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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묻지마 범죄' 원인은 사회 스트레스

물조아 2009. 8. 27. 13:09

가족ㆍ친구 관계 약화도 한몫… "소통 강화가 해결책"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상현 김연정 기자


최근 배경이나 동기가 불분명한 소위 `묻지마 범죄'가 꼬리를 물면서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하철 선로로 생면부지의 승객 등을 떼밀어 죽이려 하는가 하면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를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한 범죄가 발생했다.


심지어는 "신이 내렸다. 꿈속에 고인이 나타나 묘로 이장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하며 고(故) 최진실 씨의 유골함을 훔쳐간 엽기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상범죄'가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근본 원인이라면서 `사회적 소통'과 교육 등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근본적 원인은 사회적 스트레스


정상인의 시각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잇따르는 것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생긴 사회 병리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난, 실업난, 빈부격차 악화 등으로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졌으나 이를 적절하게 해결할 장치나 방법이 없어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이상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개인적 욕구의 좌절과 잘못된 성격 형성 등을 들 수 있지만, 경제난과 실업난 등 순간적으로 서로 자극하는 요인들이 우리 사회에 늘어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라고 풀이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개개인의 생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긴장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신에게 해코지한 사람이 아니라 생활현장에서 사소한 문제로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최진실씨 유골함 절도범에 대해서는 "적자생존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속에 자신을 선택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주술적이고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일상의 긴장, 갈등, 무료함을 넘어서려는 심리가 드러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개인화하면서 사람 사이의 네트워킹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믿고 기대해 준다면 범죄의 제어력이 생기겠지만, 사회가 파편화ㆍ개인화하면서 가족이나 친구 간 관계가 약화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사회적 `소통' 해결책


전문가들은 사회적 소통을 강화해 개인적 불만이나 욕구를 정상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상진 교수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데 있다"며 "상호 간 소통할 수 있는 회로가 열려 있어 자신을 정상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많이 얻는다면 돌출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개연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도 "법을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근본적으로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처럼 서로 믿어주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사회 속에서 상처받기 쉬운 개인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용천 한양대 교수는 "칭찬하면 자존심이 살아나면서 화가 줄어드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심리다. 사회적 또는 문화적 차원에서 개인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도 "사회 전체적으로 인간의 존재 가치나 귀중함을 부각시키는 것이 이상범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했다.


남궁기 연세대 교수는 "어릴 때부터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참을성을 갖도록 교육을 하고 또 그러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