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신의 직장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김주영

물조아 2009. 8. 25. 23:49

신의 직장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김주영/주식회사 동아E&D 2009.6.1

 

 

[한국전력 노조 김주영(47)위원장은 전력산업에 이바지해온 전력노동자의 역할을 조명한 저서를 출판하고, 저자 인세 전액을 저소득층 단전(전기제한 공급*) 가정 지원금으로 쾌척했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전력은 늘 개혁의 대상이었고, 공기업을 대표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철밥통’이라는 질시를 받아야 했다. 근거도 없는 개혁은 한국전력을 부정, 부패, 방만, 부실의 종합세트라며 헐값에 팔아 치우려했다.


1. 보이지 않는, 그러나 보여주고 싶은 전기


○ 전기는 단지 생활의 편리가 아니라 ‘문명’혹은 ‘문화’의 한 방편으로 느껴지는 중요한 수단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는 도시생활의 상징이자 문명화된 생활양식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1961년 한전 창립 이후 1981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원개발을 살펴봤는데, 그 흐름을 요약하면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한전 창립 초기로 수력발전을 전원의 중심으로 삼던 시기였다. 농어촌 전화사업은 물론,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의 기술을 익혀가면서 전국 각지에 발전설비를 확장하거나 발전소를 새로 짓는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두 번째 단계는 5.16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로, 경제발전과 전력수요가 서로 비례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세 번째 단계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1년에 이르는 기간으로 전력공급의 안정과 에너지 다원화가 이뤄졌으며, 전력기술 수입국에서 전력기술 자립형 국가로 변모하는 시기였다.


2. 우리가 알기도 전에 잊혀진 사람들

3. 전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 유일한 대안은 대안이 아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량을 늘릴수록 단위 당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따라서 작은 기업 여러 개가 생산할 때보다 큰 기업이 대량으로 생산할 때 사회적으로 훨씬 이익이 된다면 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있다고 하며, 경쟁보다는 독점이 효율적이 된다.


4. 세계 이웃들에게서 배우는 지혜


○ 민영화 과정에서 보다 신중해야 할 부분은 공공부문으로 민간으로의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민영화로 인한 경쟁의 심화와 수준에 있다는 사실이다. ~ 그러나 실제로 민영화 이전과 이후의 경제변화를 비교해보면 차이라고 할 부분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영화가 정책의 만병통치 처방이 아니며 거시경제적 정책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전력산업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성이 여전히 크며, 전기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수직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분할하는 것은 송전망의 효과적인 운영과 투자, 발전소의 건설과 효과적인 소매시장의 발전을 왜곡하는 등 효율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신이 내린 직장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 한전을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들이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세간의 여러 가지 억측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한전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무한경쟁에 돌입한 기업이다.


독점기업은 정부의 요금인상 여부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가려진다고 한다. 하지만 총 비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정도고, 노동생산성은 세계 유수의 전력회사보다 훨씬 높고 전기 품질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 이런 개혁과 혁신활동으로 1985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소비자물가는 200%나 인상되었지만 전기요금은 불과 5%만 인상되는 데 그쳤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민감한 처지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높은 강도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 저지 활동이 전개되자 한나라당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특별법’에 대해 반대당론을 결정했다. 야당의 반대와 여론의 악화로 결국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률안의 국회통과는 유보되었다.


6. 어느 합리적 개혁주의자의 꿈


나는 진실의 편에 서 있었다. 전기는 인권이며, 한전은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믿었다. 내 신념은 내 밥그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를 위한 것임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주장에 동지들이 함께 했다.


전기료전기세의 차이는 요금과 세금만큼이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듣는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요금은 누군가의 힘을 빌리거나 사물을 사용, 소비, 관람한 대가로 치르는 돈을 말한다.


그에 비해 세금은 경제활동으로 이익을 본 정도에 따라 국가가 그 일부분을 내도록 하는 강제적인 비용을 말한다.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처럼 말이다.


○ 사람들에게 한전은 여전히 공평하지 않으며, 한전 노조는 여전히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 밥그릇 챙기기 조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막상 가고 싶은 직장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드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누가 한전을 동네북으로 만들었는가. 그 설명의 과정에서 정치와 공기업의 상관관계가 가져다 준 폐해와 그 악몽이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공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냉소적인 이중 잣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누가 와도 좋으니 기왕 떨어질 낙하산이면 힘 있는 사람이 타고 와서 정부의 외풍을 막아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 언제나 그랬다. 휴대폰 광고의 ‘되고송’처럼


물가 오르면 공기업 잡으면 되고, 지지도 신경 쓰이면 공기업 인원 감축하면 되고, 당선된 뒤에 신세 갚으려면 공기업에 낙하산 좀 날려주면 되고, 그러다가 또 실업난이 문제면 공기업에 신규 고용을 늘리면 되고, ~


이렇게 일관성 없는 정부의 공기업 휘두르기는 사회적 불신과 공공부문에 대한 효율저하를 낳았고, 서로 질시할 필요가 없는 국민과 공기업의 사이를 이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2007년 연간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금액은 234만8,801원인데, 여기서 전기요금은 3만9,221원 1.7%를 차지했다. 6% 정도인 통신비와 2.8%인 공공교통비보다 낮은 수준이 아닌가? 끝. 사진출처: (서울=뉴스와이어)  '1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