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 김봉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 / 청림출판

물조아 2013. 4. 20. 09:19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그냥 넘겨 버리지만,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람은 열심히 읽는다. / 상 파울

 

서문 / 늘어나는 내 인생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우리들의 은퇴 이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7퍼센트를 차지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오는 2018년이면 고령인구 비중이 14퍼센트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2026년에는 20퍼센트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산관리 방법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다달이 받던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목돈을 만드는 ‘적립’위주의 자산관리가 중심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는 지금까지 모아둔 노후자금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 하는 ‘인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노후 준비라고 하면 대부분 돈 문제만을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후에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은퇴란 소득의 단절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의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혈연과 자연을 중심을 한 끈끈한 유대는 사라지고 회사를 중심으로 한 연(緣)만 남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년퇴직은 이 같은 사연(社緣)마저 끊기게 만든다. 때문에 은퇴를 기점으로 삶의 중심이 직장에서 다시 가정으로 옮겨가게 된다.

 

1장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산다. / 은퇴와 노후 준비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의 변화를 살펴본다.

 

우리들은 얼마나 오래 살까? 이때 참조할 수 있는 것이 ‘최빈사망연령’이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를 의미하는 ‘최빈사망연령’의 겨우 한국은 이미 85세를 넘어섰고 2020년 무렵이면 90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건강과 경제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장수 100세 시대에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무엇보다 장수 리스크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리스크는 무전장수(無錢長壽)이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간수명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서 이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수명을 다하기 한참 전에 노후자금이 바닥이 날 수 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유병장수(有病長壽)이다.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세에 불과하다. 그런데 평균수명은 80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은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을 병치레를 하며 보내는 셈이다.

 

세 번째 리스크는 무업장수(無業長壽)이다.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하면서 인간관계나 시간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마지막 리스크는 독거장수(獨居長壽)이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야하는 사람이 많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사는 고령자 여성이다. 따라서 노후자금을 관리할 때 부인이든 남편이든 홀로 남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 장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100세 수명 시대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

 

2장 변화의 시대에 노후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은퇴는 소득의 단절일 뿐만 아니라 직장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과 경제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하여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캥거루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이미 독립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직장을 얻지 못해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취직한 다음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자녀를 말한다.

 

예전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면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가족관계도 돈이 좌우한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것만으로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사랑과 화목이 유지되는 가정의 핵심은 바로 ‘돈’에 있다”고 지적했다.

 

돈으로 가족관계가 좌우되는 것은 고령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자녀에게 무조건 봉양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흔히 맞벌이 부부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홀 벌이보다 맞벌이가 소득이 많은 건 당연하다. 문제는 많이 버는 만큼 씀씀이도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식사준비를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한다거나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는 등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맞벌이의 가장 큰 장점은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자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시간을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것에 익숙해 있는 부인들은 가정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은퇴한 남편들이 이 공간을 침범해 들어오면서 생활리듬이 깨지고 부적응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은퇴 생활의 네 가지 유형

 

첫 번째 유형은 ‘이젠 일은 그만’이라고 외치는 ‘순수 레저형’이다. 순수 레저형들은 은퇴 후의 삶을 등산이나 여행, 골프와 같은 레저로 채운다. 이들은 현역시절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일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에 대한 열정도 동기도 남아 있지 않다.

 

두 번째 유형은 일은 하지만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닌 ‘자원 봉사형’이다. 무언가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주기도 한다. 은퇴자에게는 사명감이 행복의 필수조건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간제 근로형’이다. 현역시절처럼 일주일에 40시간 근무를 소화하기엔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 또는 일의 즐거움과 생활의 여유를 함께 가지려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네 번째 유형은 현역시절과 마찬가지로 일이 없으면 모사는 ‘전업형’이다. 이들이 전업을 희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처 노후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떠밀리듯 회사를 떠나야 했던 사람, 레저나 봉사활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등이다.

 

은퇴 후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정년퇴직자들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째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자신만의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주특기라고 해서 꼭 고도의 전문지식이나 능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능력이라도 남다른 특기가 있다면 그것이 주특기이다.

 

둘째 젊은 후배들에게 경쟁자가 아닌 조언자가 돼야한다. 후배를 도와줄 때는 생색을 내기보다는 소리 없이 도와줘야 한다.

 

셋째 경험과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비록 근력과 힘은 떨어졌어도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젊은이보다 오히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년퇴직자들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 ‘이 정도 급여는 받아야지’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전 직장에서 자신의 공헌도 이상 받았던 초과급여를 못 받게 된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둘째 재취업을 하려면 체면을 버려야 한다.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 생각을 해서는 재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 설령 직장을 얻었다 해도 적응이 쉽지 않다.

 

셋째 과거에 대한 향수를 버려야 한다. 내가 왕년엔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재취업에 성공하기 힘들다.

 

3장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전략. /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노후준비의 화두가 ‘많이 모으자’에서 ‘적게 쓰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기대 수명이 짧을 때는 상속을 통해 부모들이 가진 재산이 이전되면서 세대 간 부의 불평등이 해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기간도 덩달아 늘어나서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는커녕 가진 것을 다 써도 노후자금이 모자랄 정도이다.

 

가계에서 쓰임새에 비해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물건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대다수 가정의 자동차는 출퇴근 때나 외출할 때 한 두 시간을 빼면 주차장에서 잠잘 때가 많다.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2000CC급 중형 자동차를 1년에 1만km 운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름 값과 보험료 등 유지비를 합하면 연간 390만 원이 든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지위재 성격을 갖는다.

 

다행이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인 카 셰어링(Car Sharing)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결혼을 하고 자녀들을 낳고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주택 규모를 늘려온 것처럼 자녀들이 출가하고 가족 수가 줄면 주택규모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주택규모를 조정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막내가 결혼해서 독립할 때이다.

 

주택 규모를 줄이면 크게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규모를 줄인 만큼 당장 목돈이 들어온다. 이 돈은 노후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매달 들어가는 주거비용도 줄어든다. 셋째 집이 작아지면서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 여가활동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다.

 

노후자금을 운용할 때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명을 다하기 전에 돈이 먼저 떨어져서도 곤란하다. ‘안전하지만 부족하지 않게’ 이것이 100세 수명시대의 새로운 노후자산 운용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의 중심축이 어린이에서 고령자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주민등록 인구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유아(0~4세) 인구는 323만 명에서 230만 명으로93만 명이나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285만 명에서 551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4장 길어진 인생, 노후자금 관리법. /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각종 연금의 특성과 활용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통계청이 2012년 2분기 가계지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가구는 월평균 20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직장을 떠난 은퇴자들 사이에선 꼬박꼬박 연금을 받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고들 한다.

 

은퇴설계의 첫 출발은 연금이다. ▲ 국민연금은 기초 생활보장으로 ㅤ▲ 퇴직연금은 기본적인 생활보장으로 ㅤ▲ 개인연금은 여유 있는 생활보장으로 그리고 ▲ 주택연금으로 품위 있는 생활보장으로 즐겨 라는 말이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평생 수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가 오르면 연금도 따라서 오르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사망한 다음에는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의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8월 기준으로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월평균 82만 원 남짓한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퇴직한 다음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의 소득 공백기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퇴직연금이다. 그리고 퇴직연금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이 제대로 적립금을 관리하고 노후생활비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연금이란 살고 있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죽을 때까지 매달 연금을 받는 일종의 역모기지제도다. 부부가 모두 60세 이상이고 9억 원 이하의 1주택 보유자면 가입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주택이 자식에게 물려줘야할 상속자산이었지만, 평균수명과 함께 노후기간이 덩달아 늘어나면서 이런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80퍼센트 이상이 부동산이고 이 중 상당부분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내놓지 않으면 집 팔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 재산인 집 한 채를 무작정 헐값으로 내놓을 수도 없다.

 

집 한 채밖에 없는 고령자 부부가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생활비까지 충당하려면 주택연금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55~65 세대 소득 공백기에 대비하라, 정년퇴직은 인생에서 분기점이다. 직업인으로서 전반전을 마감한 다음 새로운 후반기 삶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갈림길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마의 기간’이 존재한다. 정년퇴직한 다음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약 10년 가까운 시간이다.

 

신 보릿고개를 대비한다. 55세부터 65세에 이르는 기간은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정년은 맞았지만 국민연금은 수령하지 못하는 시기이다. 둘째 소득은 줄었지만 자녀 관련 지출은 여전한 시기이다. 셋째 55~65세 기간은 부모부양의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시기이다. 넷째 자산부채 조정을 해야 하는 시기도 이때이다.

 

다섯째 55~65세는 ‘회사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 거듭나는 나이이다. 여섯째 자산관리 방법이 ‘적립’에서 ‘인출’로 바뀌는 시기이다. 일곱째 이 기간은 서서히 노화가 시작되면서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결문 /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신년 여론조사 결과,

 

‘요즘 생활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로는 응답자의 30.5%가 ‘노후 문제’라고 대답했다. 노후 문제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민생 현안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행복, 건강 그리고 장수에 이르는 열쇠 중 하나는 스스로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는 재정적 안정의 측정은 운영률(run rate)에 있다.

 

운영률이란 일을 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는 개월 수나 햇수로 정의된다. 오늘날 성인의 70%는 이러한 운영률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노후가 염려스럽다.

 

그러나 길어지는 인생은 두려움이 아니다. 새로운 행동규범을 능동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연성만 있다면 ‘고령사회‘라는 디스토피아는 ‘장수사회‘라는 유토피아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여러 번의 인생을 살수는 없지만, 변화를 위한 스마트 에이징을 통해 몇 번의 변신을 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일 필요하다.

 

스마트 에이징 시대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 계획이 먼저이다. 인생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