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물조아 2013. 8. 9. 11:17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이 책은 / 막내딸이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고, 바이올린 경연대회를 위해 동분서주 서포트를 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비롯하여 멘델스존, 차이코프스키, 생상스, 비에니아프스키, 시벨리우스, 드보르자크, 시마노프스키, 브람스, 베토벤, 바하, 베리오, 브루흐 등등 바이올린 연주곡을 자주 듣지만

 

정작 자주 접하는 그 곡들이 어떠한 곡인지 그리고 작곡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이 책으로 학습을 통해서 어떤 곡인지 그리고 작곡가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학습을 통해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막내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풍월당 대표 박종호는 풍월당이라는 가게 문을 열고나서 내가 손님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였다. 그래서 풍월당에서 만나는 이들뿐 아니라 좀 더 친근하게 음악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 오페라 평론가, 문화 예술 칼럼니스트, 풍월당 대표인 작가 박종호는 정말 열정을 가지고 클래식을 사랑하는 것을 그래서 클래식에 미쳐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기간 동안 수 백 차례의 유럽을 다녀오면서도 매번 새로운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클래식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된 음악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과거 고교시절 알고 지내던 동창친구 한 명은 유명한 사람이면 더욱 그렇지만 누구든 연설을 하는 곳이라면 빠짐없이 연설을 미친 듯이 보러 갔었던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작가의 클래식에 대한 사랑을 / [아침편지] 음악이 주는 행복, 반은 내게로 반은 타인에게로 김애란 오카리나 연주자 / 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을 배우고 경험한다는 것은 마음의 안정과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내가 발견한 이런 사소한 일상들의 행복을 다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은, 절반의 행복이 제곱의 행복으로 증식하는 과정임을 느낀다. 음악은 내게 행복을 주지만, 내가 가진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큰 그릇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예술의 힘은 위대한 것 아닐까?”

 

1. 봄 세상의 모든 사랑을 위하여

 

- 건반 위의 순례자가 된 소년 /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제2번 피아니스트 백건우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문화행사만 열리면 여기저기 뛰어 다녔다. 당시 백건우의 연주에 감동한 나는 그후 그에 관한 기사들을 유심히 찾아 읽었다. 마침 그때의 연주가 성공을 거두어, 한 지방신문에 그의 부친이 쓴 ‘나의 아들 백건우’라는 연재물이 게재되었다. 나는 매일 그것을 필독하고 스크랩했다.

 

백건우는 항상 ‘무슨 곡을 어떻게 연주했다’는 식이었다. 그가 라벨의 전곡을 연주했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한 피아니스트가 한 음악가의 전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학구적인 자세나 구도자적인 신념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 여행이 주는 그리움 / 차이코프스키: 플로렌스의 추억 보로딘 현악 4중주단

 

누구나 여행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짧은 순간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이 때로는 일생동안 함께 가기도 한다. 음악 역시 추억에 젖어서 쓰인 곡이 우리 마음에 쉽게 젖어들어 잊혀지지 않는다.

 

- 3백년을 이어온 베네치아의 풍경화 / 비발디: 사계 파비오 비온디

 

안티니오 루치오 비발디(1678~1741)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산 마르코 성당 소속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에게서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재주가 뛰어났고 개성도 강렬한 아이였다.

 

비발디의 최대 공적은 역시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으며, 그중 가장 널리 아려진 곡이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일 것이다.

 

봄은 새들이 지저귀고 냇물이 흐르고 들판과 목장에는 화창한 평화가 시작됨이 느껴진다. 여름은 무덥지만 번개와 뇌성이 함께하며 가을은 수확에 대한 농민들의 감사와 즐거운 축제를 그리고 있다. 겨울은 차가운 비가 내리지만 따뜻한 난롯가에 모여 앉아 누리는 휴식의 평온함을 묘사하고 있다.

 

- 가장 밝고 짧게 탄 불꽃 /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제3번 귀도 칸텔리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독일 낭만 교향곡의 최고의 작곡가인 베토벤을 계승하는 적자이다. 그러나 워낙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던 그가 자신의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 2대에 걸친 방랑 /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제7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교향곡 제5번 C단조 op. 67이다. 흔히 〈운명〉이라고 불리는 이 음악은 과연 클래식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제3번 〈영웅〉 제5번 〈운명〉 제6번 〈전원〉 제9번 〈합창〉이 있다.

 

2. 여름 싱그러운 꿈과 낭만을 위하여

 

- 내 사춘기의 낭만과 추억 /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야사 하이페츠

 

가장 낭만적인 음악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op. 26을 선택한다.

 

막스 브루흐(1838~1920)는 독일의 쾰른에서 태어났다. 그는 후기 낭만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낭만파라고 하면 우리는 슈베르트, 슈만, 쇼팽, 리스트, 바그너 등을 떠올리지만 브르후야말고 가장 낭만주의적 전통에 입각하여 음악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위시하여 차이코프스키, 생상스, 비에니아프스키, 시벨리우스, 드보르자크, 시마노프스키, 브람스, 베토벤 등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바이올니스트 정경화(데카)와 김영욱(DG)이 일찌감치 이 곡의 음반을 내놓은 바 있다.

 

- 마요르카의 추억 / 쇼팽: 전주곡집 마우리치오 폴리니

  

우리의 인생은 늘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이며, 어쩌면 인생이란 언제나 본론이 없는 전주곡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소년의 감성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프리드리히 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으며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였다. 30곡에 가까운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모차르트 음악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어려서는 어버지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서, 자라서는 궁정에서 황족들의 미소와 귀부인들의 레이스 속에서 비바람을 모르고 살았던 모차르트는 그제야 진정한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예술가이자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 된 것이었다.

 

-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아다지오’를 들으면 인간이란 극한 상황이나 가장 비참한 경우에도 사랑을 할 줄 아는 존재라는 것이 절절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내일 죽게 되더라도 오늘의 존재 이유는 바로 사랑일 것이다. 과연 인생은 사랑만을 하기에도 너무 짧은 것이다.

 

3. 가을 홀로 남은 자의 슬픔을 위하여

 

- 눈물을 담은 소리통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포비치

 

음반의 사진과 약간의 해설이 실려 있는 그 책들을 제본이 떨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음반은 사기도 전부터 이미 내용을 대충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슈베르트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를 가장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 음표로 그린 장대한 산수화 / 생상: 교향곡 제3번 오르간 다니엘 바렌보임

 

카미유 생상(1835~1921)은 프랑스 후기 낭만주의 최고의 작곡가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모차르트에 비견되는 천재라고 불렸다. 그리고 그 이름에 버금가는 음악적 업적을 남겼고 최고의 예술가로서 온 유럽에서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세상에 글을 깨치기도 전에 악보를 읽었고, 다섯 살 때부터 작곡을 하였다. 피아노와 오르간 실력 또한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역사상 피아노의 최고 명수 중 한 명이었으며,

 

리스트는 그를 “세계 제일의 오르가니스트”라고 말했다. 드뷔시는 비록 생상과는 음악적 노선이 달랐지만 그를 가르켜 “세상에서 음악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 위대한 약속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21번 B플랫장조 알프레트 브렌델

 

슈베르트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고의 피아노곡 소나타 제21번을 남겼다. 자신과의 위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 고독과 투쟁 속에서 꽃핀 예술혼 / 브람스: 교향곡 제4번 첼리비다케

 

첼리비다케는 “레코드란 깡통에 든 음식과 같은 것이다.”라며 “내 음악을 들으려면 직접 이곳에 와야 한다.”고 도도하게 말했던 그 수도자의 제단인 것이다. 그는 “음악이란 그 순간 순간에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직접 듣는 음악만이 진정한 예술이다.”

 

녹음을 하면 더유명해지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런 거라면 코카콜라도 유명하지 않느냐?”고 응수했고 레코드만을 듣는 사람들을 향해 “브리지트 바르도의 사진을 안고 침대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음악은 팔거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휘자의 인격이나 혼을 레코드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현장에서만 교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레코드란 것은 어쩌면 환영에 불과합니다.”

 

4. 겨울 고독한 영혼을 위하여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춤곡 / 시벨리우스: 교향시 슬픈 왈츠

 

시벨리우스의 처남 야르네펠트는 극작가였다. 그는 자신이 쓴 새로운 희곡의 상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연극의 아주 중요한 대목에 삽입할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시벨리우스에게 작곡을 주문하였다.

 

연극의 제목은 〈죽음〉이었는데, 음악이 나오는 대목의 내용은 이러하다. 아들은 위독한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매일 밤 병상을 지키고 있다. 투병의 나날은 자꾸 흘렀다. 이제 어머니의 병도 더 심각해졌지만, 아들도 많이 지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들은 어머니 침상 곁에서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든다. 그런데 그의 귓전에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렇다. 왈츠였다. 그때 병상의 어머니가 신기하게도 스르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일어나더니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들은 아연해져서 그저 어미니 춤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어디서 나왔는지 열러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어머니의 주위를 에워싸면서 함께 춤을 춘다. 이윽고 음악이 그친다. 춤에 지친 어머니도 침대에 눕는다.

  

다시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더욱 강하게 들려온다. 어머니는 다시 일어나 더욱 강렬하게 춤을 춘다. 왈츠의 멜로디는 포르테로 커지고 강렬한 비트를 울리면서 방안을 빙빙 돈다. 어머니는 혼신을 다하여 춤을 춘다. 사람들도 함께 격렬한 춤을 춘다.

 

왈츠의 멜로디는 방안을 가득 채우면서 더욱 강렬해진다. 그러다가 방의 문이 갑자기 열린다. 별안간 춤은 그치고 사람들도 사라지고, 어머니는 쓰러져버린다. 문 앞에는 죽음의 사자가 서 있다. 이튿날 아침 아들이 눈을 떴을 때, 침상의 어머니는 숨을 거둔 후였다.

 

핀란드가 배출한 국가적인 대 민족음악가 얀 시벨리우스(1865~1957)는 민족음악의 태두이며 많은 훌륭한 작품으로 핀란드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한 인물이다.

 

〈슬픈왈츠〉는 강력하고 진지함 속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그 순간은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날 때인 것이다.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나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이것은 어머니의 마지막 춤이며, 아들이 어머니가 훨훨 춤추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이리라, 나는 누워 계신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그 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슬픈 춤곡이 세상에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춤곡을 들라면 나는 시벨리우스의 〈슬픈왈츠〉라고 말하고 싶다.

 

- 북구의 격정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안네 소피 무터

  

시벨리우스가 이곳 아이누라에서 작곡한 가장 대표적인 곡이 바로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 47이다. 이곡은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 스스로도 가장 자신만만해했고 대표작임을 천명한 곡이다. 객관적으로도 바이올린 협주곡의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 괴기 뒤에 숨은 낭만 /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지노 프란체스티

 

음악팬이라면 제노바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시청이다. 시청의 로비에는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진열장 안에 바이올린이 하나 들어 있다. 최고의 바이올린인 1742년산 과르네리인데, 단지 물건이 좋아서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제노바가 콜럼버스 이상으로 자랑하는 또 한 명의 아들 파가니니가 평생 애용했던 전설적인 바이올린이다.

 

불우한 생애를 살았던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악기를 다루는 그의 재주는 분명 탁월했던 것 같다. 일곱 살 때 공개연주를 했고 10대에 전 유럽에 연주 여행을 다녔다. 음악성보다는 놀라운 바이올린 연주 기교로 많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으로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더욱 신기하고 놀랄만한 연주를 기대하게 되었다.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op. 6은 파가니니 최고의 대표작이다. 이 곡은 스물아홉 살 때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스스로 가장 많이 연주 했던 곡일 것이다. 이 곡에는 초월적 기교들이 모두 담겨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