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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도시 울산' 도시디자인 활용 명품도시로>

물조아 2008. 3. 10. 10:12

市, 새정부 국정과제 발맞춰 조직 등 정비..'디자인 시책' 다각 추진, 전문가 "정체성 확보 우선..대표거리 조성.주요 건축물 현상공모 필요"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확 벗어 던져라."


최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도시 디자인' 정책 붐이 이는 가운데 울산시도 산업화의 유산인 회색도시 이미지 벗기를 시도하고 있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디자인 정착'이 선정되고 지난해 경관법의 제정으로 도시디자인 개념이 부각되면서 각 지자체가 다투어 구상을 밝히고 있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울산시도 명품 디자인도시 만들기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 대도시 마다 도시디자인 개념 도입 '러시' = 10일 전국 자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가 도시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로 당시 상당수 도시들이 디자인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으나 단체장과 시민의 인식이 부족해 울산 등 일부는 중도에 무산됐고 진주 등 일부는 제한적인 성과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한데 이어 지난해 '디자인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경관법과 건축기본법이 제정됐으며,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건축.도시) 디자인 정착을 선정하면서 그 중요성이 다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과 인식아래 정부는 경관법 후속조치와 국정과제 선정에 따른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자치단체들도 도시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구상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설치하고 소프트문화 디자인사업, 세계 디자인올림픽 개최, 서울디자인상 시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 개최 등 각종 정책을 수립했다.


   부산은 종합적인 경관관리를 위해 주거용 면적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용적률에 불이익을 주는 경관 및 용도용적제 시행과 도시색채 기본계획 수립, 옥상조경, 골목단위 주차장 및 녹지확충 계획 등을 내놓았다.


◆ 분야별 디자인 구분, 도시경관 조성 = 울산은 서울이나 부산 등에 비해 기초적이긴 하지만 도시디자인담당(계)을 설치하고 경관조례 제정과 경관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태화강 마스터플랜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태화강 경관디자인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발굴에 나섰다.


   현재 시는 시가지 전체를 거리디자인, 공공디자인, 태화강디자인, 광고물디자인, 건축디자인, 상징색채 디자인 등으로 나눠 경관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울산학(學) 개념을 도입해 처용이나 고래 등 지역의 역사적 특징이나 상징을 반영하면서 디자인 시범거리를 만들고 각 건축물과 도로, 가로등, 녹지 등 분야별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며 민관의 경관협정을 통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도시디자인 정책에 성공한 도시가 별로 없어 자칫 '과잉디자인'으로 흘러 머지않아 새로운 환경공해나 자원낭비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진주시가 지난 2000년에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해 남강변과 진주성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경관을 조성했고 최근 부산이 주민 참여와 학계의 지원을 받아 광복로를 정비한 것이 부분적인 성공 케이스로 여겨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례는 외국에서 찾아야 한다.


◆ 요코하마市 전통-현대 조화된 도시디자인으로 '승부' = 일본의 디자인 모범도시로 꼽히는 요코하마시는 1960년대 도쿄의 인구가 대량 유입되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자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살 길이라고 판단해 도시디자인을 정비하기로 하고 개항도시라는 역사적인 특성을 살려 나갔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테마 아래 역사적 건물의 외관 보존과 보행자 공간 확대 등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1902년 지어진 세관 화물보관 창고(아카렌가소고)를 쇼핑센터와 갤러리로 개조하고 화물열차가 다니던 기찻길(기샤미치)을 보행자 전용 도로로 꾸며 도시의 상징물로 만든 것이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15세기 이래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공업도시였던 빌바오는 1980년대 바스크분리주의자들의 테러와 철강.조선 산업의 쇠퇴로 몰락의 길을 걷었으나 1991년 바스크 정부가 문화산업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1억달러를 들여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자 빌바오는 문화도시로 탈바꿈해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으며, "미술관 하나가 도시경관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려면 빌바오에 가보면 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 "성급한 모방보다 '울산만의 것' 시급히 찾아내야" = 그렇다면 울산의 도시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환경과 경관(도시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는 세계 각국 도시의 기본적인 테마는 녹색(생태환경)과 인간(보행환경)이며, 울산도 예외일 수 없다.


   울산은 이런 기본 틀 안에서 울산만의 것, 즉 정체성(역사)을 찾아 보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대 한삼건(건축학부) 교수는 "도시디자인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울산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며 "성급한 모방디자인과 과잉디자인을 하지 말고 울산의 것을 찾아내 좋은 것은 살리고 나쁜 것은 보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급한 나머지 울주군 간절곶 처럼 아무런 체계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조각품을 세우고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중구 장춘로처럼 통일성 없이 구간별로 가로등 디자인이 달라지는 등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울산만의 것은 태화강과 대숲, 성(城), 함월산과 무룡산, 반구대, 고래 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현재 시의 정책수립 단계를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본방향 설정은 크게 틀리지 않지만 건축주택과 내 한 계에서 이런 일을 담당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한 교수는 "도시디자인은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도로, 가로수, 하수관거, 가로등, 건축, 광고물 등 각 부서가 수직적으로 쪼개져 일을 추진하는 행정체계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도시디자인은 도시계획에 담아서 기본틀을 만들어 추진해야 하며, 시장 직속으로 추진팀을 설치해 안목있는 전문가의 참여아래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무엇을 어떻게 고치고 다듬어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 "태화강변 조망포인트화..신.구 건축물 조화 이룬 스카이라인 확보도 필요" = 도시디자인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울산대 이재원(디자인대) 교수가 "태화강의 삼호교와 태화교, 울산교를 조망 포인트로 해서 강변의 낙후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아파트 색상조화, 노후 건축물과 신축 건축물의 조화 및 스카이라인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울산대 김선범(건축학부) 교수는 "우선 대표적인 거리 한 곳을 리모델링해 어지러운 색채, 혼란스런 간판과 시설물을 정비해 지역의 대표거리로 만들고 신개발사업지구의 주요 건축물은 반드시 현상공모로 작품을 발굴해 도시건축 이미지를 대표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과 경관법 등에 따라 경관조례와 도시디자인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울산의 특징, 역사성을 살린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도시디자인포럼 결성 등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설정하고 기본틀이 만들어지면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해 반드시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