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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Life] ● 노후준비‥자녀 교육비 두 토끼 잡기

물조아 2010. 2. 18. 16:39

정기예금 찾아 빚부터 상환…봉급 인상분은 변액연금 가입, 月120만원 대출상환 부담…목돈 생기는대로 원금 줄여야, 여가생활비 20만원 줄이고, 막내 대학 학자금 준비는 매달 30만원씩 펀드

 

Q 경기도 분당에 살고 있는 48세 맞벌이 직장인이다.집을 사면서 받은 대출이 많이 남아 있어 노후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의 대학 교육도 걱정이다.노후와 자녀 교육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

 

A 이성진씨(48·가명)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9.6%로 지나치게 높고 주택담보대출이 3억원으로 총자산(6억6900만원)대비 44.8%나 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대출을 갚는 게 중요하지만 노후 대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대출 상환에 주력하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도 할 수 있는 재무설계가 필요하다.

 

◆여가생활비 줄여 대출 상환부터

 

이씨는 월 소득 560만원 중 20%가 넘는 120만원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저축과 투자에 제약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대출 상환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우선 정기예금 계좌에 있는 5000만원 중 3000만~3500만원으로 대출을 갚을 것을 권한다. 당분간 연말 성과급을 비롯해 목돈이 생기면 대출 상환에 써서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한 달 소비성지출 370만원 중 여가 및 문화생활비로 나가는 40만원을 20만원으로 줄이고 남은 금액을 대출 상환에 쓰도록 한다.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데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6억원)보다 더 비싼 집으로 옮기려고 할 경우 부채만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다행이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자산 가치는 하락하는데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1주택자인 이씨는 어차피 가족과 함께 살 집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집을 팔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노후와 자녀 교육비 등을 생각한다면 부동산보다는 쉽게 현금화해 쓸 수 있는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낫다. 

 

◆노후 준비는 지금 당장

 

대출 상환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이씨의 나이를 생각하면 노후 준비도 더 미룰 수 없다. 이씨는 은퇴 후에도 현재가치로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는 가져야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을 연 4%로 가정하고 이씨가 만 60세가 되는 2022년에 퇴직한다고 하면 은퇴 시점에 5억2000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씨가 은퇴 후를 대비해 모아놓은 자산은 재작년 말부터 불입하고 있는 월 10만원의 연금보험과 국민연금이 전부다. 목표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경우 무리한 투자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목표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낫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이루려고 무리하게 투자하다 보면 큰 손실을 내 도리어 목표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노후 자금을 위한 투자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민연금 등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씨는 새해 들어 승진을 하면서 월 급여가 41만원 늘어났는데 이를 전액 변액연금에 불입해 노후자금을 마련할 것을 권한다. 연금 상품에 가입할 때는 연금 수령 방식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연금 수령 방식은 확정형,종신형 등으로 나뉜다. 확정형은 월 지급액이 많은 대신 지급 기간이 10~20년으로 정해져 있고 종신형은 월 지급액은 적지만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은퇴 후 예상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종신형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정도 금액으로도 노후 대비가 충분한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 급여가 인상될 때마다 늘어난 소득만큼 노후자금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만 60세가 된 시점에서 변액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도 충분한 생활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 갖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액을 받는 노후대비 상품으로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인 1주택 소유자가 가입할 수 있다.

 

◆학자금 마련은 적금보다 펀드로

 

대출 상환,노후자금 마련과 함께 자녀의 대학 학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이씨의 막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시기와 이씨가 퇴직할 시기는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 시점에 가면 수입은 없어지고 지출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만약 자녀 학자금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노후자금으로 마련해 놓은 돈 중 일부를 학자금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현재 월 100만원인 자녀 교육비는 이씨의 수입과 자녀의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친 감이 있다. 이 중 최소 10만원을 줄여서 미래의 대학 학자금을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된다. 교육비 지출을 줄여 마련한 10만원과 매달 불입해 오던 정기적금 20만원을 합친 30만원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매년 대학 등록금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연 2%에 불과한 정기적금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정기예금으로 갖고 있는 5000만원 중 대출 상환에 쓰고 남은 1500만~2000만원은 별도 통장으로 옮겨 비상예비자금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비상예비자금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실직 등으로 소득이 줄었을 때 기존의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실천하기 위해 필요하다.

 

비상예비자금용 금융상품으로는 원금 손실 위험이 낮으면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 적당하다.

 

[한국경제]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