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2006년 미국,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광고 모델로 60세 여배우 다이앤 키튼을 기용했다. 스키장들은 슬로프를 완만하게 고쳤다. 건축업자들은 실버 주택단지에서 뜨개질방과 컴퓨터실을 없애고 운동 공간과 다용도실을 늘렸다. 2006년은 2차대전 후 1946~64년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된 해였다. 업계는 이들의 두둑한 주머니를 노려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7700만 베이비 부머는 3300만 부모세대와 4400만 자녀세대를 덩치로 압도했다. 평균자산 86만달러로 돈도 제일 많다. 건강을 중시하고 늙기를 거부하며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편다. 일본에선 1947~49년 태어난 680만 '단카이(團塊)세대'의 은퇴가 2007년 시작됐다. 같은 세대 의식이 강해 '덩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역시 금융자산만 130조엔에 이르러 사회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6·25 직후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 전 1963년까지 태어난 712만명을 가리킨다. 올해 이들의 은퇴가 시작된다 해서 사회적 조명과 분석이 잇달지만 떠들썩했던 2006년 미국과 2007년 일본에 비해 많이 썰렁하다. 은퇴 시점부터 미국과 일본은 60세로 쳤고 우리는 55세다. 이건 은퇴가 아니라 퇴장이다. 제2 인생 개막이 아니라 거세다.
▶미국과 일본 베이비붐 세대는 무풍지대를 가듯 정치·경제의 주역과 실세 자리를 누렸지만 우리는 '끼인 세대'로 불린다. 앞선 산업화세대의 권위에 눌리고 뒤따른 386세대와 인터넷세대의 기세에 밀려 상투 한번 변변히 잡아보지 못했다. 숨막히는 권위주의시대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1980년대 초 민주화 실패에 좌절했다. 어렵사리 잡은 직장에 뿌리내리나 싶을 때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세대는 허리 휘도록 자식 교육시키느라 모아둔 돈도 없다. 자식을 사회로 내보내 가정 이룰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아 노후 앞가림은 꿈도 못 꾼다. 위로 부모 봉양하고 아래론 자식의 부양은 생각도 못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살고 있다"(서정홍 '58년 개띠'). 자조만 하기엔 평균수명 80세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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