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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잘 정리할 수 있게 환자 본인에 정확한 상태 알려야"

물조아 2009. 9. 1. 05:19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말기환자 관리 세계적 전문가 베티 페렐 박사


최근 우리 사회에선 말기환자 연명 치료 중단 등 존엄사(尊嚴死)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말기환자들이 그 단계까지 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말기환자 관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베티 페렐(Betty Ferrell) 박사는 "우선 환자 본인에게 정확한 상태를 알려라"고 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잘 정리하려면 자신의 질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나 가족들은 환자가 충격받을까봐 병세를 숨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숨기더라도 종국에는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며, 그때 자기는 빼고 가족들끼리 상의했다는 것을 알고 되레 소외감을 느끼고 더 충격을 받는다고 페렐 박사는 전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시티 호프(City Hope)병원에서 31년간 말기환자 관리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임종 연구 석학이다. 지금까지 300여편의 관련 논문을 썼으며, 전 세계 67개국 8000여명의 간호사를 임종 관리 전문가로 교육시켰다. 그는 최근 경기도 일산의 국립암센터 특강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환자들에게 말기 상태라고 누가 말하는 것이 좋은가.


"많은 연구에 따르면 주치의가 말하는 것이 가장 수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돼 있다. 의사가 따뜻한 감성과 정중한 자세로 접근하면 거의 모든 환자가 받아들인다."


―말기환자와 가족들에게 뭘 제일 강조하나.


"움직이라는 것이다. 가족들은 환자를 편하게 해주려고 자꾸 누우라고 한다. 이게 환자를 망친다. 그러면 점점 근력도 떨어지고 식욕도 없어져 급속히 쇠약해진다. 체력이 닿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운동을 많이 시키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우리는 산보를 하면서 자연을 느끼라고 권한다. 마음이 가라앉는 영적(靈的) 치료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말기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모두로부터 잊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병원은 환자들에게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을 남기도록 권한다. 그러면 어떤 유방암 환자는 나중에 있을 어린 딸들의 졸업식, 결혼식에 맞춰 편지를 써놓는다. 어떤 '엄마 환자'는 자신만의 요리비법을 써서 딸에게 남기더라. 자신의 손 모형을 만드는 환자도 있었다. 자식들이 외로울 때마다 엄마의 손을 만져서 위안을 삼으라는 뜻이다."


―연명 치료 거부 등 죽음의 방식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은가.


"그렇다. 환자의 권리라고 본다. 매사추세츠주(州)에서는 추수감사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사전의료지시서'(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 연명 치료를 받을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미리 문서로 서명해 놓는 제도)를 갖고 토론하고 서명하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그래야 죽음을 자연스레 준비할 생각을 갖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암 치료가 끝난 암 생존자가 약 30만명 있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한다. 페렐 박사는 이들 암 생존자 관리에 병원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는 이미 약 1200만명의 암 생존자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병원마다 '암 생존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항암 치료 장기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는 심장이나 폐질환을 조기에 찾아내고, 암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한다."


특히 소아암 환자는 평생을 불안 속에 살 수 있기 때문에 특별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