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도킨스, 아직도 신을 믿는 이들을 꾸짖다 '지상 최대의 쇼' 번역, 출간

물조아 2009. 12. 11. 06:56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06년 '만들어진 신'에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논증을 펼쳐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뉴칼리지 교수가 신작 '지상 최대의 쇼'(김영사 펴냄)을 내놓았다.


그는 개체로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는 '이기적 유전자'(1976)부터 신의 존재는 인간의 망상일 뿐이라는 '만들어진 신'까지 신앙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주장으로 과학계와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논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이번 책에서는 진화론에 집중함으로써 무신론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 초월적인 존재, 신적 존재가 세계를 만들었다는 창조론이 잘못됐음을 진화론을 통해 방증하려는 시도로, 저자는 '울트라 다윈주의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논지를 펼친다.


그는 먼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에 대응하는 이론으로 내놓은 '지적설계론(지적인 존재가 우주 만물을 완벽한 모습으로 설계했다는 이론)'을 마음껏 비웃으면서 인간과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진화론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 형태, 호모 사피엔스로 가기 전에 해당하는 형태의 화석, 나무 화석 등을 단서로 제공하고 화석 증거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사성 연대법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방식인지 역설한다.


또, 지층의 상대적 순서와 판 구조론 등 지각 지질학을 소개하고 현생 동물들의 해부구조를 비교하는가 하면 친족관계와 계통수를 따져보고 DNA를 비교하는 분자생물학 연구 결과들을 하나씩 펼쳐보이면서 단 하나의 세포가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 사육가가 고작 몇 백 년, 몇 천 년 만에 늑대를 페니키즈로, 야생 양배추를 콜리플라워로 변형시킬 수 있다면 야생 동식물의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 수백만 년에 걸쳐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라며 자연선택의 합리성을 옹호한다.


신랄하고 도발적인 문체는 여전하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화론의 과학성을 설명하려는 태도와 관점이 명료하고 깔끔하다.


제목의 '지상 최대의 쇼'는 진화 자체를 말한다. 저자는 우연도, 무작위적이지도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인간이 탄생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진화란 "마을(세상)의 유일한 게임, 지상 최대의 쇼"라고 표현한다. 김명남 옮김. 624쪽. 2만5천원. 사진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