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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의 인터넷화‥`스마트 그리드`가 세상을 바꾼다

물조아 2009. 6. 17. 08:51

#광주광역시에서 세탁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A사의 김 사장은 하루 일과를 전기 요금 점검으로 시작한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기요금에 따라 그날 수익이 적잖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A사가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스마트 세탁기.실시간으로 바뀌는 전기요금 정보를 받아 소비자가 직접 설정한 전기요금대에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제품이다.


오전 10시까지만해도 시간당 ㎾ 기준 100원이었던 전기값이 오후 2시가 되자 1000원으로 뛰었다. 김 사장은 일반 전기 대신 옥상에 설치한 저소음 풍력발전기와 창문에 붙인 투명 태양전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고 사무실 냉방을 돌리도록 시스템을 설정했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가 보편화됐을 때의 상황을 가상해본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가 만드는 68조원 시장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가 우리 산업계의 모습을 확 바꿔놓을 전망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 전력망에 첨단 IT(정보기술)를 더한 신(新) 네트워크다. 예컨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TV,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부터 공장에서 돌아가는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가 흐르는 모든 것'을 묶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신개념 시스템이다.


우선 집 사무실 공장 등 어느 곳에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전기 수요가 많은 낮시간 대엔 전기요금이 비싸고 밤시간 대엔 요금이 저렴하다는 특징을 이용,세탁기를 밤에 돌리도록 하는 등 가전제품을 선별해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기 등으로 만든 신 · 재생 에너지를 저장해뒀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직접 한국전력 등에 전기를 되팔 수도 있다. 전선업을 비롯해 에너지 건설 자동차 가전 통신 등 스마트 그리드와 무관한 산업이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지식경제부는 2030년까지 국내에 형성되는 관련 시장만도 6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 전력망 교체에 따른 사업과 관련 설비 시장,파생시장(자동차 인프라 시설,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등)을 포함해 엄청난 새 시장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계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제2의 산업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다.


◆가전 · 자동차 · 통신 소비 패턴이 바뀐다


스마트 그리드의 파급력은 기존 공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각 산업의 미래도 변화시킨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했던 발전사업은 풍력과 지열 태양광까지 이용하는 신 · 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변모하게 된다. 전기절약 컨설팅 사업이 일반화하고 통신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력대에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시스템에 주력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유소는 전기충전소로 속속 변하게 된다.


가전 제품들도 확 바뀐다. 전기 소모를 줄이는 절전형 제품이 요즘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기값에 따라 '알아서' 움직이는 스마트형 가전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건설업도 변신한다. 일반 주택을 짓기보다는 신 · 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 홈(smart home),스마트 빌딩,스마트 공장 등으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LG전자의 신종민 환경전략팀장(상무)은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의 인터넷화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제주에서 첫 삽


정부는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주도를 시범단지로 선정해 약 810억원을 투자, 2011년부터 실제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반 주택과 상가와 같은 상업시설,신 · 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이 혼합되는 형태로 3000세대 규모의 거주지역이 개발된다.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은 "LS산전과 한국전력 등 민간 회사들도 시범단지 개발에 참여해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과 미국 업체들 간의 산업 협력도 이뤄진다. LS산전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SK텔레콤 한국IBM 등이 참가하고 있는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담당하는 그리드 와이즈 얼라이언스(GWA)와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번 협약식에는 구글 GE IBM 등 굵직한 IT업체들을 비롯해 컨설팅업체와 전력업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IT 강국인 한국의 업체들과 미국 업체들이 공동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우선 제주도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김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