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매미의 ‘맴맴’ 하는 소리가 귓속에서 계속 울려요.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고 밤낮으로 불안하기만 합니다. 제 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처럼 귀에서 귀뚜라미나 매미울음 같은 소리가 계속 맴도는 이명(耳鳴)으로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명이란 외부 음원의 자극 없이도 한쪽 귀나 양쪽 귀 또는 머리에서 소리가 감지되는 증상을 말한다. 화가 고흐는 스스로 왼쪽 귀를 잘라 여성에게 선물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일설에 의하면 귀에 참기 어려운 이명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명의 원인에 대해서는 산업의 발달로 인한 소음 공해의 증가, 각종 스트레스, 약물의 오·남용, 환경오염 등이 유발인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립된 학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만족할 만한 진단법이나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성인의 32%, 영국에선 성인 인구의 35~45%가 이명을 호소하는 등 이명의 빈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명환자가 4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이명, 소음성 난청이 대부분을 차지
서울과 마산에 있는 소리청한의원이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4개월간 내원한 이명환자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음성 이명환자의 성별 분포에서 남성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10~19세가 1.4%, 20~29세 27.2%, 30~39세 30.3%, 40~49세 14%, 50~59세 16%, 60~69세 9%, 70~79세가 1% 등으로 나타났다.
이명을 유발한 최초 소음의 종류는 ‘사격’이 48.5%로 가장 많았고 ‘공장 기계음’이 9%, ‘리시버 사용’이 8%,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소음’이 7%, ‘건설공사 현장’이 6%, ‘제철소 및 조선소의 소음’이 5% 등이었다.
이에 대해 황재옥 소리청한의원 네트워크 회장은 “남성의 경우 군복무를 하면서 사격소음에 노출되기 쉽다는 측면과 소음이 많은 산업현장에서 주로 근무한다는 직업적 측면으로 인해 남녀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명의 소리유형으로는 ‘매미소리’가 34%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금속성 소리’가 19%, ‘바람소리’가 14%였고 그밖에 ‘여치소리’, ‘쇠가는 소리’, ‘세탁기 소리’, ‘라디오 잡음 소리’, ‘귀뚜라미 소리’, ‘빗소리’, ‘맥박 뛰는 소리’ 등으로 다양했다.
◆ 나는 어떤 이명에 속할까
이명은 평소 체력이 약하고 원기가 부족한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하고 허약체질인 상태에서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거나 진급시험이나 공무원시험, 각종 자격증 시험에 시달리느라 불규칙한 식사습관과 수면상태에 있는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한의학계에선 이를 ‘기허이명(氣虛耳鳴)’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약물과 환경공해, 음식공해에서 비롯된 ‘중독성 이명’과 마음속에 쌓인 욕구불만, 억압된 감정 등으로 인한 ‘풍열이명’, 지나치게 성격이 꼼꼼하거나 평소 일에 대한 완벽주의자에게서 잘 나타나는 ‘담화이명’이 있다. 또 갑작스러운 정신적 충격, 중요 업무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때, 가까운 사람의 사망, 실연 등으로 인한 ‘심화이명’도 볼 수 있다.
이명이 집중력을 방해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듣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청력이 손실되면 이명이 심해지거나 상황에 따라선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이명의 발병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명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청신경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청신경을 절제하면 오히려 청력이 완전히 소멸되고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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