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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시대 … 감성적 인간이 최고 인재다

물조아 2014. 2. 18. 15:39

                          

  

눈부신 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 무인 자동차는 사람보다 뛰어난 운전 솜씨를 선보이고, 컴퓨터는 체스나 퀴즈 쇼에서 사람을 이긴다.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 저자인 미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교수가 설명했듯 주식 종목 선정이나 질병 진단, 가석방 결정 등 가장 고차원적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서 컴퓨터는 점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정신적 능력들이 있다. 기억력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학습 정보를 머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시험 날 쏟아내 전 과목 만점을 받아내는 능력은 이전만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 수행해야 하는 정신 활동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더 각광받게 될 인간의 능력은 무엇일까.

 

뉴스 비즈니스의 경우 답은 일부 밝혀졌다. 방금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을 남보다 빨리 접하고 트위터에 올리는 ‘단거리 선수’나 새로운 논리를 담은 스토리를 보도하는 ‘마라톤 선수’는 유리해졌다. 반면 어제의 뉴스 회의 내용을 800자로 정리하는 ‘중거리 선수’는 불리해졌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또한 유리해졌지만, 기사를 동영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입지가 좁아졌다.

 

멋진 기계의 시대에 전반적으로 각광받는 인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열정이 있어야 한다. 눈앞에는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가 펼쳐진다. 첨단 장비로 수집 가능한 데이터의 양 또한 무한대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왕성한 탐구욕이 필요하다. 최고의 기술을 연마하려고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리거나 밤새워 친구들과 공부하는 사람, 남보다 뛰어난 집중력과 끈기로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어 이해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다.

 

클라이브 톰슨은 저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스마트하다(Smarter Than You Think)』에서 뎁 로이의 연구를 설명한다. 로이는 갓난 아들의 언어 학습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기 앞에서 자신과 부인이 뱉었던 단어들을 기록해 연구했다. 인간의 언어 학습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헌신하면서 몰입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둘째, 멀리 내다볼 줄 알고 전략적으로 단련된 사람이 보상받는 시대다. 수퍼컴퓨터와 팀을 만든 뒤 다른 인간-수퍼컴퓨터 팀과 프리스타일 체스를 겨룬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컴퓨터가 전술적 예리함에선 뛰어났지만, 전략적 방향 결정 면에서는 인간인 자신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컴퓨터는 경우의 수와 말의 움직임을 무한대로 계산할 수 있지만, 전체 방향과 개념적 틀을 짤 때는 사람만 못하다. 온라인이 끝없는 정보를 쏟아내며 집중을 방해하는 지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면서 그 목표에 필요한 정보만 걸러낼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한 인재가 된다.

 

셋째, 프로세스의 대가들이 대접받는 시대다. 거대 인터넷 천재들이 만든 혁신을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보다 대중 스스로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위키피디아를 보라. 다시 말해 이들 천재는 각개전투를 벌이던 개인들이 서로 협업하는 느슨한 연결망을 만들고 그 안에 구심점을 넣어주는 아키텍처(시스템 구성)를 개발한 것이다.

 

협업의 역설 중 하나는 아주 잘 짜인 팀이 가장 창조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군림하는 사람이 없는 팀, 팀원들이 혼자 생각하고 연구하다가 결과물을 공유하는 다소 느슨한 팀이 오히려 창조적이다. 그런 만큼 명확한 과제를 던져주고 분산형 네트워크를 조직할 수 있는 관리자의 가치는 치솟을 것이다.

 

넷째,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사람이 보상받는다. 모든 어린아이가 개 흉내를 내면서 “나는 개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라는 존재와 ‘개’라는 존재가 가지는 본질을 파악해 치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란 속성이 다른 여러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 뒤 본질 간 경계를 허물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기 때문에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50년대만 하더라도 관료제가 컴퓨터 역할을 대신했다. 사람들은 관료 시스템의 각기 다른 부서에 배정돼 기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가 이런 업무를 수행한다. 사람은 더 이상 감정이나 개성을 죽일 필요가 없다. 이제는 감수성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강렬한 모험심, 일에 대한 열정,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 대중의 관심을 끌고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감성적 공감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기계적 연산에서 인간은 결코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이제는 감성을 활용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