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 거울에 비친 유럽 ”

물조아 2008. 3. 13. 10:30

 

총서 편집자 서문

 유럽은 대서양,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와 경계를 맞대고 있으며 유럽의 역사와 지리 또한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따라서 유럽의 과거는 오직 세계 전체를 염두에 둘 때만이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유럽의 영토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붙여준 이름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중심주의의 유럽사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1968년 5월 혁명의 폭발’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소련의 해체’ ‘유럽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등을 통해 유럽인 들이 21세기를 맞이하여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어판을 펴내며

 유럽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점을 ‘일그러진 거울’로 이루어진 유령의 집에 비유하며, 이를 통해서 유럽인 들이 그 외의 인류와 타 종교들보다 더 우월하기 때문에 타인들을 지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자아도취적 세계관을 만들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의 총서는 유럽이라는 숲을 스물여섯 갈래의 산책로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1. 야만의 거울

 그리스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만들어낸 이미지에서 유래하는데 18~19세기에는 프로이센과 영국은 교육의 토대를 고전 고대의 학습에 두고, 기존 질서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 전체를 이상화된 그리스의 유산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들은 ‘아시아의 야만인’이라고 하는 면이 고르지 못한 거울에 자신들을 비추어봄과 동시에 그리스 문화는 야만과는 무관하다는 독특한 정체성을 정당화하는 역사를 구축하면서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즉 그리스 로마 이외의 지역은 야만인의 땅이라고 고정관념으로 굳히게 되었던 것이다.


2. 기독교의 거울

 전통적 역사관에서 고전 문화의 유산과 함께 ‘유럽적인 것’을 특징짓고 있는 두 번째 요소는 기독교이다. 초기 기독교와 콘스탄티누스 시대의 기독교 간에는 적어도 복잡한 발전 과정이 있다. 첫째, 기독교가 기원후 초기 시대의 팔레스타인을 뒤흔든 종교 쇄신운동들 중의 하나였다.


중세 유럽의 사회와 문화의 형성처럼 대단히 복잡한 과정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기독교’ ‘이교주의’ 혹은 ‘이단’ 등 지나치게 일반적인 개념들을 갖고 단순화하는 것은 신앙의 ‘순수함’을, 다시 말해 신앙의 해석자로서 어떻게든 이것을 독점하려 했던 억압자들의 빈곤하고 애매모호한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위협받고 있는 사회 질서를 고수하기 위해 제국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즉 ‘이단을 징벌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6세기 초에 갈리아에서는 짐승 가면을 쓴 사람들의 춤과 같은 고래의 신앙이 아를의 성 카이자리우스의 말을 빌리면, “교회에 올 때는 기독교로 오지만 집으로 갈 때는 다시 이교도로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다.


3. 봉건제의 거울

 신이 내리는 권력에 복종하라. 현대의 어느 과학자는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가장 성공적인 지적 발명”이라고 까지 말한 인도의 수 체계이다.


4. 악마의 거울

이슬람 세계에서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는 칼리프였다. 서열상 비잔틴 황제는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반면 서유럽 왕국들은 그러한 서열에 끼지도 못했다. 유럽인들에게 오리엔트는 경이와 엄청난 부의 땅이었음에 반해,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 유럽에서 동경할 만한 것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럽인들도 지저분한 존재로 보았다.

 

한 여행가는 유럽인들이 “일 년에 한두 번 밖에는 목욕을 하지 않으며”, “옷은 거의 빨지 않고 걸레가 다 될 때까지 걸치고 다닌다.” “무장도 거의 하지 않은 비참한 거지꼴”의 모습을 한 기독교도들에게 패배했다는 수치감에 절망감을 느낀 바빌로니아의 에미르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자화상을 그린 것이었다.


5. 촌뜨기의 거울

 농민 등 민중은 열등하다. 15세기에 기근으로 인해 생물학적으로 아주 허약해진 유럽은 몽골인들이 크리미아의 카파를 攻城하는 과정에서 퍼뜨린 페스트의 좋은 먹이가 되었다. 카파를 포위 공격한 몽골의 칸은 당시의 관행대로 페스트로 죽은 시체들을 성안에 던지도록 했다.


攻城은 실패로 끝났지만 열두 척의 갤리선에 실려 1347년에 메시나(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에 도착한 페스트는 그 후 약 3년 동안에 대부분의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중앙아시아의 풍토병이었던 페스트는 아무런 방비도 갖추지 못한 유럽인들을 덮쳐 막대한 희생자를 내게 했다.


페스트에는 의학적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의과 대학을 가진 몽펠리에 대학에서는 직위를 가진 의사들 전부가 죽었다. 연대기 작가 프루아사르는 페스트가 “세계의 3분의 1”을 앗아가 버렸다고 적고 있다.


특히 피렌체에서 발생한 페스트를 묘사하고 있는 무서운 장면들이 『데카메론』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페트라프카는 한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직접 목격한 우리도 그것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인데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믿기나 할까?”


마키아벨리는 갈등이 장기화 될 때 진압에 대한 공포 때문에 최하층 계급, 즉 임금 노동자들이 본래의 요구에서 얼마나 멀리 나아가게 되는지, 그리고 결국 사회가 이성이 아닌 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이들의 사회의식이 어떻게 고양되어나가는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과 자연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근면보다는 약탈에 좋은 기술보다는 간계에 더 노출시켜놓았다.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려 하고, 가장 힘없는 자들은 항상 별 볼 일없는 존재가 된다.”


6. 궁정의 거울

 군주가 선택한 종교를 믿어야 하며 성적 고결성을 유지하지 않는 민중은 벌을 받아야 한다. 국가의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정신적 혹은 육체적 능력을 계발하도록 해주는 데 있으며, 증오와 분노 혹은 속임수로 인한 분쟁과 상호간의 폭력을 해주는 데 있으며, 증오와 분노 혹은 속임수로 인한 분쟁과 상호간의 폭력을 저지하는 데 있다.”


7. 미개의 거울

 유럽인은 미개한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우월하다. “유럽인들은 법에 의해 지배되고, 아메리카인들은 관습에 의해, 그리고 아시아인들은 견해에 의해 각각 지배되며 아프리카인들은 제멋대로 행동한다.”


8. 진보의 거울

 산업화에 실패한 동양은 유럽보다 뒤떨어진 문명을 가졌다. “진실한 것과 거짓된 것을 잘 판단하고 분별하는 능력을 분별력 혹은 이성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다.”


9. 대중의 거울

 선택된 계층에게 대중이란 내부의 적이다.


옮긴이 후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유럽 중심적 세계사 해석에 맞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수정주의적 연구 경향의 연정선상에 있으며, 저자는 유럽인 들이 하루 빨리 이 유령의 집으로부터 뛰쳐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거기에서 벗어나면 ‘세계’라고 하는 거대한 책에서 인간 사회에 대한 연구 작업을 다시 할 수 있겠지만 만일 거기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럽 인들은 그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게토’ 에 갇혀 결국에는 그들 자신들의 파괴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서양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넓히고 관점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되며, 서양사를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유럽인 들이 우리들에게 강요해온 왜곡된 시각을 부지불식간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이제 유럽인 들은 하루 빨리 이 관념에서 벗어나서 21세기에는 새로운 정신 자세로 좋은 사회 건설에 동참 되어야하는 하는 것을 말한다.  끝.

 

사진출처:    '10.3.13   '11.10.2  20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