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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리터… 물만 잘 마셔도 건강 물만나죠

물조아 2009. 3. 19. 09:47

한국일보 권대익기자 / 하루에 물을 어느 정도 마셔야 할까. 정답은 '목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마신다'이다.


갈증을 느낀 뒤에 물을 마시기 보다 느끼 전에 미리 섭취하는 것이 피부노화와 변비, 피로, 비만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갈증을 느끼면 이미 신체 수분이 모자라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경고 신호'인 셈이다.


체내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인체는 많은 이상을 일으킨다. 신체 수분 비중이 1~2% 정도 부족한 만성 탈수가 지속되면 변비, 비만, 피로, 노화 등을 일으킨다.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건강하게 물 마시는 법을 알아본다.


■ 하루 물 2리터 정도 마셔야


몸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60~85%다. 그래서 '사람은 걸어 다니는 물통'이라고 한다. 하루 어른이 배출하는 수분의 양은 2.6리터. 대소변으로 1.6리터가 빠져나가고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0.6리터, 호흡으로 수증기 형태로 나가는 양이 0.4리터다.


반면 음식 섭취와 몸 속 대사과정 등으로 보충되는 물의 양은 1리터 남짓이다. 따라서 성인은 하루 평균 최소한 1.6리터(200㎖ 컵으로 8잔)의 물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2005년) 결과, 남자는 하루 평균 1,061㎖, 여자는 하루 평균 868.5㎖의 물을 마시고 있다. 실제 필요한 양보다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생활 속에서 물을 배출하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알코올은 소변 보는 과정에서 혈액 속 수분을 함께 끌어내고, 담배연기는 호흡기 점막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커피에 든 카페인도 탈수를 부추긴다.


그렇다고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그렇지 않다. 하루 2리터를 마셔야 하는 사람이 4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해보자.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어느 정도 조절한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전해질, 특히 나트륨 성분이 부족해져 저나트륨혈증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몸의 세포가 물에 불은 상태가 돼 몸이 붓고,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지고, 정신도 혼미해진다.


짜개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더 문제다. 나트륨은 수분을 붙잡는 성질이 있어 염분에 의해 쓸데없는 물이 몸에 너무 축적돼 살찌면서 부종이 생긴다.


따라서 물은 최소한 1.6리터 이상 마시되 갈증이 가실 정도로 해야 하는데, 하루 평균 2~2.5리터(성인 기준)가 적당하다. 운동하거나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 손실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이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을 마시는 것만큼 잘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변은 하루 최소한 4~6번 보는 것이 적당하다. 2번 이하라면 물이 부족하다는 징후며, 밤에 잠을 자면서 4번 이상 보면 물을 많이 마셨거나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높다.


■ 음료수, 음식 수분 섭취는 비효율적


수분을 많이 섭취하겠다고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음료수는 수분 섭취에 물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커피와 녹차, 우유, 요구르트, 탄산음료, 기능성 음료 등은 물과 다르다.


커피나 녹차는 이뇨작용이 강해 상당량의 수분을 배출한다. 음료수에 첨가되는 설탕과 카페인, 나트륨, 산성 성분 등 많은 첨가물은 칼로리가 높아 비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영화배우 전지현이 광고모델로 나와 '먹으면 날씬해진다'고 유혹한 '17차'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물 대신 마시는 차 음료시장이 뜨겁다. '오늘의 차' '옥수수 수염차' '하루녹차' '차온' '하늘보리' '녹차밭에서' '내 안에 다가온 녹차' '두 번째 우려낸 녹차만 담았다' '맑은 땅 옥수수 수염차'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물 대용 음료를 물 대신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카페인이 들어있으면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용기 겉면 등에 '무 카페인'이라고 밝힌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차 음료 대부분에 카페인이 들어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g으로 세계보건기부(WHO) 권장량인 5g(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 나트륨 양을 소금의 양으로 환산하려면 나트륨 양에 2.5를 곱하면 된다)의 3배 가까이 된다. 어린이(7~12세)만 해도 10g, 청소년(13~19세)은 12g이고, 30~39세 어른은 15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식단은 김장김치와 겉절이, 장아찌, 조개젓, 자반고등어 등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 음식이 많아 나트륨 수치도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국인의 나트륨 주요 공급원을 김치류(25%), 장류(22%), 소금(20%) 순으로 명시했다. 밥과 김치만으로 식사하는 사람이 살찌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나친 염분 섭취는 쓸데없는 물이 몸에 축적돼 붓고, 금방 배고파져 탄수화물인 밥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신체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소금의 양은 하루 1.3g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식습관은 현재 먹는 반찬의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다만 마라톤처럼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장시간 하거나 여름날 햇볕 아래서 오래 일하면 땀 때문에 염분 손실이 많다. 따라서 이럴 때 기력이 떨어지고 피곤하면 혈중이온농도(나트륨) 검사를 한 뒤 필요 시 나트륨을 따로 먹는 것이 좋다.


■ 운동 전에 마시고 운동 후 더 마셔야


운동 전에 물을 마시지 않으면 운동 중 많은 땀을 흘리면서 혈액이 끈끈해져 피 속에 혈전(피떡)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끈끈해진 피와 혈전은 좁아진 혈관을 막을 수 있으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같다.


혈전이 뇌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나 뇌출혈,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따라서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전에 미리 물을 마시면 좋다. 운동 중에도 물을 조금씩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으면 운동 후 한 잔 더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물은 찬물보다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흡수가 더 잘 된다. 물을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분자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끓인 물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물을 끓이는 동안 물 속에 녹아 있던 용존산소량이 줄면서 물의 생명력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수로 이용하기 위해 물을 끓이면 대개 식혀 마시는데, 그러면 끓이지 않은 물처럼 다시 흡수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몸에 좋은 물을 마시려면 자연상태의 찬물이 좋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