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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10만장 관리하는 '마당발의 지존'

물조아 2009. 9. 8. 07:04

[조선일보] 부천=이두 기자 부천에 사는 한원일씨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한원일(韓元一·49·사업)씨의 컴퓨터에는 이메일 주소 8만개, 전화번호 2만개, 팩스번호 1만여개가 저장돼 있다. 갖고 있는 명함만 10만장이 넘는다. 휴대전화에는 1000여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외국에 사는 지인의 연락처도 1000개나 된다. '전국적인 마당발'이라 할 만하다.


그가 인맥 관리에 나선 것은 1986년 연세대 총동문회 사무국에서 일하면서였다.


"처음에는 동문회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명함과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좋아 골프나 등산 등 소모임도 계속 만들어 자주 연락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워낙 아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매일 10명이 넘는 사람의 신상명세를 새로 고치는 게 하루의 중요한 일과다. "초기에는 신상명세서를 일일이 기록해 보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벅차더군요. 요즘은 청첩장이나 부고를 보내오는 지인과 새로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 중심으로 직업·연령·주소·전화번호 등을 기록하거나 수정해서 보관합니다."

 

그는 모임이나 행사 등을 알리기 위해 이용하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비용만 매월 20만~30만원을 쓴다. 매월 받는 청첩장이나 부고도 30장이 넘는다.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이 한 달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때가 예사다.


"'나중에 줄 테니 경조사비를 대신 내달라'는 부탁은 셀 수 없이 많아요. 부탁을 받고 예식장을 가다 보니 신랑이나 신부측 얼굴도 모르는 채 그저 돈봉투만 전하고 식사도 하지 못하고 나올 때도 많습니다."


한씨는 요즘도 각종 모임 20여개에 몸담고 있다. 연세대 동문회 인천·부천지역 총무, 인천시교육청 홍보대사, 한마음혈액원 홍보대사, 인천이 연고인 남자 프로농구팀 전자랜드 홍보대사, 전국대학동문회사무국장협의회 OB회장, 에덴복지법인 이사…. 고향인 인천 부평에서도 부평 부흥초등학교 동문회장, 부평구 의제21협의회 회원 등이다.


"연락처를 많이 갖고 있다 보니 '사람을 찾아달라' '사업 관계자를 소개해 달라'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등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와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연락처를 악용하려는 사람 탓에 낭패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수년 전 아는 여성 한 분이 전화번호들을 좀 달라고 하더군요. 건네주고 난 뒤 나중에 여기저기서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알고 보니 불법 다단계를 하려고 그랬던 것이었어요."


한씨는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알고 있는 선후배나 사람을 서로 연결해 줘 사업이 성공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고맙다는 전화를 받을 땐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사진: ▲ 김용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