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 이메일 인터뷰, 작가 데뷔전 파일럿으로 일해 `하늘` 소재 작품 많아, 변치 않는 뭔가를 상징…"미국 외딴 곳서 살고 있다"
혹시 괴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기억하는가. 먹는 것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높이, 빨리 나는 방법만 머릿속에 가득했던 갈매기 말이다. 저공 비행에 도전하다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 번 넘긴 `이상한` 조나단 리빙스턴. 하지만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고 말하던 이 갈매기는 40년간 무려 4000만명이 넘는 사람을 열광시켰다. 단순히 책으로만 그를 접했던 사람들만 계산한 결과다.
최근 `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74)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신작 `꿈꾸는 마리아`(공경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막 한국에서 번역해 펴낸 뒤였다. 요즘은 어디서 뭘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 외딴 곳에 살고 있고, 여전히 이야기를 쓴다"며 "세상의 관심에서 겨우 벗어나 프라이버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비행연습에 몰두한 나머지 책 마지막엔 `신` 같은 모습까지 보여줬던 `갈매기 조나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꿈꾸는 마리아`는 조종사 제이미 포브스가 겪은 신기한 경험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느 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비행 중이던 제이미에게 다급한 구조신호가 온다.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마리아`는 남편이 죽었는데 자신은 조종을 할 줄 모른다고 절규한다. 그녀를 설득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제이미. 다음날 기사화된 `마리아` 이야기를 보면서, 제이미는 예전에 보았던 최면술사 공연을 떠올린다. 그리고 "장애물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고, 모든 벽은 스스로 만든 상상이다"라는 화자 말이 메아리치며 소설은 끝난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이 가진 힘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갈매기의 꿈`도, 이 책도 우리가 믿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이야기하죠. 물론 차이는 있어요. 조나단이 평생 노력하는 삶의 가치를 묻는다면, 제이미는 우리 힘은 곧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갈매기의 꿈`이 워낙 유명해서일까. 리처드 바크에겐 `조나단`의 인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밖에도 수많은 소설을 발표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인들 멀랴` `영원의 다리` `인간의 꿈` `페렛` 등이 소개돼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모두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모험을 찾아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다. 그런데 바크 작품에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비행`과 `하늘`을 항상 소재로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바크에게 `하늘`은 `집`이나 마찬가지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공군에 입대해 비행기 파일럿으로 일한 적도 있다. 그는 이메일에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대신 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토로했다. 풀숲에 몇 시간이고 누워서 구름 위에서 살기를 꿈꿨고,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방 안에 걸어두고 생각에 골똘히 빠지기도 했다.
"하늘은 제 삶의 터전인 동시에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하죠. 거대한 존재인 동시에 결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은유이기도 해요. 집이면서 곧 우주라고나 할까요?"
그의 소설은 또 짧기로 유명하다. `갈매기의 꿈`도 100쪽 남짓하고, 이번 작품도 못지않다. 뼈대를 일단 길게 만든 후 맹렬하게 가지를 치는 스타일 때문인 듯하다. 원고를 몇 번이고 검토하며 글의 틀을 다시 잡고, 불필요한 단어를 없애며 문장의 생명력을 높여가는 것. 바크는 "세상에 고쳐쓰기를 통해 더 좋아질 여지가 없는 글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 금융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했다. 작가가 아니라 종교인에게 묻는 질문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멋진 답변이 돌아온다.
" `고통 받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에 불과하다고 봐요. 우리 정신과 신체의 일치를 믿는다면 고통이란 여름날 얼음처럼 녹아내리지 않을까요. 자유란 어느 길로 갈지 우리가 결정하고, 운명은 우리 손에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대신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한다고 봐요."
리처드 바크는 1936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성장기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보냈으며, 롱비치 스테이트칼리지에 입학했으나 퇴학당했다. 어릴 때부터 가졌던 하늘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해 공군에 입대해 1957년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처럼 상업 비행기 파일럿으로도 활약해 3000시간 이상 비행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매일경제] [손동우 기자]
'숨을 쉴 수 있어 (感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상] 베이비붐 세대 퇴장 (0) | 2010.01.07 |
---|---|
[아침논단] 국운은 전환기에 결정된다 (0) | 2010.01.07 |
[건강]10년 후 내 건강은? 미리 짚고 챙기는 연령대별 관리법 (0) | 2010.01.06 |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오늘은 매우 특별한 태양입니다. (0) | 2010.01.05 |
“오늘 하루 잘 사는 게 영원히 잘 사는 겁니다”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