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최종 선발자 김영희씨) (부산·경남지역 최종 선발자 이정숙씨) (대구지역 최종 선발자 안경임씨) [조선일보]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행복한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추진한 '코칭 하는 부모 되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째. 최종 선발자를 뽑은 지도 3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최종 선발자 3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코치들의 실질적인 조언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을 만나 노력 과정과 달라진 점을 총정리해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제야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感)이 잡힌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희(40)씨는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중2, 중3 연년생 아들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공부는 등한시하고 놀기 좋아하는 두 아들에게는 어떤 사교육도 백약이 무효했다. 가장 큰 걱정은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는 것이 없다는 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쩍 예민해졌다. 그는 "아이들이 좀처럼 책상 앞에 앉지 않아 일일이 점검하고 시키다 보니 매번 언성이 높아졌다"며 "모범생이 되기를 강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우선 가족회의부터 열었다. 아이들에게 요구 사항이 있으면 공식 안건에 부쳐 건의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너희 생각은 어떠니?"라며 김씨가 얘기를 꺼내자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의견을 막힘 없이 제시했다. 그는 "강압적으로 회의를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하소연하기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가족간 대화를 하는 자리로 활용했다"며 "평소에 백마디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회의 때 공식적으로 한마디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칭찬 스티커도 만들었다. 두 아이 이름으로 각각 거실 벽에 칭찬 스티커 판을 붙이고, 가족 회의 때 성립된 약속을 실천하거나 칭찬받을 일을 하면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줬다.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용돈을 올려주거나 자유시간을 주는 형태로 보상했다. 김씨는 "경쟁의식이 발동해 형 또는 동생보다 스티커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매일 즐거운 전쟁이 펼쳐졌다"며 "학원을 빠지거나 늦게 일어나는 일이 몰라보게 줄어들었다"며 웃었다.
무리하게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김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놨었다"며 "대신 아이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계획표를 세워보도록 권했다"고 말했다. 계획표를 세우면서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그 과정에서 첫째 도형이가 드럼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됐다. 김씨는 방학 동안 드럼을 배우도록 허락해줬다. 그러자 도형이는 신바람이 나서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도 착실히 했다. 김씨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하는 것을 보면서 철부지로만 여겼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존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부모보다는 조부모에게만 의지하는 막내 아들 때문에 고민이었던 이정숙(44)씨 역시 프로젝트 진행 후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이씨는 "그 동안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교육에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렸다"며 "손자 사랑이 지극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도 코치가 조언해 준 대로 믿고 따라줄 것을 부탁 드렸다"고 말했다.
우선 여행이나 등산을 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는 "아들과 소소한 집안 얘기부터 앞으로의 진로 계획까지 다양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특목고에 다니는 공부 잘하는 누나와도 비교하지 않았다. "우등생 누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아들 자체만 놓고 생각하자고 다짐했지요. 남편과 함께 아이의 장점을 찾고 매일 한가지씩 칭찬을 해줬어요. 처음에는 낯간지럽다며 싫어했지만 점차 좋아하더라고요. 아이가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 같아 기뻐요. 이제는 고민을 터놓을 만큼 친해졌어요"
뜻대로 따라와주지 않는 초3 아들 때문에 고민이었던 안경임(45)씨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아이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기 위해서다.
"일기를 쓰면서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인 엄마였는지 깨닫게 됐어요. 욕심에 눈 멀어 아이의 특성이나 의견은 무시한 채 바르고 정형화된 생활습관만을 강조했었던 거죠. 한마디로 아이가 말 잘 듣는 로봇이 되길 원했던 것 같아요. 초등 3학년에게는 버거운 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미안할 뿐이에요."
안씨는 아들 창호(가명)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담은 서약서를 썼다. 안씨는 부모에게 존댓말을 쓸 것과 밥을 거르지 말고 꼬박꼬박 먹을 것을, 창호는 컴퓨터 하는 시간과 용돈을 늘려줄 것을 적었다. 그는 "서약서를 쓰자 화를 낼 일이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또한 예쁜 표정을 담은 창호 사진을 집안 곳곳에 붙여놨다. 화를 내고 싶은 순간에 사진을 보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졌다. 안씨는 "예쁜 아들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며 "부모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가정에서는 웃음소리, 밥 짓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가 흘러나온다고 해요. 우리 가정은 어떤지 돌아 보니 부끄럽더라고요. 앞으로는 웃음 소리가 집 밖으로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
'코칭 하는 부모 되기' 최종 선발자…그 후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뀔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달라지기만을 바랐던 것이 욕심이었죠." (서울지역 최종 선발자 김영희씨)
"아이 때문에 답답할 때마다 코치님이 조언해줬던 방법을 그대로 실천했어요. 효과가 있겠냐며 반신반의했지만 의외로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지요." (부산·경남지역 최종 선발자 이정숙씨)
"화내는 것을 참았더니 아이가 웃는 일이 많아졌어요. 웃음 소리만으로도 금세 행복해진 것 같아요." (대구지역 최종 선발자 안경임씨) 사진: ▲ 왼쪽부터 김영희씨, 안경임 씨, 이정숙씨./허재성 기자
'숨을 쉴 수 있어 (感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마지막 잘 정리할 수 있게 환자 본인에 정확한 상태 알려야" (0) | 2009.09.01 |
---|---|
인터넷 40년…각종 제약에 ‘중년의 위기’ (0) | 2009.08.31 |
누가 일 잘하나 물었더니…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큰 사람" (0) | 2009.08.28 |
연쇄 '묻지마 범죄' 원인은 사회 스트레스 (0) | 2009.08.27 |
세상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이다! (0) | 2009.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