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水)과 관련하여

박태환, 스타트·스트로크 극대화하라

물조아 2009. 7. 23. 07:33

[경향신문] 김세훈기자 얕은 물속의 턴 · 짧은 잠영 극복도 성공열쇠


국제대회 시상대에 선 박태환(20·단국대)은 항상 가장 작아 보인다. 동메달석에 서 있어서가 아니라 원래 키가 작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1m83이다.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1m91, 그랜트 해켓(호주)은 1m97이다. 박태환의 새로운 경쟁자 장린(중국)도 1m89다.


수영은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면 유리한 종목이다.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태환은 장대숲 속에서도 메달을 따내왔다. 단신의 핸디캡을 자기 장점으로 보완한 결과다. 메달 획득 및 기록 단축의 관건은 태생적인 단점을 자기만의 장점으로 얼마나 만회하느냐이다. 오는 26일부터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박태환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일단 스타트에서는 박태환이 단연 세계 최고다.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딸 때도 스타트 속도에선 결선 참가자 8명 중 박태환이 가장 빨랐다. 박태환 전담팀 김기홍 박사는 “발목 힘은 축구선수와 비슷하고 무릎도 역도선수 못지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로크도 박태환의 장기다. 야구선수급 어깨를 이용해 거침없이 팔을 젓고 강한 무릎을 이용해 발로 쉼없이 물을 찬다. 단신이기 때문에 팔을 젓고 발로 차는 횟수가 장신 선수들에 비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박태환은 스트로크에서 자기 장점 덕을 톡톡히 본다. 유럽·미국 선수들에 비해 상체가 작아 물 저항을 덜 받는다. 상체가 큰 서양 선수들은 상체 부피를 줄이려고 쫙 조이는 전신수영복을 입지만 박태환은 반신복을 착용한다.


균형 잡힌 좌우 밸런스도 스트로크에 큰 도움이 된다. 박태환의 양쪽 악력, 팔·다리 힘을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 0.01초 차로 승부가 가려지는 수영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가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타고난 부력은 몸을 띄우는 데 필요한 힘을 전진하는 데만 쏟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박태환은 턴과 잠영에서 다소 밀린다. 턴을 할 때는 가능한 한 깊은 물속까지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스트로크보다 최대 1.4배가 빠른 잠영으로 많은 거리를 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펠프스가 수면 1m까지 잠수하는 이유다.


박태환은 80㎝를 넘지 못한다. 뛰어난 부력에서 비롯된 역효과다. 잠수 깊이가 얕은 데다 신체 유연성까지 떨어지는 만큼 잠영 길이도 짧다. 펠프스는 잠영으로 12m를 가지만 박태환은 최대 7m다. 펠프스는 가슴부터 내려오는 파워풀한 돌핀킥으로 오랫동안 잠영하지만 박태환은 키도 작은 데다 몸도 뻣뻣한 편이라 돌핀킥의 파워가 떨어진다. 체육과학연구원 수영담당 송홍선 박사는 “박태환도 무리하게 잠영을 하면 지금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스트로크에 악영향을 준다면 잠영 길이를 늘리는 것보다는 빨리 올라와 스트로크로 승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스타트와 스트로크의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턴과 잠영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는 게 박태환의 성공 방정식인 셈이다. 〈김세훈기자〉