이를 그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개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 호랑이를 그리려는 자세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만약 실패해도 고양이의 형상이라도 남습니다. 처음부터 개를 그리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는 고양이는커녕 생쥐를 그리기 십상입니다.”

 

잘 생각지도 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 / 우크센세르나 

 

속담, 금언, 격언 등은 경험에 의한 ‘생활의 지혜’나 ‘만고불변의 진리’ 또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한 ‘만고불변’의 속담 등이 변해가고 있다.

 

6․25 때 함경도 피난민과 부산 사람이 대판 싸웠는데, “무시기가 뭐꼬?” 와 “뭐꼬가 무시기?”를 끝없이 외치더란다.

 

교양미는 자연미가 아니고 인위적이다. 인간의 부단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미다. / 김성식

 

개가 새끼를 낳으면 그 새끼는 귀여운 ‘개새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어감이 이상하다. 그래서 강아지라는 말로 대신한다. ~ 문제는 공적인 분위기에서 말을 할 때와 사적인 상황에서 말을 할때에는 확연한 구분이 있어야 하겠는데 지금 그러한 구분이 너무나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음이 장미꽃처럼 아름답다면 그 사람은 향기로운 말을 할 것이다. / 러시아 속담

 

세상이 온통 험악해지고 혼탁해진 느낌이다. 사람들은 모질어지고 인심은 각박해지고, 말은 거칠어지고, 도대체 여유라는 것이 안 보인다. 어떤 때는 숨이 턱턱 막힐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돈이 떨어졌을 때는 인생의 반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가 떨어졌을 때는 인생의 전부를 잃고 있는 것이다. / 유태 속담 

 

신부님, 스님, 목사님 앞에서의 그 착하고 다소곳하고 선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종교의 울 밖에만 나오면 모두가 투사와 전사로 돌변하는지~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싸움이며, 자기 자신에게 이기는 일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승리다. / 독일 격언시

 

‘제일’이라는 것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한때 “남산에 제일 큰 소나무는 몇 그루냐?”하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물론 정답은 ‘한그루’다.

 

정념(情念)은 지나치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지나친 사랑을 하지 않을 때는 충분히 남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파스칼

 

우리가 무슨 목적으로 살며 무슨 재미로 사는가? 죽기 전 그 어느 날까지 재물은 얼마를 모아야 하며, 명예는 어느 만큼 얻어야 하며, 지식은 얼마를 쌓아야 하며, 출세는 어디까지 해야 하며, 과시는 언제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 그렇다고 목표도 없고 희망도 없이 ‘즐기고나 살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름다울 만큼 열심히 살면서 그 힘겨운 생활의 마디마디에 작고 아름다운 사람 사는 ‘정(情)’과 맛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순수를 잃지 않고 살려는 노력이 자칫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천만에다. 아직도 ‘순수’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와 대항하고 싸워도 이기기보다 ‘순수’는 오히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끝. '10.12.22  '12.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