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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사형 표현 있다” - “생명권 침해는 위헌”

물조아 2010. 2. 26. 07:58

[사형제 합헌 결정] 헌재 재판관 9인 의견 보니, 합헌 5인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 위헌 4인 “사형시킨다고 피살자 구원안된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14년 전 “필요악”이라며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했던 헌법재판소가 25일 “사형의 범죄예방 효과는 무고한 생명의 일부라도 사지(死地)에서 구해낼 수 있다”며 또다시 합헌 결정을 했다. 재판관들은 헌법 조문 해석과 사형의 범죄 억지력, 오판 가능성 등을 두고 의견이 크게 갈렸다.

 

■ “헌법에 ‘사형’ 표현 있어” 합헌 의견 헌재의 심리에서는 사형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130개 헌법 조문에 단 한 번 등장하는 ‘사형’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견은 ‘사형’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현행 헌법이 사형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는 사형제의 필요가 명시돼 있지 않다. 사형은 제110조 4항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란 구절에서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는데, 5명의 재판관은 이를 합헌의 근거로 삼았다. “우리 헌법은, 적어도 문언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는 1996년 합헌 결정 당시의 논리와 같다. 또 “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사형)도 허용될 수 있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태아의 생명권도 제한된다”며, ‘생명권은 침해당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는 위헌심판 청구인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또 ‘무기징역형으로도 범인을 사회와 영구격리하고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 “범죄예방 목적과 정당한 응보”를 내세웠다. 헌재는 “생존 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고려하면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가진다”며 “무기징역형의 선고만으로는 피해자 가족과 일반 국민의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사형을 선고 또는 집행해야 하는 법관이나 교도관들의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책감을 최소화할 집행 방법의 개발 등이 필요하지만, 이는 공익을 보호해야 할 법관·교도관의 의무”라고 봤다. 또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은 “자연사할 때까지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 못지않은 형벌이다. 또다른 위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 “생명권 침해는 위헌” 소수의견 조대현 재판관은 “살인자를 사형시킨다고 해서 피살자의 생명이 구원되지는 않는다. 헌법 제110조 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만 사형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형 조항의 폐기를 주장했다. 김희옥 재판관도 “제110조 4항은 도입 배경이나 맥락을 볼 때 사형 선고를 억제해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합헌 의견처럼) 간접적으로 사형제를 인정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는 결코 명백하지 않다.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징역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대·목영준 재판관도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범죄가 더 심각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사형제는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의견을 냈다. 목 재판관은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25년에서 대폭 올리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형기·송두환 재판관은 합헌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사형은 반인륜 극악범죄에만 한정하자”는 내용의 보충의견을 따로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사진: »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오른쪽)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결정을 선고하려고 들어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