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내 사랑의 언어로 표현해 주세요

물조아 2015. 3. 25. 20:31

 

승려로서 수행 정진에 힘써야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생에 대한 공부다. 많은 분이 내게 삶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을 토로하시면, 나는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승려로서 또 하나의 본분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인생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고도, 연륜이 깊다고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경험해 볼 수 없는 자녀 문제, 부부 문제도 많기 때문에 나는 나머지 공부 하는 학생 심정으로 인생에 대한 공부를 간접적으로나마 쌓으려고 노력한다.

 

 그 방편의 하나가 바로 책 읽기다. 최근에 지인의 추천으로 부부관계 상담에 도움이 된다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의 저자 게리 채프먼은 목회자이면서 부부관계 카운슬러다. 수많은 부부를 만난 그의 경험에 의하면, 사람마다 쓰는 ‘사랑의 언어’는 완전히 다를 수 있고, 이 점을 간과하면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같을 수 있지만, 그것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방식이나 상대가 내게 어떻게 표현해 주길 바라는 기대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내 기대와 다른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면 나에게는 외국어로 들린단다. 만약 내 나름대로 사랑 표현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상대방은 나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없다고 종종 불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지금 상대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시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아래의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중 나와 내 연인은 어떤 사랑의 언어를 선호하는지 한번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첫 번째 사랑의 언어는 ‘나를 인정해 주는 말’이다. 즉,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상대가 나에 대해 칭찬의 말을 건네거나, 나의 노고를 인정해 주는 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 주는 말을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자라온 환경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한 경험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말을 간절하게 필요로 한다. 아무리 다른 것들을 잘해 주어도 인정의 말이 없거나, 나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면 모든 것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이 경우다.

 

 두 번째 사랑의 언어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아무리 나를 인정해 주는 말을 많이 해줘도 두 번째 사랑의 언어를 주로 쓰는 사람에게는 같이 저녁식사를 하거나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거나 아이들과 집에서 놀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것만 못하다. 즉, 나에게 온전한 관심을 두고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것에서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내 연인이 이런 경우라면 내가 하는 인정의 말보단 상대의 말을 공감하면서 따뜻하게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 번째 사랑의 언어는 ‘선물’이다. 인정의 말보다, 함께하는 시간보다 퇴근길에 장미꽃 한 송이 사다 주는 것이 더 큰 사랑으로 다가오는 경우다. 즉, 이 경우엔 사랑한다면 그 표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상대가 내 생각을 하면서 선물을 골랐을 것에 ‘아,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반대로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선물이 없으면 다른 표현들은 그냥 다 공허하게 느껴진다.

 

 네 번째는 ‘봉사’다. 남편이나 아내가 나를 위해 행동으로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사랑을 느끼는 경우다. 예를 들어, 집안 청소를 하거나 아이 목욕을 시켜주거나 설거지를 해줄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가 봉사인 경우, 선물을 사주거나 인정의 말을 해주어도 좋긴 하지만 결정적인 감동을 주진 못한다. 행동으로 보여주었을 때 비로소 감동이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신체적인 접촉’이다. 집안일을 도와주고 선물을 주고 시간을 같이 보내도 신체적 접촉을 사랑의 주된 언어로 쓰는 사람에게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말보다는 같이 손을 잡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침 출근할 때 잠시 포옹해 준다거나 저녁 때 발 마사지를 해 주는 것이 더 효과 있단다.

 

 책을 덮고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봤다. 아내나 남편이 어떤 사랑의 언어를 선호하는지 아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다들 본인이 쓰는 사랑의 언어 한두 가지는 금방 찾아냈지만 아내나 남편이 어떤 언어를 주로 쓰는지 짐작은 되어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단다. 만약에 잘 모르겠으면 아내나 남편이 주로 어느 때 짜증을 많이 내는지가 힌트일 수 있다. 채워지지 않는 그 부분이 문제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바로 물어보자.

 

“당신은 이 다섯 가지 중 내가 어떤 사랑의 언어로 표현했으면 해?” 하고 말이다. 오늘부터는 좀 더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 내 언어가 아닌 상대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해 보시길 바란다.

 

혜민 스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